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 불교 명상과 심리 치료로 일깨우는 자기 치유의 힘
마크 엡스타인 지음, 김성환 옮김 / 한문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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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 생기면 뭘 먹어도 체할 때가 있어요.

참으면 괜찮겠지, 라며 속이 불편한 채로 잠들지만 결국 답답한 증상이 심해져서 깨고 말아요.

마음이 불편하면 몸도 편할 수 없다는 증거겠죠.


"...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든 자신의 불편한 느낌을 피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이런 태도는 비현실감만 증폭시켰다.

감정적인 내용물은 개방적인 태도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내용물은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가

부적절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오고 말 것이다." (93p)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를 읽다가 위 문장에서 멈췄어요.

클레어라는 여성이 자신의 감정을 대처하는 방식을 사례로 소개한 것인데, 제 경우와 너무나 흡사했거든요.

이 책은 뉴욕의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심리 치료에서 불교 명상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저자는 서양의 심리 치료와 불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해요.

"길들여지지 않은 자아가 인간의 행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10p)

모두 '자아' 라는 다루기 힘든 문제에 대해서 '자아(me)'보다는 관찰하는 '자기(I)'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 한다는 것.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 성찰을 권장함으로써 자기중심성을 줄이고 자아의 균형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는 것.

불교의 명상 훈련은 심리 치료처럼 비슷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달라요. 숨겨진 본능을 발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의식 현상 그 자체로부터 영감을 얻는 방식이에요.

우리 자신의 마음을 어떤 판단이나 간섭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 매 순간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과 함께 머무는 능력, 즉 '알아차림(Mindfulness, 마음챙김)'이라고 표현해요.

알아차림은 마음과 몸의 모든 활동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하며, 이 거울 이미지는 불교에서 매우 중요해요. 불교의 명상은 모든 현상이 붕괴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거울 같은 자각만이 남는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이 책은 바로 불교의 명상 수행법을 팔정도라는 여덟 가지 태도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올바른 견해(정견), 올바른 의도(정사유), 올바른 말(정어), 올바른 행동(정업), 올바른 생활(정명), 올바른 노력(정근), 올바른 알아차림(정념), 올바른 집중(정정) 으로 구성되는 팔정도(八正道)의 가르침은 각 여덟 단계마다 자아와 기꺼이 대면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여덟 가지 태도가 무엇인지를 하나씩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어떻게 진료에 적용하는지,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환자의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앞서 등장한 클레어의 사례는 '올바른 의도'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클레어는 20대 후반에 처음 명상을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달리 명상을 매우 쉽게 느꼈어요. 종종 자기 삶의 성과보다 자신의 명상적 성취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클레어에게 명상적 공간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였던 거예요. 클레어의 고질적인 문제는 인간관게에서 비롯하는 풍요로움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자신의 무가치함을 확신하는 태도였어요. 심리 치료에서 클레어는 자신의 과거 인생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발견했어요. 그녀의 비현실감과 그 아래 숨겨진 욕구와 감정들이 그녀의 행동의 상당 부분을 좌우해 왔던 거예요. 

불교 팔정도의 '올바른 의도'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의도에 비유할 수 있어요. 어머니는 미움이라는 느낌에 등을 돌리는 대신에 가장 어려운 감정 경험조차 견뎌내는 지혜와 자비를 갖추고 있어요. 어린 시절의 원초적 감정들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닌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삼을 줄 아는 태도를 뜻해요. 사실 누구라도 개인의 인생사를 지우는 건 불가능해요.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우리 자신이 자아와 관계 맺는 방식이에요. 클레어는 스스로 자신의 불편한 느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했고, 그 불편한 느낌들은 다시 통합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이 올바른 의도의 가르침이에요.

"제거되지 않는 장애물을 그대로 마주하라."  (92p)

아마도 사람마다 여덟 가지 태도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전부일 수도 있고, 그 중 하나일 수도.

