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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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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는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트, 에세이스트인데, 우리에게는 '수짱 시리즈'의 만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짱 시리즈'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중에 2권을 읽었는데, 그 만화들의 공통점은 30~40 대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몇 번씩은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을 한 여성인 경우에는 결혼 후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일 경우에는 결혼을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고민스러운 그런 일상과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아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아 내고 있다. 그래서 '수짱 시리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저 그런 별 볼 일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만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공감 그 자체이다.

'바로 이건 내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맞아,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는 속삭임을 마음 속에서 부터 듣게 된다.

'수짱 시리즈'외에도 '마스다 미리'의 만화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를 읽었는데, 그 책들도 역시 여성들의 꿈, 휴식 등을 다룬 책으로 '수짱 시리즈'와 같은 맥락의 만화이다.

그동안 '마스다 미리'의 만화 4권을 읽으면서 내용이 너무 간단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간결하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것은 바로 30~40대 여성들이 느끼는 사소하지만 그들 모두가 느끼는 그런 생각들을 담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보면 유명 일러스트레이트 임에도 불구하고 만화 속의 주인공이나 배경 등, 그림이 너무 어설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세밀한 디테일은 전혀 찾아 볼 수 조차 없다. 그래서 그녀의 만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성의없는 일러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마스다 미리'의 일러스트의 매력이자 트렌드이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화만 소개된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은 '여자공감만화가'에서 '여자공감 에세이스트'로 나아가는 첫 번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그녀는 에세이로도 우리와 친숙해 질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의 내용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글로 변환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가 만화를 통해서 아주 간결한 만화로 찾아 왔다면 그 이야기에 좀 더 자세하게 상황 설명과 심리 분석 등을 살린 문장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녀의 만화 주인공인 '수짱'이 바로 작가 자신처럼 느껴지듯이 이 책의 이야기들도 모두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우리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 아니 그 보다도 더 소소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것 처럼 느끼고 있는 그런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들이 '수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바로 내 이야기이기도 하지 때문이다.

작가는 1969년생이고 미혼이다. 이 책 속의 한 토막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그녀의 나이 42세 때에 쓴 글이다. 40대의 나이, 그리고 미혼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될 자신의 나이, 과연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데, 이런 숫자 놀음은 어떨까?

'마스다 미리'가 일 때문에 받은 편지 속의 젊은이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 14세를 2회 산 젊은이 입니다." 28세란 나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작자는 자신의 나이를 " 14세를 3회 산" 이라고....

마치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이 '5학년 8반', '6학년 5반'이라고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부르면 좀 더 부드럽고 어려지는(젊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새삼 정겹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 책 속에 '수짱'이란 이름이 만화 주인공이 된 이유, 흙냄비에 밥짓기, 친구와 수다떨기, 피아노 배우기, 미대 입시, 이메일, 가족 이야기, 동창생들과의 15 년만의 재회 등의 이야기를 그녀 특유의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풀어나간다.

특히, 수짱 시리즈 중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가 <수짱, 마이짱 & 사와코 상>이란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 졌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울어 버렸다고 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가슴이 찡해진다.

" 아버지나 엄마 뿐만이 아니라 많은 바깥 세상 사람들이 어린 내게 마음을 써주었다. 그런 많은 '애정 담긴 한 마디'의 힘이 어른이 된 내게는 가득차 있다. " (p. 148)

그러나 그녀도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으니, 저녁  무렵 붐비는 백화점 지하에서 '오징어 튀김 100그램 주세요'라고 말하는데, 외로움이 밀려 왔다는 대목에 가슴이 짠해진다.

여자 나이 40대 미혼 여성이 느끼는 쓸쓸함이 스멀스멀 다가온다.

'수짱 시리즈' 그리고 그녀의 다른 만화들, 에세이 모두 중년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 놓았기에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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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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