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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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하우스 오브 갓>은 충격 그 자체.

낭만적인 메디컬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빨리 접으시길.

현실의 의료계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끔찍한 공포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다소 원색적인 장면들이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좀비 영화 못지 않은 자극적인 요소들 때문에 이 책이 페이퍼백으로만 2백만 부가 팔린 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끝까지 읽고나서야 깨달았어요. 공포와 에로가 뒤섞인 휴먼다큐라는 걸.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들썩이던 1973년 무렵이에요.

저자는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교수로 30년간 재직했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생생한 의료현장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반인들은 모르는 지옥 같은 세계.


"인턴 과정은 로스쿨과 다릅니다. 로스쿨에서는 오른쪽 왼쪽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인턴십은......, 여러분 중 한 명은 올해 말쯤 이곳에 있지 않을 겁니다.

과로 탓이지요. 여러분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방심하게 되면......, 매년 적어도 의대 한 곳, 어쩌면 두세 곳의 졸업반 학생들은

여러분의 동료가 자살한 탓에 생긴 공백을 메우게 될 겁니다."  (38-39p)


하우스 오브 갓 House of God 은  BMS (Best Medical School)와 제휴한 병원이에요.

재미 이스라엘인협회에서 의사 자격을 갖춘 젊은 이스라엘인들이 차별 때문에 질 좋은 인턴 과정을 밟을 수 없자 1913년에 설립했어요.

병원은 내부적으로 여러 계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의료진 구성은 피라미드식이에요. 밑바닥 계층으로 하우스 오브 갓의 레지던트와 인턴으로 구성된 '하우스 스태프'가 있어요. 인턴들은 의사와 환자는 물론 병원 직원들에게도 언제든 혹사당할 처지에 놓여 있어요.

주인공 로이 G. 바슈가 바로 그 밑바닥 계층인 인턴이에요.

서른 살의 젊은이, 로이가 겪게 되는 하우스 오브 갓의 인턴 생활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에요.

인턴들을 지도하는 레지던트 팻맨은 자신만의 법칙을 알려주는데, 몇 가지 의료 용어(그들만의 속어)로 설명할 수 있어요.


◆ 고머 :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을 수시로 찾는 달갑지 않은 환자

◆ NAD LOL  :  No Apparent Distress 외견적 증상이 없는 / Little Old Lady 연약한 노부인

◆ 터프 : 환자를 다른 과나 병원 외부로 떠넘기는 것

◆ 버프 " 자동차에 광을 내듯 차트를 잘 꾸미는 것

◆ 월 : 환자를 하우스 오브 갓에 입원하지 못하게 하는 응급실 인턴

◆ 시브 : 너무 많은 환자를 입원시키는 응급실 인턴

◆ 슬리퍼 : 의료 계층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윗사람의 엉덩이를 충실하게 핥으며 애쓰는 하우스 의사들을 일컫는 용어

◆ 프리뭄 논 노체르 primum non nocere : '무엇보다 해 되는 일을 하지 마라'라는 히포크라테스의 격언.


원래 인턴을 지도해야 할 레지던트 조는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원칙주의자인 데다가 일중독자예요. 어떤 환자든 가능한 한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의예요.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갔다가 나중에 인턴들을 맡게 돼요. 그 전에 팻맨의 가르침에 적응이 됐던 인턴들은 몰래 조를 속이고 고머들에겐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아요. 그냥 버프만 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우수 인턴이 돼요. 

레지던트 팻맨과 조, 둘 중에 누가 더 유능한 의사일까요.

아마도 누구의 입장에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로이는 팻맨에게 한 표를 던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의료행위라는 걸 증명해냈으니까,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좋아하는 인간미와 실력을 갖춘 의사니까.

가장 인상 깊은 의사는 샌더스 박사예요. 로이가 맡게 된 말기 암 환자인데 그는 로이와 의학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돼요.

로이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자 이렇게 말해줘요.

"이해해. 죽어가는 사람의 의사가 된다는 게 우리의 가장 힘든 일이지."

"그러면 어떻게 치료하나요?"

"아니야. 우린 치료하지 못해. 난 한 번도 치료를 하지 않았어.

나도 인턴 과정을 밟는 동안 자네처럼 냉소주의와 무기력에 빠졌지.

그럼에도, 우리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어.