저자는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서 '옳은' 사람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 원하지 않는 조언을 건네는 것이 역효과를 낳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환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주었다고 해요. 이 책에 나오는 팔정도의 가르침 역시 심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도움을 주는 하나의 시도인 거죠.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극복하는 주체이며, 책에서 제시된 조언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활용할 수 있어요. 명상은 특효약이 아니에요. 세상에 심리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해줄 방법은 없어요. 단지 흔들림 속에서 균형 잡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깨달음은 자아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와 맺는 관계를 변화시켜 놓는 것일뿐"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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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이 스위스 - 여행을 즐기는 가장 빠른 방법 인조이 세계여행 41
맹지나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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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TV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스를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누구라도 감탄이 나올 만한 자연 풍경이라 보는 내내 힐링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한 곳이 스위스예요.

<인조이 스위스>는 스위스 여행 가이드북이에요.

여행자들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죠. 어디를 여행하든지 미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정해진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전반적인 스위스 정보부터 추천 코스, 지역별 여행 정보, 테마 여행 그리고 기본적인 여행 준비 사항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스위스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역시 아름다운 자연이죠. 체르마트의 마테호른, 바젤의 라인 강변, 인터라켄의 브리엔츠 호수와 툰 호수, 융프라우요흐, 루가노의 몬테 브레, 생모리츠 호수, 레만 호수 등 가능하다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고 싶어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기 일정이 아닌 경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거예요.

책으로 살펴본 스위스에서 마음이 끌리는 장소는 루체른이에요. 루체른은 작지만 오래 머물게 되는 장소로, 주변의 아름다운 알프스 산들 때문에 놓치기 아까운 명소라고 하네요. 실제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여행 계획을 짠다면 대표적인 코스로 취리히에서 루체른,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인터라켄, 융프라우요흐, 제네바까지를 추천한다고 해요. 짧은 기간동안 스위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코스라고 하네요. 필라투스는 중세 시대부터 귀족들의 휴양지였다고 해요.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한 로마의 유대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망령이 각지를 떠돌다 이곳에 이르렀다는 전설에 따라 필리투스로 불리게 되었대요. 악마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최고봉 톰리스호른에 오르면 여섯 개의 호수와 새하얀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 봉우리들이 압권이라고 해요.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가파른 기찻길을 오르내리는 톱니바퀴 산악 열차도 유명해요. 여행 프로그램에서 이 산악열차 타는 장면을 보면서 가족 여행을 꿈꾸게 되었어요. 용이 산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구성해 놓은 드래곤 트레일 동굴 산책로는 인기 코스라고 해요. 각 코스마다 교통편과 숙소, 먹거리, 볼거리까지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사진과 함께 지도로 설명되어 있어서 일정 관리가 쉬울 것 같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여러 할인 혜택이 있는 취리히 카드 72시간권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어요. 3일 동안 자유롭게 어디든 다닐 수 있다고 하니 정말 편리할 것 같아요. 각 지역마다 연중 행사와 축제 정보가 나와 있어서 여행 날짜에 맞춰 참여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항공권 구입은 여행 1년 전이나 최소 3개월 전에 예매하면 직항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여행지가 정해졌다면 일단 항공권 판매 사이트에서 항공사별로 가격과 경유지 등을 비교해보라고 하네요. 여행사를 통하는 것보다는 항공사 홈페이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좀더 저렴할 수 있어요.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스위스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데,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도시는 취리히뿐이고 약 11시간 정도 걸린대요. 스위스는 유로화가 아닌 스위스 프랑(CHF)을 사용한대요.

여권 발급부터 여행을 위한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면 안심이 될 것 같아요. 스위스 입국은 특별한 절차 없이 단순 관광이 목적이면 체류 기간이나 숙소 정도만 간단히 묻는다고 해요. 책에 나온 QR 코드를 찍으면 '인조이맵'으로 책 속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어요. 위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길 찾기 기능과 스폿간 경로 검색도 가능해요. 즐겨찾기 기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폿만 저장할 수 있고, 각 지역 목차에서 간편하게 위치 찾기를 할 수 있어요.

