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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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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자전적 장편소설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처음으로 논픽션적인 고백을 담은 작품으로 내 인생의 소설 쓰기는 끝났다앞으로 평화와 일본인의 생활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원고나 에세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데에도 무게가 실리지만, '익사'라는 제목에서 오는 강렬함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인공 조코 코키토는 오에의 소설에서 여러 차례 그의 분신으로 등장했던 소설가이다. 그는 때가 오면 '익사 소설'을 쓸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 '익사 소설'이 뭘까.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로써 쓰기 시작해 강 아래 물살에 흐르는 대로 몸을 내맡기다가 드디어 이야기를 끝낸 소설가가 단번에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버리는, 그런 소설"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꾸었던 꿈이기도 하고, 스무 살에 엘리엇의 '황무지 '에서 익사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부터라고.

마지막까지 소설에서는 그 어떤 시도도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지요.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는지조차 보여주지 않습니다. 작은 삽화가 여러 익사체의 목소리를 빌려 전개되지만, 말할 수 있는 익사체는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가버렸고.......그걸로 끝나잖아요?

조코가 소설가가 된 것은 무심코 던진 '농담'에 의해서이다. 그가 대학에 들어간 해 아버지의 기일 날 친척 중 한 명이 그의 전공이 문학부라고 했더니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건 어렵겠다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낸다. 그러자 평소에 늘 조용했던 어머니가 반박에 나서며 "취직이 안 되면 저 아이는 소설가가 될걸요!"라고 말한 것이다. 어머니의 말은 그의 가슴에 깊숙이 자리잡아 결국 그를 소설가의 길로 이끌게 된다. 이 작품에는 '농담'이라는 단어가 한번 더 등장하는데, 두 번째 등장할 때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 누군가의 농담을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고 관철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으로. 그렇게 이 작품은 두 개의 농담을 둘러싸고 아버지와 아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익사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은 바로 아버지 때문이었는데, 어린 시절 홍수로 갑자기 불어난 강에서 익사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이다. 그날 아버지는 그에게 따라 나와 노를 저으라고 했는데 그가 멈칫거렸고, 성질 급한 아버지가 혼자 노를 저어 가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 일을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었고, 어쩌면 '익사 소설'을 쓰는 것으로 어린 시절 자신의, 그리고 아버지의 명예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실제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고, 어떻게든 그 위기를 버티려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여전히 이런 글 조각 하나가 의지가 되고 있다고.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애매한 부분이 있었던 후카세 번역과 엘리엇의 원시가 더할 나위 없이 딱 맞아떨어지더군...

여기서 내가 납득한 사실이 있네. 그건, 이제 내가 노인이 되어 매일 매일 붕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한 구절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일세.

어느 날 여동생인 아사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붉은 가죽 트렁크를 전해주겠다는 연락이 온다. 어머니는 자신의 사후 십 년이 지난 뒤에 아들이 붉은 가죽 트렁크를 자료로 삼아 익사 소설을 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일본의 근 현대사를 배경으로 커다랗게 확장된다. 조코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조코와 그의 아들, 이렇게 두 부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완성시키려는 협력자로 등장하는 우나이코라는 여성의 삶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익사'처럼 읽는 이를 소용돌이처럼 빠져들게 만든다.

누군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아마도 그건 아주 커다란 농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에 바라본 아버지의 등은 한없이 넓고 커다랗게만 보였는데, 어른이 된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그 모습은 작고 왜소하게만 느껴졌다. 아버지가 어떤 삶의 경로를 거쳐서 살아오셨는지, 자식인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가끔은 생각한다. 자식이 부모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을까. 다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나쳐버리지 말고, 기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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