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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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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의 저자인 '김형경'은 1983년에 <문예중앙> 신인상을 시로,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은 중편소설로 받았다. 그의 저서는 장편소설, 소설집, 시집, 심리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있다. 저자를 소설가, 시인이라고 해야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녀의 시 나 소설은 읽어 보지 못했다.  내가 읽은 책들은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이니 모두 심리 에세이만을 읽은 셈이 되겠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읽었던 <좋은 이별>을 읽을 당시에는 저자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전공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렇게 저자가 심리 에세이를 통해서 명상, 치유, 애도, 여행의 마음을 담아 낸 것은 그녀가 한때는 자기정체성에 물음을 갖고 정신 치유를 받은 경험이 있고, 거기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성장기에는 이런 정신분석학이나 남자와 여자의 다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만약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심리학 전공 서적을 읽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히 대학시절에 교육학이나 심리학 수업을 많이 들었기에 살아오면서 가정생활이나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이런 정신분석학에 속하는 에세이들이 분야별로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어서 인간관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남자 그리고 여자,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그런 차이점을 '틀리다', '잘못되었다', '아니다'라는 시각으로 보면 거기에서 갈등이 속출하게 되기 마련이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르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자들도 남자의 실체, 내면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부제는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이지만 여자가 읽어야 할 책임 동시에 남자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남자는 여자 보다 더 대담할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남자들이 여자 보다 더 소극적으로 별할 때도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남자들은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자동차에 미치는 걸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

남자들이라면 스스로 일상 속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여자들은 이해 못하는 이런 생각들에 대한 답을 풀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남자의 관계 맺기
2부 남자의 열정 사용법
3부 남자의 위험한 감정
4부 남자의 삶과 변화

그동안 남자의 행동이나 심리 중에서 궁금했던 의문들은 이 책 속에 모두 담겨 있다.  관계맺기, 감정표현, 거짓말, 의존성, 사물, 경쟁심, 소외감, 폭력성, 정체성 등등.....

그중 몇 가지를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을 들추어 놓은 듯하나,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남자는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인정하여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의미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 남자든 여자든,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욕하는 대신 '그 일은 내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는 발전할 것이다. 아내를 비난하는 대신 ' 내가 아내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인정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화를 내는 대신 ' 내가 아이들의 미래를 불안해하는구나 ' 인정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 215)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스 신화나 고전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비극적인 경쟁의 상대이기도 한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내가 아들만을 챙긴다고 투정을 부리는 남자들. 사실 아내들이 남편 보다 아들을 더 챙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는 가장의 밥상에 별미가 올라갔지만, 요즘은 식단도 아들 위주로 변하고 남편은 찬밥신세가 되었으니 어쩌면 남자들은 더 불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호자나 지원자가 되기는 커녕 내부의 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남자의 관계맺기, 심리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서 경쟁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들에게 추월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나이가 들게 되면 자신이 늙고 힘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로는 왈츠의 왕이라고 하는 요한스트라우스 부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남자들의 첫사랑은 사춘기 때의 그녀가 아니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바로 그들의 엄마이다. 모든 남자에게 '최초의 여자'는 엄마다. " (p. 17)

형제간의 경쟁으로는 소설가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의 경우이다.

여자들은 보석과 명품에 현혹되지만, 남자들은 자동차, 고가의 오디오 세트, 골프세트 등에 애착을 보인다. 사물에 열정을 투자하면서 특별한 애착대상을 갖게 되는 것은 애착대상과 감정교류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것은 성별과 관련없이 누구나 생각해 볼 문제인데, 자기정체성은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지는 개념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주체적으로 자율적인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다. 여기에서 엄마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자녀의 인생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 중년의 위기를 중년의 전환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의 남자들이 많이 갖게 되는 생각들 중에, ' 내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 ' 나는 가족에게 돈 벌어다 주는 기계인가? '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생각을 중년의 남자라면 갖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여기에서 이런 위기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대상(취미생활 등)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 중년의 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문제를 찾는 일이다. 삶이란 유아기의 욕망과 결핍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 (p. 282)

저자인 '김형경'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 기존에 페미니즘적인 작품들을 많이 써서 안 그래도 남성 독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거든요. 이 책을 쓰고 나서 이 나라에서 쫓겨나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제가 느낀 남성사회는 여자들이 무엇을 가지고 왈가왈부 떠드는 걸 싫어해요. 암탉이 울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전 이 책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남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모르는 남자들이 너무 많아요. 스스로를 알아야 감정표현도 수월할 텐데 말이죠. 여성 독자들은 남자에 대한 환상을 깼으면 좋겠어요. <남자를 위하여>는 오히려 남성 독자들보다는 여자를 위한 책이에요. 남자들은 이런 책 절대 안 읽어요" (인터뷰 기사 중에서)

이 책은 남자의 특성을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그런 내용을 쓰기 위해서 저자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신화나 소설 속의 남자 이야기,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책 속의 연구 사례들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하여 이 책을 썼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들은 이 책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이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은 남자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남자 그리고 여자가 서로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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