2019년 기준, 현지의 최신 정보를 담고 있어요.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요금이나 시간 등의 정보를 참고 기준으로 삼아 여행 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해요. 특별부록으로 휴대용 여행 가이드북이 들어 있어요. 각 지역의 지도와 간단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기본 회화가 담겨 있어요. 여행 가방 속에 쏙 넣어가도 부담되지 않을 미니북이라서 유용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맵코드 서비스는 현지에서 가장 편리한 기능일 것 같아요. 갈수록 여행 가이드북도 시대에 맞게 진화하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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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최경원 지음 / 성안당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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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끌리는 디자인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솔직히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가 끌리는 요소인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뭔가에 대해 궁금증 내지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만약 책 제목이 <디자인 인문학>이었다면 덜 끌렸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흥미로운 디자인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쳤겠지만.


이 책은 우리 삶과 밀접한 '디자인'을 주제로, 현대 디자인의 변화와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디자인 분야가 재미있는 건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호불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순수 예술 분야와는 달리 디자인은 상업적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친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디자인을 단순히 상업이나 기술의 소산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요.

그 이유는 디자인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예술 분야와 똑같기 때문이에요. 즉 정신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이라는 거죠.

저자는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주목하면서 앞으로의 역사는 우리가 써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우선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를 소개하고 있어요.

공간의 가치를 구현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인 <롱샹 성당>과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인 <빛의 교회>는 무척 인상적이에요.

이들을 소개한 이유는 현대 건축가 중 아무도 보지 못했던 '공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감동적으로 실현한 거장들이기 때문이에요.

시멘트와 철골로 지어지는 현대 건축에서 동아시아적인 공간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동아시아 건축의 특징이란 건물을 이루는 재료의 속성을 다른 재료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에요. 또한 밖에서 본 건물 모양은 소박하고 볼품 없이 디자인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건축의 핵심 가치는 건물 안으로 어떤 자연을 끌어들이는지가 중요해요.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는 시선을 그대로 가지고, 우리의 고건축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책에 나오는 병산서원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병산서원이 보여주는 공간적인 아름다움은 현대 건축의 대가인 르 코르부지에나 안도 타다오가 추구했던 공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어요.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병산서원은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노출 콘크리트 건축 방식은 세련된 면은 있으나 삭막한 느낌이 들어서 피로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우리 전통 건축은 새롭게 조명해볼 만한 가치를 지녔어요. 과거의 것은 낡고 진부하다는 편견을 버리면, 우리의 고건축들에서 공간을 다루는 뛰어난 솜씨를 재발견할 수 있어요.

20세기 미술과 디자인 분야를 지배했던 가장 강력한 이념은 '기능주의'였어요. 기능주의 디자인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더욱 강조되었다고 해요.  독일에서 시작된 기능주의 디자인이 미국에서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발전했어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형태를 취한 디자인을 모더니즘 디자인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나 물자부족 상태가 해결되면서 기능성만 추구하던 디자인에 대한 한계들이 드러났고,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주도로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디자인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디자인이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어요. 대표적으로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1978년 作)는 순수 미술 표현기법을 구현하여 대중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1992년 독일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조명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조명 디자인이 기존 모양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설치 미술에 더 가깝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조명이 가진 기능을 뛰어넘는 예술적인 감수성을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과연 이것은 디자인인가, 예술인가.

잉고 마우러의 디자인은 디자인도 사람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이로써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며, 무엇이든 우리 마음에서 무언가를 촉발시킨다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20세기 말부터는 디자인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고, 기능뿐 아니라 감동까지 주는 디자인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어요.

서양 디자인이 기능주의를 추구했던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이나 해체주의 디자인과 같은 양식으로 변모했고, 우리도 그런 변화를 세계적인 추세로 받아들여 왔어요. 서양 여러나라를 살펴보면 잘하는 분야로 디자인 활동이 편중된 편이에요. 프랑스는 패션, 이탈리아는 산업이나 자동차, 패션 디자인 그리고 독일은 기계류에 편중되어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건축, 패션, 자동차, 그래팩 등 각 분야 고르게 발전되었고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요. 일본 디자이너들은 처음에는 서양 디자인을 기계적으로 차용하다가 점점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디자인을 통해 현대화하면서 독보적인 가치를 세계적으로 입증하면서 세계 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해요. 오래전부터 서양 사람들은 일본 디자인을 동양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의 일부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일본의 행보를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디자인에서 전통은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이에요. 디자인은 더 이상 생산 활동이 아니라 문화적 성취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에요.