치료는 아니야. 그건 아니지.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은 정을 베풀고 사랑하는 길을 찾아내는 데서 나와.

우리가 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일은 환자와 함께 있는 거야.

당연히 자네가 나와 함께 있는 것도 그렇지."  (264-265p)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턴은 왜 병원 8층에서 자신의 몸을 던졌을까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유가, 이 책 속에 적혀 있어요.

로이를 향해 여자 친구 베리는 '기계'라고 말했어요. 당신은 얼간이가 아니라 기계라고.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살아남거나... 이건 하우스 오브 갓 인턴들만의 악몽이 아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올해 2월,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서른세 살의 소아과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어요.

그는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115시간을 일했다고 해요. 거의 2~3일을 한숨도 못 잔 상태로 환자를 치료하느라 과로했던 거죠. 의사가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이 없어서, 홀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은 거예요.

지난해에는 두 명의 간호사가 죽음으로 내몰렸어요. 간호사 조직의 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의 열악한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에요.

진짜 충격적인 반전은 <하우스 오브 갓>이 1978년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이에요. 3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의료계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 책이 현실을 바꿀 정도의 힘은 없다 해도, 적어도 그들의 세계를 스스로 이해하는 거울은 되었으면... 어쩌면 저자는 그때부터 이 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의료계에서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의료계에서 인간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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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젠 나도! 유튜버 -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전은재 지음 / 성안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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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유튜브 채널을 보기만 했지, 나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는 책을 읽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어요.

일흔한 살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하여 신나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박막례 할머니를 보면서 나이 탓은 그저 핑계였던 거죠.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할머니 채널을 '가장 영감을 주는 채널'이라고 극찬했고, 유튜브 CEO 수잔 워치스키는 직접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해요.

저 역시 박막례 할머니를 통해서 감동과 영감을 받았고,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요.

막막하죠?

처음 시작하는 유튜버를 위한 가이드가 필요해요. 누구한테 배울까요?

바로 이 책 <유튜브, 이젠 나도! 유튜버>가 안성맞춤이에요. 따끈따끈 알찬 정보~ ^ ^

저자도 이전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CG 마법사로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해요.

자신만의 영상 편집 노하우를 공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들의 요청에 힘입어 2018년 11월부터 <Eunjae IM 전은재>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대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영상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리면 끝나는 줄 알았어요. 물론 그 영상 촬영 자체도 쉽지 않다고 여겼지만.

그런데 단순히 동영상 업로드하는 것뿐 아니라 알아야 할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무슨 일이든지 제대로 알고 시작하면 순탄하지만, 모르면 헤매는 법.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그러니까 이 책은 좀더 쉽고 즐겁게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코스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유튜버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책의 구성은 유튜버가 되기 위한 7단계 학습 방법을 기준으로 각 단계마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어요.

① 구글 계정 만들기

② 유튜브 채널 만들기

③ 영상 촬영하기

④ 영상 편집하기

⑤ 영상 업로드하기

⑥ 내 채널 관리하기

⑦ 수익 설정하기

각 단계마다 사진과 함께 설명이 잘 나와 있어서 혼자 따라하는 데에 별 무리가 없어요.

가장 기본인 유튜브의 핵심 기능부터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버전으로 편집하고, 인기 채널을 위한 관리법까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네요.

또한 당장 내일이라도 유튜버가 되길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속성 코스도 알려줘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무선으로 내 PC로 전송하는 방법인데, 샌드애니웨어 앱을 설치하면 바로 가능해요. 내 PC와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나 네이트온 등이 설치되어 있다면 촬영한 영상이나 편집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요. 단, 카카오톡은 영상의 파일 용량이 300Mb 이상이 초과되면 전송할 수 없어요.

유튜브 영상 제작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저작권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단순한 배경 음악을 포함한 모든 음악, 영상 자료, 사진 등 동영상의 모든 요소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야 업로드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 같은 영상 촬영기기로 영상을 촬영할 때 촬영한 내용에 대해 항상 촬영자가 저작권을 갖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콘서트 영상을 촬영핳면 자료의 특정 권리는 공연자, 음반사 또는 제작사에게 있고, 음악을 리메이크해서 올릴 경우에도 허락이 필요해요.

