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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이다. 그를 칭하기를 '문학의 교황', ' 최고의 문학 평론가'라고 할 정도로 그가 독일 문학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의 나이는 올해 92세로 나치에 의해서 유대인 탄압이 있을 당시에는 바르샤바 게토에 수용되기도 했고, 트레블랑카 강제 수용소에 있었다가 탈출하여 어떤 농가에 숨어 지낸 적이 있기도 한데, 그때에는 그 집 주인 부부에게 세계 문학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만큼 그에게 문학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이 <작가의 얼굴>인데, 이 책은 웬만큼 독일 문학에 대해서 조예가 깊지 않다면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이 낯설게 다가온다.
물론, 셰익스피어, 괴테, 하이네, 체호프, 토마스 만, 카프카, 하인리히 뵐 정도는 그들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았더라도 워낙 명성이 있는 작가들이기에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밖의 작가들은 대체로 생소한 작가들이다.
특히, 이 책은 41명의 작가들의 삶의 이야기, 문학 이야기, 작품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지만, 그 바탕에는 저자가 그동안 수집한 작가들의 초상화가 있다.
저자는 1967년에 주간지 <차이트>사로 부터 브레히트 초상화를 받게 되고, 그 초상화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가들의 초상화를 한 점씩 구입하여 집의 벽에 걸리 시작하는데, 이를 본 지인들이 그에게 작가들의 초상화를 선물로 주게 된다.
그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독일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작가의 초상화라고 하니, 근엄한 모습의 초상화를 연상하게 되는데, 이 책 속에 담긴 초상화들은 동판화, 석판화, 스케치 원본, 수채화 인쇄본, 초크 소쿄, 드로잉 등으로 다양한 미술 도구를 사용하기도 했고, 캐리커쳐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도 있다.
이 책은 작가들의 초상화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 보다는 독일 문학에 대한 폭넓은 문학 지식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우에는 우리들이 흔히 보던 그런 초상화와 함께 그의 문학에 대해 설명이 된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리차드 3세>를 독일에서 공연으로 보게 되고, <햄릿>을 런던, 파리, 폴란드(공산국가)에서 보게 되는데, 같은 작품임에도 시대에 따라, 정치상황에 따라, 심리드라마, 역사물, 살인그, 정치극으로 공연되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햄릿> 속에서 그런 모든 것이 담겨 있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 자기자신을, 지신의 문제와 고초, 자신의 좌절을 찾고자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햄릿>은 최고의 극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괴테의 초상화는 다른 초상화와는 달리 중앙에 괴테의 초상화, 주변은 10장의 그림이 둘러 싸여 있다. 그 10장의 그림이 곧 괴테의 작품 속 장면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는 짧은 글들이지만, 독일의 서정시인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경우에는 7장에 달하는 작가의 초상화와 함께 하이네와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하이네의 서정시는 섬세하면서도 신랄하고, 격정적인 동시에 풍자적이고, 종종 슬프지만 그러면서도 익살스럽다. 해학이 있었기에, 독일링이자 유대인인 하이네가 온 유럽에서 받아들여졌고, 엄청난 사랑까지 받을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유럽은 이 영원한 실향민, 이 망명자를 당대 문학의 중심인물, 세계 기인으로 보았고, 바이런의 계승자로 인정하지 않았나. " (p. 75)
이 책에 소개되는 작가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저자와 같은 유대인인 경우가 많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평론의 특징은 작품에 대해서 직설적이고 강렬한 비판을 한다는 것인데, 그는 작품에 대해서 호불호가 명확하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한없이 너그럽고 열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너무도 싫어하여 극렬하게 비판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문학작품을 접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얼굴>을 읽으면서 독일 문학에 대해서 너무도 생소한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