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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평점 :
나에게 이무런 망설임없이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작가들 중의 한 사람이
정유정이다. 그건 많은 독자들에게 입소문으로 퍼지고 퍼진 후에 읽게 된 <7년의 밤>이 준 강한 각인때문이다.
정유정의 작품을 읽으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책 속에 몰입하게 된다. 그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소설을 쓰기에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책 속에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작가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그렇게 해 보기도 하고, 장소적 배경은 수 차례에 걸친 사전 답사를 하기도 한다. 이런 준비과정과 함께
탄탄한캐릭터 설정과 잘 짜여진 구성 그리고 문장력까지 뒷받침이 되니 그녀가 쓴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1234903386.jpg)
그동안 정유정의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서 내뺃어지는 대사나 내면 묘사가
아닌 작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는 에세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쓰여질 수 있으니 어쩌면 정유정의
에세이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유정의 첫 에세이는 이번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이란 여행
에세이로 우리곁에 다가오게 되었다.
정유정은 몇 년 간에 걸쳐서 쓴 소설도 모두 폐기 시키고 다시 쓰기를 거듭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유정을 '자신의 혼을 모두 쏟아 붓는 열정적인 작가'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지난 해에 <28>를 출간한
이후로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단 한 줄의 글도 쓰고 싶은 욕망 자체가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그동안 지폈던 창작 활동의 불씨가 마치
껴져 버린 것처럼, 아니 자신의 배터리가 다 닳아서 방전된 것처럼....
그래서 작가는 난생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가 보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이다. 그 구간에는 5416 m 의 쏘롱라패스가 위치하고 있는데, 하필이면 왜 안나푸르나를 가려고 했을까? 정유정은 왜 신이
허락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그 험한 안나푸르나로 가려고 했을까?
그곳은 정유정의 소설인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인 승민이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작가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3211823.jpg)
" 안나푸르나에 오르면, 링이 아닌 놀이터에 나를 부려
놓으리라, 결심했다. 죽기 살기로 몰아붙이는 습성을 버리고 가겠노라, 마음먹었다. 싸움꾼의 투지와는 다른 힘을 얻을 수 있겠지, 기대했다. 그
힘으로 내 인생을 상대하고 싶었다. " (p. 132)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에는 김혜나 작가와 함께 떠나는 히말아랴 여행에
관한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세밀하고 꼼꼼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2467739.jpg)
안나푸르나 환상종주 지도와 함께 17일간의 여정의 기록, 그곳에서 스멀 스멀 살아나는 옛
추억들, 작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마음 속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마치 그녀의 소설 속의
이야기를 읽을 때처럼 빠르게 읽어내려가게 된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4186639.jpg)
이 책은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인다.
아마도 안나푸르나 환상종주의 클라이맥스는 산악인도 오르기 힘들다는 해발 고도 5416 m의 쏘롱라패스를 고산병을 이겨내면서 오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리라.
평소 지리산 등반등으로 다져진 체력이기에 현지음식에 대한 적응, 배변, 고산증세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무난하게 오르게 된다. 그건 이제부터 다시 그녀가 집필활동을 할 수 있는 활력소를 찾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5439081.jpg)
어쩌면 낯선 안나푸르나 4300 m 고지에서 만난 한국팬이 준 라면 한 봉지와 그가 들려준
한 마디가 작가에게는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작가는 한국 팬에게 묻는다. "<7년의 밤>과 <28> 중에서 어느
작품이 더 좋았느냐?" 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 두 작품 모두 좋았다"라고 하니 작가에게 있어서 이 보다 더 값진 선물이
있을까....
" 글이 막혀 갑갑한 날에, 초라한 내
밑천에 절망하는 밤에, 세간의 비판에 위축되고 주눅 드는 외로운 순간에, 이 라면을 기억하겠다고 생각했다. " (p.
163)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5822951.jpg)
작품활동에 있어서 그 누구 보다도 당당하고 열정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정유정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환상종주를 통해서 다시 불꽃 처럼 활활 타오르는 작가로 우뚝 설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어떤 이는 여행에서 평화를 얻는다고
했다. 어떤 이는 삶의 행복을 느끼고, 어떤 이는 사랑을 깨닫고, 어떤 이는 자신과 화해하기도 한다. 드물게 피안에 이르는 이도 있다. 나로
말하면 확신 하나를 얻었다. 나를 지치게 한 건 삶이 아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링를 좋아하는 싸움닭이요, 시끄러운 뻐꾸기였다. 안나프르나의
대답은 결국 내 본성의 대답이었다. 죽을 때까지, 죽도록 덤벼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결론적으로 떠나온 나와 돌아갈 나는 다르지 않았다. 달갑찮은
확신을 얻었고, 힘이 남아돌아 미칠 지경이라는 게 그때와 다를 뿐, 몇 년 후, 어쩌면 몇 달 후, 가까스로 얻은 힘을 전력질주로 써버리고 다시
히말라야를 찾아 올테지, 아니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 (p. 288)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20140615140723888736.jpg)
지금 작가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나는 그 책을 읽을 것이다. 어떤 작품을
쓰든지간에 작가는 전력질주할 것이고, 나는 그 작품 속에 빠져들 것이기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