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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친구들 2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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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의 이야기이다. 당시에도 셜록의 인기가 얼마나 엄청났던지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죽은 것만으로도 신문사들이 항의기사를 쓸 정도였단다. 물론 셜록 홈즈는 여전히 지금에도 영화, 드라마 등으로 사랑 받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러니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코난 도일의 이야기라니, 그것도 줄리언 반스가 그려낸 작품 속에서,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이다. 조지 역시 실존 인물로 인도계 혼혈 영국인 변호사이다.

그들의 믿음을 흔든 사람은 조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오늘:우리는 조지를 알고 그가 결백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3개월 뒤에:우리는 조지를 안다고 생각하고 그가 결백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1년 뒤에:우리는 조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그가 결백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런 변화를 탓할 수 있겠는가.

작품은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시작들에서는 이들 두 인물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다. 꼼짝 않고 앉아 있지 못하는 기운 넘치고 고집 센 아이였던 아서는 상상력이 풍부했고,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는 의사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본격적으로 글도 쓰게 된다. 단편들이 장편소설로 성장했으며, 결국 셜록 홈즈라는 위대한 캐릭터를 통해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조지는 상상력이 부족했고, 어떻게 친구를 만드는지 몰랐던 어리숙한 아이였다. 인도계 혼혈이었던 탓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그들 가족은 지속적으로 협박 편지를 받으며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렇게 아서와 조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 진행되다가, 2부 결말을 동반한 시작에 이르러 어느 순간 조지의 이야기가 비중이 높아진다. 말과 소, 양 등 가축들이 훼손되는 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정말 희한하게도 그 사건의 범인으로 조지가 주목 받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만다. '기차 탑승객을 위한 철도법' 책을 발간하고 매우 소박하고 규칙적으로 살고 있는 사무변호사 조지. 근면, 정직, 검약, 자선,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만을 믿고 배워왔던 그에게 엄청난 닥친 시련이다. 자유인으로 태어난 영국인인 조지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인도계 혼혈이라는 점은 그를 매 순간 발목 잡아 넘어뜨린다. 그가 이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자면,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무섭기까지 하다. 조지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서와의 교집합은 전혀 없이 1, 2장이 끝나버린다. 그가 교도관에게 너덜너덜한 염가판 '바스커빌의 개'를 읽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정도의 그들의 교집합이 될까.

작업에 착수하면서 아서는 친근한 감정을 느꼈다. 새 책을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생각해냈지만 아직 그것이 완벽하게 구성되지 않았을 때의 기분, 대부분의 인물들을 생각해냈지만 아직 그들이 완전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의 기분, 이야기의 연결고리들이 전부 다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의 기분이었다. 아서에게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은 결정되어 있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은 대단히 많은 요소들을 담고 있어야 했다... 아무튼 이는 아서에게 익숙한 작업이었다. 그는 소설을 쓸 때처럼 중요한 사안들을 정리하고 간략한 주석을 덧붙였다.

2권이 시작하자마자, 아서와 조지가 어떻게 만나는 지 그들의 만남이 드러난다. 1권 내내 그들 각각의 이야기만 거의 교집합 없이 진행되어 대체 이들이 어떻게 만나는 지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3장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셜록 홈즈 덕분에 전세계에서 온갖 요청과 요구들이 아서에게 밀려들기 시작한다. 사람이나 물건이 불가해한 상황에서 사라진 경우, 경찰이 평소보다 당혹스러워하는 경우, 부당한 일을 당한 경우등등 사람들은 홈스와 홈스를 창조해낸 사람에게 호소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독자들이 분명 실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인물을 창조해낸 죄(?)로 아서는 이들에게 사설 탐정과도 같은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우체국에서 자동으로 '주소불명' 도작이 찍혀서 반송이 되고, 가끔 아서 경이 감동을 받거나 깊은 인상을 받아 답장을 직접 보내는 것은 극히 드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서는 조지의 탄원서를 흥분한다. 너무도 명백하게 조지가 결백하기 때문에, 답장만 보내서 될 게 아니라 사건을 되살려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어 조지와 아서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들의 첫 만남에서 아서는 조지의 '에들지' '이달지 씨'라고 두 번이나 잘못 부른다. 조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의 이름을 잘못 발음했을 때 아서는 '온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표현되어 있어 이들의 진지한 분위기와 별개로 큭큭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어쨌거나 그들은 그렇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서는 서재에 틀어박혀 파이프에 담배를 채우고 전략을 짜기 시작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들로 인해 조지에게 잘못된 선고가 내려졌으니, 그가 전적으로 무죄라는 점을 밝히고, 진짜 용의자를 밝혀내어 내무성이 잘못을 시인하도록 하고, 진범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서는 계획을 세우면서 그것이 이야기를 창조하고, 책을 쓰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재미있게도 그가 직접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도일은 자신이 언제까지 셜록 홈스를 만들어낸 벌을 받아야 할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끝없이 그의 말을 고치려 들고, 되도 않는 충고를 하고, 심지어는 꾸짖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해야만 했다. 앤슨이 아무리 도발해오더라도 성질을 내서는 안되었다.

그러니까, 진짜 살아 있는 것 같은 너무도 리얼한 탐정을 만들어낸 대가는 아서가 조지의 사건을 조사하는 내내 치룰 수 밖에 없다. 사실 무려 2015년인 지금도, 셜록 홈즈는 진짜 살아 있는 캐릭터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렇지만 덕분에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장면들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목격하게 된다. 그가 바로 셜록 홈즈의 창시자이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아서가 결국 조지의 결백을 밝히는지에 관해서는 직접 책을 읽어보면서 알게되어야 하므로, 더 이상 자세한 줄거리 언급은 하지 않겠다. 그저 상상력과 관찰력이 뛰어났던 아이 아서와 영특했지만 상상력은 부족했던 조지가 어떻게 법의 영역 안에서 정의를 찾아가는지 그 여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하여 "아이는 보고 싶어한다"로 시작하는 아서의 이야기가 "그는 무엇을 볼 것인가?"로 끝나는 조지의 이야기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줄리언 반스는 독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써내는 대단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야기란 이런 것이다. 시작이 있고, 결말이 있고, 과정을 이루는 인물들이 있고, 그리고 여운을 남겨주는 시작을 동반한 결말. 독자들은 보고 싶어한다. 세기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마치 홈즈 처럼 뛰어난 추리와 수사를 해서 위기에 빠진 평범한 누군가를 구원해주기를. 더 이상 무엇 설명이 필요하랴.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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