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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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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한국에서는 더 이상 못살겠다고 말하는 계나는 스스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라고.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롭고 말이다. 3년이 조금 넘는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출퇴근 때문에 매일 울면서 다녔다.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는 길은 일명 '지옥철'이니 말이다. 그녀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 그녀가 다니던 회사 또한 그냥 대기업 다 떨어지고 아무 데나 넣어서 된 회사란다. 친구들이 다들 자격증도 없이 어떻게 금융회사에 취직했냐고 물을 만큼의 취업이었다. 사실 이 회사가 아니라 다른 데 붙었더라도 아무 데나 갔을 거라고. 물론 그랬다면 또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한국에서는 더 이상 비전도 없고, 지긋지긋한 이 생활 하루라도 더 하고 싶지 않아서 외국으로 가서 살겠다는 계나의 생각은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지만, 또 어느 정도는 속없는 젊은이의 허황된 꿈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는 회사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고, 회사에 정을 주지 않고 뚱하니 앉아만 있으니 그 생활에 무슨 미래를 꿈꾸겠으며, 외국으로 나간다고 한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어가 출중한 것도 아닌데 지금의 생활과 달라진 들 얼마나 달라지겠냔 말이다. 하지만 계나가 대단한 것 하나는 누구나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그 허황된 생각을 직접 실천에 옮겼다는 것이다. 불평불만 투덜대며,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은 널렸지만, 그렇다고 진짜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외국으로 나가서 살겠다는 용감한 사람은 흔치 않다. 그녀는 그렇게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남자친구와도 헤어지면서 호주로 떠난다.

재인이 뻐기면서 "한국에서는 아직 목소리 큰 게 통해. 돈 없고 빽 없는 애들은 악이라도 써야 되는 거야."라고 하더라. , 정말 그런 거야? 돈 있고 빽 있고 막 떼쓰고 그러면 안 되는 것도 되고 막 그러는 거야. 여기서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악다구니도 못 쓰는 사람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계나는 어찌어찌 어학원을 수료하고 회계학 대학원에 입학해 호주에서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중에 한국에 두고 왔던 남자 친구 지명에게 청혼에 가까운 고백을 받는다. 그 순간 지명은 <마치 자기를 구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말하며 빌딩 옥상에서 뛰어 내리는 사람 같았다> 내가 인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은 너 하나 뿐이라며, 당장 한국에 돌아오지 않더라도 평생 기다리겠다는 고백을 받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다른 사람과는 좀 달라 보이던 계나도 그런 고백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을 만큼 동요한다. 고백을 듣는 내내 가슴이 진정이 안 되게 두근두근 뛰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두 달 동안의 방학을 지명과 한국에서 함께 보내기로 한다. 그녀가 호주에 간 사이 지명은 기자 시험에 합격하고, 집을 나와 아파트를 구해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마치 신혼 부부라도 된 것처럼 함께 지낸다.

"조금만 돈이 있으면 한국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어. 내가 평생 너 편하게 살게 해 줄게."

한국에서 살더라도 그냥 전업주부로 살고 싶지 않았던 계나는 그 두 달 동안 이 회사 저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많이 냈지만 어지간한 회사는 다 서류에서 떨어진다. 아마도 나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그녀는 고민한다. 돈 걱정 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그냥 이대로 지명이랑 같이 살아야 하는 걸까. 한국에서 살면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그런 것들 말이다. 결국 그녀는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명과 다시 헤어지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불확실한 미래의 호주행을 선택한다. 단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처음 그녀가 호주로 떠날 때는 많은 것들을 한국에 버리고, 혹은 그냥 놓아두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외국으로 가는 것에 대해 약간 반신반의했다. 한국에서 별 볼일 없던 사람이 호주로 간다고 갑자기 뭔가 달라지겠어? 한국에서 행복하지 않은데, 호주에서는 과연 행복할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두 번째 호주로 떠날 때는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어떤 사람에게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고, 또 어떤 사람에게 행복은 하루하루 순간의 즐거움이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면서 하루를 버텨낸다. 자신의 행복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계나의 선택을 지지한다. 아마도 그녀는 호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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