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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메리칸 러스트'의 작가인 '필립 마이어'는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이런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은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립 마이어'의 화려한 데뷔작인 '아메리칸 러스트'가 미국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한 파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예의 작가가 이와같은 찬사를 받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작품에 그의 다양한 삶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1974년생이며, 이 작품의 배경처럼 철강노동자 계층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의 성장기에 철강도시의 몰락으로 성실하던 그 지역 사람들이 가난과 범죄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으며, 16살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전거 수리공, 건설 인부, 구급 의료기사 등 을 하게 되고, 다시 20살에 작가가 되기 위해서 코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졸업후에는 전공과는 다른 월스트리트에서 금융파생상품 전문가로 변신하는 다양한 삶의 체험을 가지고 있다.
작가 소개글을 보면 어머니가 예술가였고, 아버지는 과학강사였다고 하니, 꼭 이러한 길을 걷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이런 자신의 성장무대였던 철강도시의 몰락에 따른 그곳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자 소재, 주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작가 소개의 글이 길어지는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기때문이다.
'아메리칸 러스트'는 1987년에 문을 닫고, 10 년후에는 일부 해체가 되는 펜실바니아 파예트 카운티의 부엘 마을이 배경이 된다. 몰락한 제철도시, 많은 사람들이 다른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 버리고, 떠나지 못한 사람들만이 남아있는 도시. 그렇기에 그곳은 실업에 의한 가난과 범죄에 노출된 도시로 변해 버린 곳이다. 이곳에 남겨진 20대가 갓 지난 두 청년. 아이작과 포. 그들은 서로 너무도 다른 외모와 성격, 그리고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두 젊은이가 우연히 겪게 되는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얼핏보면 '아이작'과 '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의 구성이 말해주듯이 '아이작' 그리고 그의 누나인 '리' 아버지인 '해리' 엄마인 '메리'
또한, '포' 그리고 그의 어머니 '그레이스' 경찰서장 '해리스' 아버지인 '버질' 등이 모두 중심인물이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들 중심의 이야기가 각 장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인물묘사를 아주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여 써나가고 있다.
아이작은 상당한 지적능력을 가진 청년이지만 어머니의 자살과 누나인 리가 부엘을 떠남으로써 자신에게 맡겨진 병든 아버지를 질시하면서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집을 떠나자마자 그 도시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살인사건에 연루되게 되지만 과감하게 그 도시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
그런데 비해 고등학교 시절 잘 나가던 풋볼 선수였던 포는 대학진학을 하지 못하고 그 도시에 머물다가 아이작이 이 도시를 떠나는 날에 함께 있다가 뜻하지 못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 사건에 말려 들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찌 보면 흔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흔한 이야기로 펼쳐지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 그리고 또한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가 마지막 부분을 읽을때까지 긴장을 놓치 못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작의 지금까지의 쉽지 않았던 삶의 모습과 그가 진정으로 아버지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친구 포와의 관련 이야기, 그가 '집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 등을 이야기속에 담아 놓고 있다.
아이작, 포.... 그들은 둘 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그들이 실패한 인생처럼 살아가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아이작의 엄마가 자살하게 되는 이유는?
아이작의 누나인 리, 그리고 아버지 '해리', 포의 엄마 '그레이스', '그레이스'와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하는 경찰서장 '해리스'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많은 의미들. 그것은 그냥 지나쳐 버리고 읽을 그런 이야기가 아닌, 그 사람 사람마다의 깊은 삶의 모습들을 성찰해 보아야 될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모든 사람들은 아이작과 포가 살인사건에 얽힘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깨닫게 되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그제서야 진실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몰락한 철강도시라는 것은 그저 소설의 배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문제가 철강도시의 몰락과 그 몰락으로 인하여 피폐해지고 잊혀져 가는 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무더운 날씨 그리고 550 여장에 이르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한 순간의 긴장을 풀 수없는 그런 작품으로 '아메리칸 러스트'는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