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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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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리 힘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식의 차이이기에, 자신의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것은 타인의 이목과는 전혀 상관없이 행복한 것이다.
저자는 그만큼 내면적 성숙을 갖춘 사람이기에 이런 말을 서슴치 않고 할 수 있으리라.


이 책 저자의 생활은 반쪽 시골 라이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도시로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의 집구경은 시켜 주질 않기에 어떤 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꽃이 만발한 정원은 '타샤 튜더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홍매화, 꽃사과, 수국, 활련화, 모과사무 등이 사진 너머 부러울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에 있을까. 유난히 꽃이 핀 정원을 좋아하기에 아주 아주 많이 부럽다.

 
 

그러나, 수국 꽃잎의 꽃뱀이나 한 밤중의 개구리의 침입은 사양하고 싶은 맘이다.
책 속에선 저자의 자연 사랑의 마음이 엿 보인다. 농촌의 가을날 폐비닐을 뒤집어 쓴 밤나무가 안스러워 걷어 내는 마음.
유채밭에 와서 새 순을 먹고 가는 고라니에게 유채 순을 양보하는 아름다움.
고라니가 먹을 것이 없어서 유채를 뜯어 먹지만 먹이가 풍부해 지면 안 먹겠지 하고 그냥 두었더니 난쟁이 유채꽃밭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탓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전원주택에 살고 있다면 어김없이 집에 놀러 올 때에 삼겹살 파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된장찌개, 상추, 깻잎, 고추, 쑥갓의 시골 밥상을 내놓는 마음..
복자기 단풍나무의 가지치기 후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나무를 돌보는 마음.

 

복자기 단풍나무는 나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투명한 수액을 쏟아냈다. 소리없이 울었다. 나를 위해 달디단 수액을 흘리며 운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엇을 때 분노와 미움과 복수로 뭉친 화를 쏟아 내지 않던가. 복자기 단풍나무의 어린 싹을 보며 낯을 붉힌다. (p107)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 준다. 요강 할머니, 향나무 집 남자. 벌치는 농부, 똘배집 노인, 마을 통장, 알코올 아저씨.
모두 정겨운 사람들이고, 비록 그들에게 조금은 모자라는 어떤 부분들이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과 함께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 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 대한 마음이 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족하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맘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속의 이야기중에 가슴이 아픈 이야기가 바로 '친친이'와 '살구' 그리고 '고라니'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키워 온 친친이. 7살 때에 산책길에 홀연히 산 속으로 사라진 하얀 진돗개. 7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게는 7살 친친이로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삽살개 살구의 어이없는 죽음.
고라니의 로드킬.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는 낮에 나온 반달을 닮고 싶어 한다.

낮에 나온 달을 볼 때면 그 달을 닮고 싶었다. 검은 하늘이 아니고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우주의 이방인 같고 방랑자 같았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공간에 홀로 놓인 외톨이였다. (...) 낮달은 가슴 아픈 이들이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사연처럼 처연하게 떠 있다. (p235)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고  쓸쓸해 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이와같다. 그러나 나는 만사가 이와 같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낮달은 밤의 마술에 빠졌다가도 낮이 되면 깨어나는 불멸이니까. 내일이면 하늘의 선물처럼 새로운 낮달이 다시 나올 테니까. 사는 건 이처럼 행복한 일이다. (p237)


이처럼 그에겐 '사는 건 행복한 일이다.'
작은 행복의 모습을 엿 보기를 바란다면, 그의 삶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은 우리의 마음, 마음에 있음을 이 겨울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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