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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얼핏 TV에서 공지영을 잠깐 보았다. 이번에 출간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와 관련된 인터뷰였던 것같다. 언제나 처럼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자기주장이 분명한 모습이 스쳐간다. 보기에 따라서는 까칠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래서 공지영에게는 안티팬이 많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그 누군가가 읽어도 쉽게 다가오기에 그 누구보다도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작가이기도 하다.

 
공지영의 작품들은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고등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그리고 자신과 자녀들의 이야기가 토대가 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등...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지영의 작품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의 모습이 가장 풋풋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고,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그 중의 몇 글귀는 고이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이기에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과 같은 느낌이기를 바랬지만, 역시 그 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아주 아주 친한 친구의 자매가 지리산에 살고 있다. 친구의 조카는 오카리나 연주가이다. KBS 에서 토요일에 방영되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경쾌한 시그널 뮤직의 조카가 작곡한 오카리나 연주곡이다.
2009년에 친구 조카 오카리나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때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긴머리를 뒤로 묶고 개량한복을 입은 젊은이의 모습이 참 신선했다. 그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개량한복에 생머리 그대로....
노고단 근처에 살고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너무도 행복이 넘치는 가족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바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오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에 이런 행복을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낙장불입 시인, 버들치 시인, 최도사, 고알피엠여사, 그리고 지리산 사진작가와 박목수, 수경스님과 또 다른 스님들...
지리산을 등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꽁지작가의 친구들은 어찌보면 도시의 소음(복합적 의미)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낙향(?)한 사람들인 것이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그 사람에게 다시 상처를 되돌려 줌으로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만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꼭 사람이 아니라 해도 생명을 기르고 사랑ㅎ는 일이 치유의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P39)

그래서 이들은 지리산에서 서로 서로 작은 행복을, 아니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누리고자하는 인생의 목표와는 다른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삶을 찾아 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칭 '자발적 가난 희망자'가 된 사람들. 연세(年稅) 50만원에 경치좋은 곳에 집을 빌릴 수 있고, 연봉 200만원에 흡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고학력에 지식을 겸비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떨쳐 버리고 밭고랑에 앉아 피를 뽑고, 개울에 투망을 던지면서 촌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의 의지대로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조용히 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러 저러한 개발이 우리의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려고 하니까.
지리산에 댐을 건설하고, 케이블카를 놓고, 4대강 개발을 하고.....
그래서 이들은 오체불지 순례단이 되기도 하고, 삼보일배 행렬에 나서기도 한다.
꽁지작가는 지리산의 친구들의 행복한 삶의 모습과 함께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 그녀가 홀로 느꼈던 이야기들은 잔잔하고 가슴에 잦아드는 이야기들이었다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의 이야기는 왁자지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꽁지작가의 재치있는 입담이 웃음이 '팡'터지기도 하고, 그 누군가의 이야기는 솔깃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특히, 쌍계사 일대가 국립공원이 조성될 때에 남들이 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민둥산을 받아서 나무를 심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먼 안목을 내다보는 지혜가 담겨 있다.  

아부지 생각에 세상은 바뀐다. 낭구라 카는 거는 10년 멀리 내다 보는 기 아이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기라. 아부지가 지난해에 밤을 심었는데 이제는 매화낭구를 심어 매실을 얻을 끼고 그 담엔 차를 심을끼라. 그리믄 차들 따겠제. 지금 마을 사람들이 아부지 낭구 심는거 보고 뭐라캐도 너거는 신경쓰지 말그래이. 봐라. 아부지가 매일 낭구를 심으믄 아부지가 죽기 전에 가져갈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너거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여기서 수많은 것들을 얻을 끼고 너거들이 낳은 아그들, 그러니까 내 손주들대에는 이 산의 나무만 가지고도 그냥 살 날이 올기다. (P198)

남들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님을, 자신만의 행복이 깃든 삶이 무엇인지를 공지영은 지리산 자락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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