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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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독자들이 읽은 <비스트>


읽는 도중에도, 읽은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아동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원본에는 잔혹한 상황 묘사가 반복되었고, 소설 속의 인물들의 격렬한 감정 표현이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상스러운 욕설 등이 난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편집자와의 상의끝에 이런 부분들을 많이  순화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밀 정도의 감정이 드는 장면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아동 성폭행은 그 어떤 범죄행위보다 엄중한 잣대로 처벌해야 하고, 근절해야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작가에 의해서 쓰여졌다.  안데슈 루슬룬드는 스웨덴 공영 방송의 사회부 기자로 시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에 출소자들의 갱생을 돕는 '재소자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설립한 버리에 헬스트럼을 만나게 되고, 그를  계기로 <비스트>라는 소설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두 명의 작가 중의 '버리에 헬스트럼'(남자)이 바로 5살, 7살, 9살에 세 차례씩이나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후 그는 성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폭력, 마약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후에는 출소자들을 위한 갱생 단체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성폭행 피해자이자, 폭력과 마약 등의 범죄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입장인 것이고, 그의 교도소 생활의 체험은 <비스트>라는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교도소 장면들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 기억, 아픔이 묻어 있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6살 아이에게 가해지는 아동 성폭행 장면으로 시작된다.
벤트 룬드라는 파염치한 아동 성폭행범은  두 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들을 자신의 먹잇감(?)으로 생각한다.
갈색 머리, 금발 머리 두 아이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장면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가학에 가까운 폭행후에,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데, 룬드는 그 사체의 발과 신발을 깨끗하게 핥는 이상한 흔적을 남긴다.
그는 분노로만 표출되는 성충동, 그것도 아주 나이어린 여아들에 대한 성충동이자 가학이자, 살해인 것이다.
룬드의 행동에 대항할 수도 없는  아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고, 무기력하게 굴복당하는 모습에서 쾌락을 느끼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후,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후송되던 룬드가 탈주를 하면서 또다른 아동 성폭행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어릴적에 아버지의 학대에 자살을 선택해야만 했던 형에 대한 기억을 가진 프레드리크.
이혼을 한 후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작가인데, 딸을 유치원에 보내는 길에 마주치게 된 사람이 탈주범인 룬드였다는 것.
그리고, 프레드리크의 딸이 유치원에서 실종되게 되었다는 것.


프레드리크에게 돌아온 것은 이전의 룬드의 아동 성폭행 살해사건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해된 딸의 주검.
여기에서 프레드리크가 선택하는 룬드에 대한 처벌은?

이런 이야기가 교도소 속의 풍경과 그속에서 또다른 범죄를 꿈꾸는 수감자들.
그리고, 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도관, 호송기사 등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이 버리에 헬스트럼이 재소자였기에 교도소에 얽힌 이야기는 그의 경험을 토대로 한 날카로운 통찰력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이 생각해야 할 점들은 참 많이 있다.
룬드는 상습적인 아동 성폭행범이다. 그가 살해하는 아동들은 6살, 5살, 9살이다.
이처럼 나이 어린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성폭행후의 살해는 너무도 끔찍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해지는 법의 판결은 과연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룬드가 경미한 정신질환이라니...
이런 경우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기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프레드리크가 자신의 딸이 성폭행 살해를 당한 후에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인 연쇄 살인범에 대한
살인.
경찰보다 더 먼저 그의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 무엇일까?
한 개인이 찾을 수 있는 범인의 소재를  많은 인원과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경찰은 왜 찾을 수 없었을까?
만약에 프레드리크가 룬드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두 아이가 희생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정당 방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연쇄 살인범이라고 해도, 법이 아닌 개인이 그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파장은 어떻게 할까?
그래서 프레드리크의 행동에 대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너무도 많은 물음을 독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특히, 사형제도가 없는 스웨덴에서는 그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연쇄 살인범일지라도 단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출소나, 탈주는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기에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룬드는 두 차례나 탈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비스트>는 이런 많은 물음을 줄 수 있는 소설이기에 범죄 스릴러 소설의 범주를 뛰어 넘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소설의 마지막.

"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것들을 소설 속에 풀어내기도 했다. (...)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 보기에 따라 비정상으로 보이는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창작의 세계를 넘어서서 엄연히 현실 속에,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479)

그래서, 책장을 덮은 후에도 쉽게 소설 속의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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