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여행자
정여울 지음 / 해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여행을 일상처럼 편안하게, 일상을 여행처럼 짜릿하게 만들고 싶은 글쟁이,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마지는 작가.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 ( 작가 소개글 중에서)

정여울 작가의 <내성적인 여행자>의 작가 소개글이 첫 부분이다. 매우 인상적인 소개글이다.

정여울은 우연히 알게 된 작자인데, 첫 번째 읽었던 책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리고 작가 소개글에서 나오 듯, 깊이있는 글이 좋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한 권씩 읽는 중이다.

특히, 정여울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의 사적인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헤세' 역시 좋아하는 작가가 됐다.

정여울은 대학시절에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온 이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쓴 여행 에세이도 여러 권이 있다.

특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비롯한 여행 에세이도 좋지만, 그밖의 다수의 책들도 참 좋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책 속에는 문학, 예술, 심리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여울의 책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책들은 리스트에 담아 놓았다가 읽곤 한다.

<내성적인 여행자>는 정여울의 세 번째 여행기이다. 작가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는 생각 조차 못했는데...

" (...)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매번 신기해 하고, 같은 장소조차 매번 새로이 아름답고 눈부시다고 느끼는 축복이 주어진 것 같다. 어쩌면 잃어버린 길들은 나에게 익숙한 길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느낄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길들만이 내 인생이 아니라, 그 모든 ' 잃어버린 길들' 이 오늘의 나를 길러낸 또 하나의 힘이었음을. 나는 내가 걸어간 길 위에만 서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깜빡하고 잃어버린 길들, 무심코 접어둔 갓길들의 총합이 만들어낸 예측불가능의 산물이다. " (p.5)

여행길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당황스럽겠지만, 오히려 그건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 길을 잃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들, 더듬더듬 잃어버린 길을 찾아 낯선 골목을 내 발로 헤매야만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책을, 수줍고 두렵지만, 마침내 떠나기로 한 당신을 위하여 띄워 보냈다. " (p. 10)

뚜렷한 목적을 위한 여행이 아닌, 발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마음을 잃고...

그것이 참다운 여행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보 여행을 떠날 때는 패키지를 선택하지만, 이후 배낭 여행을 하게 되면 여행의 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어떤 도시를 처음 갔을 때, 그리고 두 번째 갔을 때... 여러 번 가게 된다면...

그때 마다 새로운 도시를 만나게 된다. 바로 정여울의 여행도 그런 여행이다. 같은 도시를 갈 때마다 보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면 어슬렁 어슬렁 골목길을 탐방하는 그런 여행.

빈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주로 관광지를 더 많이 보려고 했지만, 두 번째 여행에서는 벨베데르 궁전에 있는 미술관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만난다.

레오폴드미술관에서는 에곤 쉴레와 클림트를 만나고...

정여울은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이지만 예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그래서 그가 쓴 책들은 깊이가 있다.

리스본을 갈 때는 당연히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으면서 간다. 그리고 '페르란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도 같이 가지고 간다. 그 배경이 리스본이니까.

햄릿의 무대를 찾아서 덴마크의 헬싱외르에 가서 크론보르 섬을 찾는다.

브론테 자매를 만나기 위해서는 영국의 하워스로.

3쟈매는 1847년에 '샬롯 브론테'는 <제인에어>를,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을, 막내 '앤 브론테'는 <아그네스 그레이>를 출간한다.

<폭풍의 언덕>의 음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소설 속의 그곳을 찾아가면서 자매들의 일화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제인 오스틴'의 흔적을 찾아 나선 런던 근교의 바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제인 오스틴 센터>에서는 여성 작가여서 인지 많은 자료를 찾을 수는 없다.

문학 평론가다운 문학 작품 해설은 언제나 소개되는 책들을 찾아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스페인의 콘수에그라의 풍차마을, 물론, 돈키호테을 만나러 가는 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미술 이야기로 넘어간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화들.

삶을 사랑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예술을 사랑하는....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로 항상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글, 좋은 글을 선사하는 정여울.

앞으로도 작가의 책들에 매료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