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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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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장한 시기는 투철한 반공정신을 요구하던 시대였기에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리 많이 읽지를 않았다. 그래서 중국 문학이라고 하면 낯설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저자인 '위화'는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세계적인 작가라고 일컬어진다. 그렇지만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첫 번째 장편소설인 < 가랑비의 외침/ 위화 ㅣ 푸른숲 ㅣ2007> 밖에 없다.

위화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가랑비의 외침>, < 살아간다는 것>, <허삼관 매혈기>가 있는데, 이 3작품을 '인생의 3부작'이라고 일컫는다. 그것은 이 소설들은 유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기에 순서대로 읽으면 작품 이해가 더 쉽기 때문이다.

그중의 <살아간다는 것>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서 <인생>이란 영화로 만들어져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내가 읽은 <가랑비의 외침>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조각 조각 흩어진 유년의 기억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파편적 기억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 것이다.

이 소설을 읽은 지는 좀 오래되어서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저자가 유년시절과 소년시절을 보냈던 1966년부터 10년간 진행된 문화혁명을 전후한 이야기이기에 암울하고 칙칙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위화의 산문집이다. 흔히 산문집이라고 하면 신변잡기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아서 읽은 후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산문집은 위화의 필력을 알 수 있기도 하고, 내용들이 알차서 읽은 후에 이전에 알지 못했던 중국의 모습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0년동안에 급성장을 하였다. 1960년대의 문화대혁명이 정치권력의 새로운 분배를 가져왔기에 중국 풀뿌리 계층에 거대한 기회를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면, 이후의 개혁개방은 경제권력의 새로운 재분배를 가져 온 것이다.

그런 정치적 변화와 경제 성장은 중국을 정치 지상주의에서 금전지상주의의 중국으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결핍의 시대에서 낭비의 시대로, 본능이 억압된 시대에서 욕망이 넘치는 시대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지난 30년간의 중국을 살펴보면 극단에서 극단으로 빠르게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극단에서 극단은 아직도 도농간에, 계층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부의 편중이 심각하여 그것은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서의 중국의 화려함, 그리고 그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그늘과 어둠을 이 책에서는 저자의 개인사, 가족사를 중심으로 사회적 변화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다.

위화는 중국을 10개의 키워드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등극하여 국제사회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지만, 텐안문 사건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들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은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에서는 이런 금지된 단어를 비롯한 문장들을 걸러 내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중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했고,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는 미국, 유럽,남아메리카 등지의 여러 나라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출간이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출간할 수 없는 책이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이 글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 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 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인민' 중에서)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오늘날의 중국에 맞추어져 있으며, 오늘날의 중국의 삶의 모습과 함께 중국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문화대혁명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오늘날의 중국의 모습이 열 개의 키워드로 축약된 것이다.

10개의 키워드 : 인민,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

키워드 중에는 중국인들만이 알 수 있는 키워드도 있다.

영수. 그것은 마오쩌둥을 일컫는 단어이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영수는 신성하고 위대한 단어였으며, 그가 어떤 존재였던가를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마오는 때와 흐름을 살필 줄 아는 정치인의 소양과 시인의 고집을 지녔다고 하는데, 그의 주도면밀한 계획은 항상 즉흥적이었가고 한다. 진짜 영수가 서거한 후에는 산채(가짜)영수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위화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가 어떻게 책을 읽었고, 어떻게 글을 썼는가를 말해준ㄷ.

그 시절에는 서양의 소설들이 독초소설이라고 해서 모두 사라지고 사람들을 통해서 남겨진 몇 권의 책들이 암암리에 필사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사회가 얼마나 통제된 사회였던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끔찍하고 처절한 이야기들은 문화대혁명 시대에 부정적 인물로 꼽혀서 자아비판을 받고 처형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처형장면을 보기 위해서 처형장을 메우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 모든 사람이 정치 상황의 파도에 따라 흔들렸고 자기 앞길에 행운이 기다리고 있는지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 (p. 124)

그의 소설인 <가랑비의 외침>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들이 이 책 속에 더 상세하게 씌여져 있는데, 소설이 아닌 현실 속의 이야기이기에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위화는 대자보를 붙이고 공개처형 장소를 찾아 다닐 정도였기에 그의 글은 피비린내와 폭력이 난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꿈 속에서 자신의 공개처형 장면을 접한 후에 예전의 글에서 탈피하여 이성적인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 사실 삶과 글쓰기는 아주 간단할 때가 있다. 어떤 꿈 하나가 어떤 기억 하나를 되돌리면,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마는 것이다. " (p. 157)

우리에게 낯선 키워드로는 '산채'와 '홀유'가 있다. 이 키워드 역시 중국을 대변해주는 것들이다.

'산채'는 모방, 짝퉁을 이야기하는데, 심지어는 그들이 그렇게 위대하고 신성하게 여기던 마오쩌둥 산채 선발대회, 산채판 인터뷰까지 있다고 하니, 중국인의 짝퉁은 상품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이었다.

'홀유'란 중국 사회에 존재하는 허풍, 선동, 헛소리, 헛소문, 사기, 조롱, 희롱 등의 현상을 말하는 것인데, 이 단어는 빠른 속도로 전국을 풍미하면서 산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윤리와 도덕성 결핍과 가치관의 혼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위화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서 중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중국인이라면 숨기고 싶을 것만 같은 중국의 현대사 속에서의 중국인의 생각과 행동을,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의 부도덕적인 모습까지를 분석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위화는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고통은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자신의 고통을 함께 쓴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이 아닌 글을 통해서 중국의 숨겨져 있었던 모습을 (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그대로 접할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배낭에 담아 온 중국 / 우샹후이 ㅣ흐름출판 ㅣ 2012>이 있다. 대만의 존경받는 지식인인 '우샹후이'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중국을 종단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 여행기라기 보다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책이다.

아버지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지리, 교육, 사상, 현재의 상황까지 함께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중국의 미래와 그것이 세계사에 미칠 영향까지를 아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만인이 보는 중국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대만인이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인의 부도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에 중국인이 읽기에는 좀 거북스러운 점들이 있는 책이다.

위화라는 중국인 작가가 본 중국, '우샹후이'라는 대만인이 본 중국....

두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민낯의 중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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