저작권 게시 중단 알림을 통해 동영상이 삭제되면 저작권 위반 경고가 주어지고, 세 차례 경고를 받으면 계정이 해지될 수 있어요. 저작권 위반 경고를 받으면 수익창출 자격이 박탈될 수 있어요. 따라서 저작권법에 따른 공정한 사용 방법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누구나 이 책 한 권으로 유튜버가 될 수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아이템을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예요.

나날이 커져가는 유튜브 세계에서 내 채널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인기 채널로 만드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별히 이 책에는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통계 데이터 분석으로 내 채널을 어떻게 관리하고 진행할 것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요. 구글 계정은 여러 개의 채널을 추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보고 트렌드에 맞게 추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막연하고 낯설게만 느꼈던 유튜브 세계가 이 책 덕분에 한결 가까워졌어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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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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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 번 봐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네요.

드디어 <시간을 파는 상점>을 펼쳤을 때는 이미 7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간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때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가끔은 멈춘 듯...

책이 출간된 시점에서 보자면 7년이 지났지만, 내 시점에서는 '지금'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바로 지금, <시간을 파는 상점>에 접속중!


주인공 백온조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에요.

오늘은 아빠가 돌아가신 지 5주기 되는 날이에요. 소방대원이었던 아빠는 5월 어느 새벽, 화재 현장으로 가는 도중에 속도광 운전자에 의해 세상을 떠나셨어요.

엄마는 몇 해의 봄을 슬픔 속에 보냈어요. 엄마는 온조를 보며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그런데 엄마도 아빠 못지 않은 의리파인가 봐요. 재정상태가 열악한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온조는 엄마의 힘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작년 겨울방학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덕분에 일찌감치 이 사회가 얼마나 매몰차고 살벌한지를 알게 되었어요.

또한 시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알바생들은 시급이니까, 시간에 따라 돈이 된다는 걸. 무엇보다 그 사람이 시간당 얼마를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도 알 수 있겠다는 것. 그러나 힘든 알바로 쓰러진 온조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백온조,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딱딱하게 각져 있지만은 않다는 거,

그리고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이 좋은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38p)

결국 온조의 화려한 알바는 끝이 났고,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간에 관계된 상점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리하여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만들었어요. 온조가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가 되었어요.

첫 번째 의뢰인은 '네곁에'라는 아이디를 쓰는 익명의 사람으로, 벌써 통장에 돈을 입금했어요.

의뢰 내용은 훔친 물건인 최신형 PMP를 제자리에 갖다 놓아 달라는 것.

물건을 놓아둘 자리는 온조의 옆반, 즉 2학년 7반 교단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서 세 번째 줄 네 번째 칸.

온조는 의뢰인의 신상을 전혀 모르지만 의뢰인은 온조의 신상을 세세하게 알고 있어요.

시간을 파는 상점에는 온조의 얼굴과 신상이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거든요. 와, 너무 과감하다 싶더라니.

과연 온조는 의뢰받은 일들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고등학생 친구가 시간을 파는 상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온조와 같은 친구는 존재할 것만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주인공 온조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의 개념이란 말로 설명한다 해도 다 이해하기 어려운데, 온조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해 스스로 그 답을 찾는 기회를 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최고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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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까 상황일까
리처드 니스벳.리 로스 지음, 김호 옮김 / 심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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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까 상황일까》는 어떤 책일까요?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은 직접 읽어보는 것.

그러나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소개하자면, '사회심리학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별히 추천 서문을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썼어요.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을 처음 읽은 건1996년,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마치 난생처음 안경을 착용한 뒤 갑자기 세상이 잘 보여 환희를 맛본 느낌이었다고 해요.

"내 삶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는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줬다.

수년 전 그는 리 로스와 함께 《사람일까 상황일까》를 썼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내가 쓴 《티핑 포인트》, 《블링크》,《아웃라이어》 등이 속한 책의 장르를 포괄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발견할 것이다. 이 책은 내 삶을 바꿔놓았다."  (537p)

무슨 내용이길래 이토록 강렬한 느낌을 맛보았을까, 궁금하죠?

진짜 놀라운 건 이 책이 출간된지 2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사회심리학은 더욱 깊숙히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거예요.

눈에 띄는 변화는 문화심리학과 응용사회심리학의 발전이라고 해요.

과거 전통적인 일회성 실험은 쇠퇴하고, 한 번의 실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행동과 결과의 역동적 영향에 관한 장기적인 연구들로 바뀐 거죠.

