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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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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것인가 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라고 하는 박찬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기자 생활을 하던 중에 이탈리아 영화에 매료되어서 시칠리아로 떠나게 된다.

시칠리아라고 하면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의 장화 코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마치 장화로 톡 차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갈 듯한 곳에 위치한 곳이다.

아마도 시칠리아 하면 마피아가 생각날 것이다. 저자에게도 이런 질문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마피아가 많다는 시칠리아에는 왜 가냐?'고.

그러나 그는 시칠리아에서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수료하고 귀국하여 셰프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책을 출간한다.

그가 쓴 몇 권의 책 중에 나는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ㅣ 나무수 ㅣ2010> 읽어 보았다.

제목이 말하듯이 파스타에 관한 이야기와 레시피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파스타가 사진으로 소개된 책이다.

소설가를 꿈꾸던 사람답게 책 속의 글들은 필체가 두드러지고, 음식이야기답게 맛깔스러운 글들이다.

그런 나에게 셰프이자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박찬일의 책 중에 두 번째 읽게 된 책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이다.

역시 유명 작가의 에세이보다도 알차고 문장력이 뛰어나고, 맛의 달인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내 기억 속의 맛들도 추억과 함께 얽혀 있음을 가끔씩 느끼곤 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추억의 많은 부분은 맛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 속에서 떠오르는 음식들 중에는 냉면이 있고, 칼국수가 있고, 카레가 있고, 청어구이가 있다.

학창시절의 추억 속에는 광화문 뒷 골목에서 맛본 매운 냉면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꽤 유명해서 인근 중고등학생들로 붐비던 그 냉면집.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비빔냉면을 먹은 후에는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야 그 매운 입맛을 가라 않힐 수 있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명동 뒷골목의 허름한 튀김집에서 먹던 튀김과 막걸리.

무교동 뒷골목의 매운 낙지 볶음.

내 기억 속의 맛집은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일까....

그곳에서 우린 암울했던 시대를 헤쳐 나갔었다. 언론 통제가 얼마나 심했던지 말조심을 해 가면서.

박찬일의 추억 속의 이야기들 중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엇비슷한 시대를 살아 왔기에.

청춘들에게는 '언제 적 이야기인가?' 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 수박 화채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더운 여름날 큰 수박 한 통은 화채로 만들어져서 가족들에게 각각 한 그릇씩 안겨진다.

그때에 꼭 필요한 것이 얼음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얼음은 겨울에는 석유를 팔고, 여름에는 얼음을 파는 집에 가서 사와야 했다. 얼음집에 가면 냉동고에서 큰 직사각형 모양의 얼음이 나오고 주인은 톱으로 이 얼음을 서걱서걱 쓸어서 한 덩어리를 새끼줄에 묶어서 준다.

녹으면 안되니까 빠른 걸음으로 집에 가지고 오면 어머니는 큰 바늘을 얼음 위에 대고 망치로 톡톡 쳐서 먹기 좋은 형태로 잘라 수박 화채 속에 넣어 주셨다. 그 시원한 수박 화채.

수박 화채를 먹은 날은 잠자다가 깨어서 화장실을 가야 했기에 옆에 있는 언니를 깨우곤 했었다.

수박 화채 이야기를 통해서 흘러간 어린 날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박찬일의 추억 속의 맛을 따라 가는 것은 나의 추억 속의 맛을 따라 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1부는 유년시절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하여 친구, 지인들과 함께 돌아다닌 국내 이곳 저곳에서 만난 음식이야기 이고, 2부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과 해외여행에서 만나게 된 이국적인 요리 이야기이다. 마지막 3부는 문학 작품에 나오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초로 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1박 2일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게국지'이야기도 흥미롭다. 태안반도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어떤 식당의 할머니 이야기.

그리고 '옴베르트 에코'의 호텔 미니바 이야기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한 맛집과 요리를 소개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 어떤 요리 속에 담긴 추억, 그리고 사람이야기. 그리고 맛이야기이다.

또한 맛 이야기 속에서 문학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앤소니 보뎅'의 <쿡스투어/ 앤소니 보뎅 ㅣ 컬처 그라퍼 ㅣ 2010> 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기도 한데, 요리의 재료로 쓰이게 되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참 가슴이 아프다.

 

연한 고기를 얻겠다고 어린 송아지가 식재료로 쓰여지거나, 산낙지나 문어에 가해지는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한 방법들은 인간의 잔인함을 느끼게 해 준다.

 

책 속에는 몇 종류의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소개되기에 한 번 셰프의 방법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박찬일의 추억 속에 맛이 함께 하듯, 내 추억 속에도 맛이 함께 하기에 이 책을 읽으며서 추억 여행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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