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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시, 소설,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김선우'.
그녀는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아직까지 시인 김선우의 시는 읽지를 못했다.
내가 시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캔들 플라워>를 통해서이다.  


   

소설의 제목만큼이나 예쁜 책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 왔지만, 그 소설은 배경은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 집회였다.
어찌보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을 소설에 담는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겠지만,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캐나다 소녀 '지오'의 다각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촛불집회'라는 소재를 가지고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는 신선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감각적인 시어같은 문장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인은 이번에 세번 째 장편소설의 초고를 끝내고 가슴에 담아 두었던 '오로빌'을 찾게 된다.
작가에게 한 편의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겠는가....
"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프롤로그 중에서 p4)
"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병아리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p6)







오로빌 ~~
나로써는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다.
지명만 낯선 것이 아니라, 그곳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남인도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한 "새벽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전세계 40여개국, 2천여 명이 평화와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 모여사는 '생태 공동체',' 영적 공동체'이다.
인도의 스리오로빈도가 자신이 꿈꾸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달랑 삽 몇 자루를 들고 벵골만의 황무지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내면의수련을 위한 명상터를 만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곳의 생활이 "파라다이스".
유토피아인 것이다.

   
 
전에도 이런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그곳은 완전히 절제된 생활, 외부와의 문화적 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명상을 하는 공동체였는데,
오로빌은 그런 공동체와 닮아 있지만, 또 다른 모습이다.
무소유, 공동소유, 개인소유가 공존하는 곳이며,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을 하지만, 일을 하고 싶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완전히 무소유를 원하는 곳이 아니기에 많이 가진 자도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오로빌을 찾아 올까?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행복을 찾길 원하기 때문이다.
오로빌에 적응을 하여 행복한 사람들, 정주하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잠깐 들러서 지내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시인의 눈에도 이곳은 많은 장점을 가진 인류의 화합과 조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이고, 장점이 많은 곳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문제점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가장 행복한 곳일 수도 있는 곳이다.





"인생이라는 신비한 항해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따르고 싶은, 매혹되고 싶은, 헌신하고 싶은 존재를 만난다는 것.
그런 일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풀어볼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을 터. 평번한 생활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생과, 전생을 헌신하여 이루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생. 두 가지 모두 인생을 특별한 선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들일 것이다.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좋은 삶이라고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스스로 선택한 운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언제나 가장 중요할 것이다." (p270~271)  



  

 

시인의 생각처럼 삶에 있어서 어떤 정답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로빌에서의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삶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이런 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를 원하지도 않기에 책 속의 내용들은 생판 타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시인은 이 책을 통해서 오로빌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나에게는 토막 토막 잘려서 둥둥 떠다니는 조각들처럼 느껴진다.
너무도 낯선 오로빌의 이야기.
시인 김선우는 새로운 장편소설의 초고를 마치고 지친 심신을 오로빌에서 재가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지금껏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여행에세이를 쓰지 않았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의 모든 여행은 시와 소설로 전이되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로빌에서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을 보면 그녀에게 오로빌은 또다른 의미가 있는 곳인가 보다.
김선우의 세 번째 장편소설의 출간도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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