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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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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은 <상실의 시대>일 것이다. 그이후 시간이 될 때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루키의 책을 읽었지만, 워낙 많은 책을 썼기에 읽지 않은 책들이 꽤 된다.

아무래도 제2의 하루키 신드롬을 만들어 준 것은 <1Q 84>일 것이다. 3권의 책이 출간되는 동안에 '역시, 하루키!!'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책이다.

 

 

<1Q 84>의 흡인력은 대단하여 책 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 구입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책장 속에 박혀 있다.

 

 

하루키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서,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그렇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p.p. 6~7)라고 말한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소설쓰기가 훨씬 쉽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는 자신의 본업은 소설가이고, 부업이자 취미는 번역이기에 소설보다 에세이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맥주회사에서 만드는 우롱차'같은 에세이.

하루키 씨, 너무 겸손한 표현은 아닌가요!!

'무라카미 스타일의 에세이 쓰기'에서는 3가지가 빠진다. '타인의 험담은 구체적으로 안하기,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시사적인 화제는 가능한한 피하기'이다. 이를 제외시킨다면 '쓸데없는 이야기'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에세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기존의 에세이들에서 신변잡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의 나열을 많이 읽어 왔던지라, 에세이를 읽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루키의 에세이니까 조금은 다르겠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작가가 이야기하니,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키가 전하는 '지금/ 여기 / 우리'를 위한 52편의 에세이 ( 책 속의 글 중에서)를 읽어 내려간다.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된 <무라카미 라디오>의 후속편으로, 패션잡지인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년치 글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하루키의 나이가 환갑을 이미 지났는데, 20대 여성들이 읽는 <앙앙>지에 연재를 했다는 것도, 그의 글이 계층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로운 것이다.

하루키는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옛날 미국 서부 술집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술집의 피아니스트가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해서 총에 맞아 죽은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술 취한 김에 연주가 맘에 들지 않으니까, "빵~~" .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서부 술집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를 쏘지 말아 주세요. 그도 열심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루키의 글은 읽는 재미가 있고, 글 속에 위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시시하고 쓸데없는 글처럼 생각되면서도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합니까?'라는 글에서는 작가 다자이의 문체나 사물을 보는 견해가 하루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고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늘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그는 다자이의 오디오 북을 iPod에 다운받아 여행 중에 듣는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런 솔직함이 또한 하루키의 글이 주는 매력이기도 하다.

"나와 맞는다는 말은 역시 못하겠고 곳곳에서 '맙소사' 한숨을 쉬기는 하지만 (...) 아니면 나도 이제 젊지 않아서 자신과 다른 것도 평온하게 받아 들이게 된 것이려나 ?" (p 131)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에 다른 인생을 살았고, 그의 일생에서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의 생활도 많았기에 세상을 보는 시각이 일본인의 한정된 시각이 아닌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의 책 속에서 자주 느끼게 된다.

이 책 속에는 문학작품, 영화이야기, 여행이야기, 음악이야기, 음식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는 긴장하여 책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몰입을 하게 되지만,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속에 담겨 있는 짧은 52편의 글을 읽을 때는 하루키의 주문대로 편안하게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는,

" 사람은 때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 속 고통이나 슬픔도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 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 준다. " (p. 219)

 

무더운 날씨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책이 필요하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 채소의 기분, 바다 표범의 키스>를 읽어 보면 어떨까?

물론, 사사하고 소소한 일상을 하루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함께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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