디자인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점점 예술적인 경향이 커지고 있어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기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지향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편안하게 모두 어울리는 자연의 조형적 성질을 내면화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의 과제는 전통과 새로운 디자인 경향을 접목하고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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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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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쌍둥이 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잠시 알고 지낸 적은 있지만 어른이 된 후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일란성 쌍둥이를 보면 신기한 느낌이 있어요.

평범한 형제 자매와는 뭔가 다른 느낌일 것 같아서, 이건 절대로 당사자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거니까 궁금했어요.

태어날 때부터 늘 함께 지내다 보면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상대방을 마주하는 것이 익숙하겠죠?  텔레파시?

쌍둥이가 되어볼 수는 없지만 영혼의 동반자, 소울메이트를 만난다면 그와 비슷한 느낌일까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 모나와 모디의 이야기예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모나와 모디는 심하게 다퉜어요. 모나는 부모님께 모디와 다른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얘길했고, 부모님도 허락하셨어요.

중학교 진학 후에도 둘 사이는 냉랭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은 쌍둥이 자매를 데리고 바닷가로 놀러갔어요. 즐겁게 놀면서 화해하길 바라신 거죠.

지금은 열여섯 살, 이번에도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둘다 뤼인 귀족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치뤘는데, 모나가 시험 당일 아파서 모디만 합격했어요.

명랑쾌활한 성격의 모나와는 달리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디는 개학 첫날부터 불안했어요.

뤼인에 입학한 학생들은 딱 두 가지 부류예요. 부유한 정재계 인사의 자녀이거나 가난하지만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 모디는 후자쪽이에요.

1학년 5반 교실로 들어선 모디는 즐겁게 떠드는 아이들 무리에 가지 못하고, 혼자 구석에 있는 빈 자리에 앉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빈 자리가 채워지고, 혹시나 아웃사이더가 될까봐 걱정된 모디가 벌떡 일어나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혔어요.

"똑바로 보고 다녀!"라며 짜증이 밴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웨이칭이라는 남자애였어요.

"미, 미안해."라며 모디가 바로 사과했는데도 지웨이칭은 분노와 짜증 난 표정을 드러내며 책가방을 거칠게 책상 위에 던졌어요. 이것이 모디와 지웨이칭의 첫만남 장면이에요.

잠시 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젊은 남자는 담임을 맡은 란관웨이 선생님이었어요.

집에 돌아온 모디는 개학 첫날에 겪었던 불안한 상황들을 모나에게 전부 털어놨어요. 눈물 많은 모디는 울먹이면서 모나가 전학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반면 모나는 언니다운 조언을 했죠. "언제 어른이 될래? 아무리 쌍둥이라도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라고요.

병원 간호사인 엄마는 오늘도 야간 근무여서 쌍둥이들끼리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어요. 3년 전 '그 일' 이후 부모님은 이혼하셨어요.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이야기를 하는 쌍둥이들이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어요. 모디가 먼저 말을 꺼냈다가 모나가 얼어붙은 듯 굳은 걸 본 뒤로는 금기가 되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모디는 학교 생활이 힘들었는지 저녁도 안 먹고 잠들어버렸어요. 혼자 저녁을 먹으러 집을 나온 모나는 근처 꼬치구이집에 들어갔다가 알바생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어요. 그 알바생은 바로 지웨이칭.  모디가 쌍둥이 자매라는 걸 모르는 지웨이칭은 모나를 모디로 착각했어요. 털털하고 붙임성 좋은 모나는 금세 꼬치구이집 사장님과 옆에 앉은 커플과 친해졌어요. 자꾸 모나를 쳐다보며 신경쓰는 지웨이칭, 이것이 모나와 지웨이칭의 첫만남 장면이에요.

모나는 모디에게 지웨이칭을 만난 이야기를 했어요. 불안한 모디를 위해서 모나는 서로 역할을 바꾸기로 했어요. 얼굴이 똑같은 모나가 모디의 뤼인 교복을 입으니까 깜쪽 같았어요.  뤼인 고등학교로 등교한 모나는 모디인 척 해야한다는 걸 잠시 잊고 본연의 터프한 성격을 드러내고 말았어요.

