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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서양미술 ㅣ 인문여행 시리즈 14
샤를 블랑 지음, 정철 옮김, 하진희 감수 / 인문산책 / 2020년 8월
평점 :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진지해요.
다소 어렵고 낯설다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술 교육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볼 수 있어요.
<교양 서양미술>은 회화 미학의 교양을 위한 책이에요. 프랑스 최고의 미술평론가 샤를 블랑의 서양미술에 관한 친절한 교양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그 문법을 이해해야 하듯이, 서양미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화 문법을 알아야 해요.
이 책은 회화의 문법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독립, 설득, 한계, 표현, 숭고함, 구상, 통일서, 원근법, 제스처, 자연, 빛, 명암, 색상, 터치, 다양성, 생명력, 스타일.
열일곱 개의 키워드는 퍼즐 조각과 같아요.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처럼 서양미술 회화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어요.
#1. 독립
: 회화는 자연의 모든 실재를 수단으로 영혼의 모든 개념을 하나의 통일된 표면 위에서
형태와 색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 회화는 자주 그리고 상당히 오랫동안 '자연의 모방'으로 정의해왔는데, 이러한 정의는 본질에 있어 잘못 인식된 것으로
회화를 단순히 컬러 사진의 역할로 축소시킨 거이었다. 목적이 수단과 혼돈된 것이다.
... 화가는 형태를 정확히 그림으로써 거리감을 없애버린다. 우리는 이 기분 좋은 허구를 선뜻 인정하고,
회화라는 것은 현실을 단순히 보는(see) 것이지 눈으로 보는(see with your eyes) 것이 아니며,
대상을 모방함으로써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득하게 된다.
따라서 더 이상 예술이 자연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자연이 예술의 주위를 도는 것이다. (13-19p)
화가는 자신의 감각과 사용하는 재료와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기법들을 구사할 수 있어요. 화가의 위대함은 그가 시도하는 그림의 난이도에 의해 평가되는 건 아니라고 해요.
다만 예술의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그의 작품에는 열등한 방법과 우월한 방법이 존재하며, 그 방법에 따라 표현되는 대상은 많든 적든 생명력을 부여받는 거예요. 그래서 회화를 생명력의 그림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또한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의 이야기라면, 모습이나 제스처, 표현, 자연 풍경 등 이 모든 것이 화가의 생각에 의해 통제되고 그려진다고 볼 수 있어요. 마치 화가가 일상의 낡은 동전들을 다시 녹이고 두들겨서 보다 순수하고 보다 가치가 높은 다른 주화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러니 화가의 눈으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풍경과 인물도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거예요.
인간은 타고난 감각적 반응으로, 즉 질서와 균형, 통일성에 대한 반응으로 초기 예술을 창조했다고 해요. 이 책은 그 회화를 지배하고 있는 원칙을 되찾고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책 맨뒤에 간략한 서양미술사가 설명되어 있고, 책에 수록된 그림 목록이 나와 있어서 깔끔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마침내 발견한 회화의 문법은 결국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가장 위대한 화가는 자신의 사유(思惟)의 땅으로, 그가 상상한 궁전이나 들판으로 우리를 이끌고,
거기에서 신들의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이상적인 형태와 색상들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잠시 동안 그가 만든 허구 속에서의 진실의 힘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곳들이 우리가 항상 살고 있는 곳이고, 그러한 궁전들이 우리들 것이며, 그러한 풍경들 속에서
우리가 태어났음을 믿게 만든다.
그래서 이 언어가 바로 우리의 언어이며, 화가의 천부적 재능으로 만들어진 형태와 색상이 자연 그 자체의 형태이고 색상인 것이다." (3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