공동 저자 리처드 니스벳과 리 로스는 이 새로운 발전을 고려해서 개정판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 대신 짧은 후기를 덧붙였어요.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영향을 주는 데 사회심리학이 어떻게 기여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심리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들은 이 책이 사회심리학의 핵심이 심장과 근육을 소개하는 가벼운 안내서라고 소개했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심리학 용어가 번역된 것이 더 헷갈렸던 것 같아요. 암튼 그런 소소한 부분들을 제외하면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매우 유익했어요.


"무엇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가?"


사회심리학은 그 답을 찾는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건 사회과학자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다는 거예요.

타인의 행동과 의도를 인식할 때 '사람'에 중점을 두고 '상황'의 영향력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거죠.

그 결과 성향(사람)에 근거한 예측은 완전히 틀렸어요. 한 마디로 인간 행동을 결정짓는 건 상황의 힘이에요.

사람들이 순진한 성향주의를 잘 받아들이는 이유는 사람과 상황의 혼동 때문이에요.

교수의 행동은 교수 같고 독재자의 행동은 독재자 같을 거라고 예측할 경우 그건 각자의 역할이 미치는 영향을 알고, 그 역할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상응하는 성격 특성을 행위자에게 돌리기 때문이에요. 역할 행동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용하여 정당화시키는 거죠. 특정인의 행동을 결정짓는 직접적인 결정요인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맥락에서 오귀인(misattribution : 행동의 원인을 잘못 착각하는 것)은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러나 야심찬 상황주의자의 개입 역시 실패한 실험이었다고 해요.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금연,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을 포함한 많은 상황주의적 개입이 의도는 좋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물론 작은 개입이 성공한 사례가 있어요. 그러니까 개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개입이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결국 이 책은 우리의 자발적인 선택을 통해 우리가 속한 사회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를 제공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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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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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나무'를 떠올렸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 힘으로 높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

아무리 높이 가지를 뻗는다 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하늘이지만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과 비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무.

그래서 '사다리'는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 어디쯤, 먼 기억을 뒤적거렸습니다. 다락방 깊숙히 쌓아놓은 사진첩 같은 기억들.

사실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저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너무나 똑같아서, 똑같이 아파서...

처음에는 세속적인 사랑을 보았고, 그다음은 숭고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죄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들이 악입니다.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온다고,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무의미라고 토마스 수사님은 말했습니다.


주인공 정요한은 신부(神父) 서품을 앞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젊은 수사입니다.

그해 세 사람이 그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수도원에 처음 도착한 날, 요한이 기억하는 것은 침묵이었습니다. 본관 입구에서 용건을 꺼내자 문지기 수사님이 아빠스(Abbas, 대수도원 원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며 안내했습니다. 수도원 내부로 향하는 문 입구에는 다음의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Ora et Labora)."

"당신이 진리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보다 더욱 침묵을 사랑하십시오."  ​(13p)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주세요."라고 문지기 수사님은 말했습니다.

수도 생활을 각오하며 그 고요함을 동경했으나 침묵의 이 막강한 힘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아빠스 신부님과의 면담에서 왜 수도사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요한은 대답했습니다.

"저기 복도에서 대걸레를 밀고 계시는 저 노수사(老修士)님처럼 살다가 죽고 싶어서요."  (15p)

수도원의 모든 일과는 종소리로 시작되어 종소리를 끝납니다.

새벽의 기상이 너무 힘겨워 중도에 수도원을 떠나는 지망생들도 있었지만 요한은 그 종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새벽의 찬 기운을 피하려고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올려다보면

그것은 이 지상에 유일하게 허락된 영원에의 통로, 야곱이 보았다는 그 사다리가

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만져볼 수도 붙들 수도 머물 수도 없으나 분명히 거기 있는, 그런.   (23p)

그러나 요한은 그날 이후로 종소리를 저주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사랑하라, 요한. 사랑하라."  (133p)

곧 사제가 될 사람이, 평생을 주님과 함께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인데 사랑으로 인해 흔들렸습니다, 아니 사랑의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요한의 사랑이 봄에 피어나는 목련 같아서 아름답게 피고 졌다면, 미카엘과 안젤로의 사랑은 뜨거운 불꽃처럼 온전히 타올랐습니다. 아파도 견딜 수 있는 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구든 사랑한다면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결국 우리 인생에서 마지막에 남는 건 가장 소중한 그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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