이럴수가, 하루아침에 180도 바뀐 모나를 본 지웨이칭은 충격과 함께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똑같은 외모의 쌍둥이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 때문에 모나가 훨씬 매력적인 건 사실이에요. 어리광을 부리고 툭 하면 우는 모디보다는 사려 깊고 솔직한 모나가 어른스럽고 성숙해보여요. 만약 같은 학교에 다녔다면 모디는 엄청 의지가 되고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비교당해서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초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모나와 모디를 구별해냈던 남자애 리춘안처럼. 모디는 리춘안을 좋아했고, 리춘안은 모나를 좋아했지만 모나는 리춘안에겐 관심도 없었어요. 모디의 슬픈 짝사랑으로 끝나고 말았죠.

이제는 모나와 모디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모디 대신 등교한 모나를 알아챘어요. 바로 담임 란관웨이.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1학년 5반에서 모디는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모디인 척 하는 모나의 학교생활은 거의 학교로맨스 드라마 같아요.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매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모나.

그러나 모디와 모나에게는 둘만의 비밀, 비극적인 '그 일'이 남아 있어요.

온갖 상상을 발휘하여 그 비밀을 예측했는데,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소름 돋았어요. 아하, 처음부터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결국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 나에게 손을 내미는 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모나가 원했던 대로, 부디 모디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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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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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음이 나요.

귀한냥반 이토리와 그의 집사 마르스.

만약 냥이들이 말할 수 있다면 이러지 않을까라는 상상들을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아요.

책 날개에 토리의 옆모습 사진이 나와 있는데 덩치가 엄청나서 놀랐어요.

토리를 어깨에 걸쳐 든 사람이 마르스님이라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12년째 토리의 집사로서 수시로 안아줬다면 팔 근육은 절로 생겼을 듯.

요즘 냥이 집사들의 모습을 보면 육아 못지 않은 지극정성이라서 감탄하고 있어요.

마르스님이 수컷 냥이 토리의 집사로 살아온 지 12년이 되었다고 해요. 네 살 암컷 모리는 노숙묘였는데 얼렁뚱땅 함께 살게 되었대요.

일단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요.

토리와 모리 두 마리의 냥이를 모시고 살고 있는 힘없고 불쌍한 만화가.

글쎄,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 같네요.

매일 토리를 안아주고 보살피느라 힘이 쪽쪽 빠졌을 것 같은데, 마르스님의 표정은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아요.

어쩐지 집사의 삶을 운명처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잘 적응해서 행복한 것 같은데...

누군가를 사랑하면 세상이 온통 그 사람으로 보인다더니, 마르스님의 눈에는 냥이뿐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책은 귀한냥반 이토리뿐 아니라 이웃의 친구들 냥이까지 등장하는 고양이 카툰집이에요.

일상의 유쾌한 모습과 함께 명화 패러디는 압권이에요.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 뭉크의 <절규>, 강희안의 <고산관수도>, 최북의 <기우귀가도>, 마티스의 <춤>, 김홍도의 <무동>, 에드가 드가의 <공연의 끝, 무용수 인사하다> 등등 명화 속 주인공이 냥이로 바뀌는 순간, 고양이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된 것 같아서 멋졌어요.

<달마도> 패러디 작품인 <달마냥>과 온화한 부처님을 빼닮은 <금동미륵보살냥반가사유상>은 애묘인들을 위한 명작으로 꼽고 싶어요. 그밖에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개인의 취향따라 명작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렵다면 그냥 이 책 한 권을 잘 간직하는 걸로 ㅋㅋㅋ

진심으로 몇몇 작품들은 커다란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놓고 싶어요.

마지막 작품 <봄날>은 활짝 웃고 있는 일곱 마리의 냥이들 덕분에 행복해지네요.

"따뜻한 봄날에 다시 만자자옹~"

"~~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Friend~~ ♪♬"

깜짝 선물마냥 마지막 장을 넘기면 아기자기 귀여운 토리의 일상이 담긴 스티커 2장이 있어요. 냥이 명화 대신에 스티커로 장식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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