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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시로 마사무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평점 :
<공각기동대>는 1991년 단행본이 출판된, 시로 마사무네의 하드 SF 만화다. <AKIRA>, <총몽>과 더불어 일본 SF 만화의 대명사이며, 단 세 권의 트릴로지로 이루어진 원작 만화에서 극장판 및 TVA시리즈로 넓게 확장된 하나의 거대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투자로 TVA 시리즈인 SAC의 후속편 제작이 발표되기도 했다 2020년 방영 예정이라고.
저번 주의 절반 이상을 나는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를 보는데 소비했다. 현실적인 근미래 국가 정세 묘사, 세련된 메카닉 및 차량, 총기 디자인, 광대한 네트워크 세계에 대한 고찰. 주석 및 짤막한 에피소드로 실린 철저한 과학적 설정은 곧 다가올 미래를 실감나게 만들고, 네트워크와 인간의 결합을 미래 인류의 가능성으로서 제시하는 마무리는 정말 과감하고, 또 대단하다(이 부분이 <공각기동대>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상당히 철학적, 종교적 요소가 작품 곳곳에 스며있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나 인상깊게 다가오는 것은 '상'에 대한 작가의 언급으로, 작은 개별 요소들이나 경험들이 모여서 그 총제인 하나의 '상'을 이룬다고 말하는데('인형사'도 이 개념으로 설명한다) 나 자신의 생각과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심오하고 철학적인,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코믹하고 활발하며, 공각기동대(공안 9과)의 활약상을 그리는 액션 수사물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1권 이후 모토코의 이야기를 다룬 2권, 그리고 1권 이후 공안 9과의 이야기를 다룬 1.5권.
2권은 작가도 말했듯, 분명 공각기동대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1권에서 던진 과감한 해답의 이후를 그리는 작품으로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네트워크 세계를 묘사하는 분량이 압도적이고, 그래서인지 컬러 페이지가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그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전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어지러워서, 좀 익숙해지고 따라가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적응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나도 2권은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힘들다. 사건 전개나 정황 정도는 이해했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일본 신토에 기반하고 있어서, 또 상당히 추상적인 묘사가 많아서 말이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지금은 한 번 완독으로 족하다. 지치기도 하고...
1.5권은, 음... 2권을 읽고 읽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고는 싶은데, 2권이 넘 읽기 힘들면 1.5권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 이쪽은 어디까지나 공안 9과가 벌이는 액션과 수사에 관한 이야기니까. 토구사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도 두 번 감상했는데, 영상 연출의 탁월함은 두말할 것 없지만, 모토코나 바토의 성격이 원작과 많이 달라서 우선은 좀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후치코마가 안 나온다! 왜? 후치코마 어디갔어! 얘내가 없으면 공각기동대가 아니잖어! 사실상 원작의 이런저런 장면을 잘래내고 끼워맟춰서 인형사 사건 중심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정적이고 어두운 연출은 사실 내 취향이기는 하다. 아마 이쪽을 먼저 봤다면 오히려 원작의 코믹한 부분에 적응이 안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쪽은 오히려 상징적인 장면을 삽입하거나 철학적 문답을 직접 대사로 던져주는 편이라 원작보다도 우리가 사이버펑크 하면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어두운 분위기에 들어맞는다.
SAC 시리즈는 인형사를 만나지 않았을 떄를 가정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떨지. 원작의 코믹함은 잘 살아있다고 한다. 후치코마를 모티브로 한 타치코마라는 녀석들도 나오고. 아직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가 없는데, 아마 3기가 나올 즈음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국내에 판권이 없어서 볼 수가 없다고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