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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3인류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모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3인류>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진화'이다.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뛰어난 상상력을 만나서 빛을 발한 경우라 하겠다. 베르나르의 작품들이야 워낙 기발한 상상력과 방대한 철학, 과학적인 정보들이 버무려진 걸로 유명하다. 제일 처음 만났던 그의 작품인 <개미>때부터 어쩜 이리 기상천외한 생각을 해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신작은 그의 전작들과 많이 엮여 있다. <개미>에서 주인공의 증손자 다비드 웰즈가 이 작품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가 저술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자주 인용한다.모든 작품들은 상호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개미』, 『타나토노트』, 『나무』, 『뇌』 등 제 작품은 각자 다른 주제를 논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 보면 어떤 키워드가 뚜렷하게 잡힐 겁니다."라는 베르나르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기존의 전작들을 이미 읽었던 이들이라면 더욱 반가울 만한 작품이다. 물론 베르나르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거라고 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의 키워드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과학 소설이라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언급이 되는데, 페이지를 멈추고 다시 앞 장으로 돌아간다거나, 주석을 읽어봐야 이해가 된다거나 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점이 베르나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성이 인류의 미래라는 것은 남성을 결정짓는 생식 세포들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건 피할 수 없는 경향이에요. 모든 종들이 저항력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여성화하고 있어요. 인간이 개미처럼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죠. 개미 사회는 95퍼센트의 암컷과 비 생식 개미, 그리고 수명이 아주 짧은 5퍼센트의 수컷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이야기는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남극의 빙하 아래에서 8천 년 전에 소멸한 거인들에 대한 기록을 발굴하면서 시작한다. 우리의 첫 번째 인류는 키가 무려 17미터에 달하는 초 거인들이었으며, 그들만의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이룩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중대한 발굴 현장은 의문의 사고와 함께 그대로 묻히고 만다. 나중에 수색대가 그들을 찾아냈을 때는 높이가 2미터쯤 되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 속에 그대로 갇힌 채로 발견이 된다. 그 샤를 웰즈의 아들이 <3인류>의 주인공 생물학자 다비드 웰즈이다. 그는 <진화에 관한 학술 경연 대회>에 참가하지만 최종 선발되지는 못한다. 다비드가 연구한 것은 바로 '피그미, 소형화를 통한 진화'라는 부문인데 콩고에 가서 피그미들을 탐방해 그들이 문명인보다 면역성이 강한 이유를 밝혀보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미개한 과거의 종족인지, 아니면 오히려 미래의 인류에 속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여성화가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 내분비학자 오로르 카메러를 만난다. 그리고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이었던 나탈리를 통해 대통령 직속 비밀 기관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이 황폐한 환경과 방사능 속에서도 살아남을 신종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초소형 인간인 에마슈이다.

 

제가 지지하는 두 결선 진출 자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회성 곤충들은 꿀벌이든 개미든 1 2천만 년 전부터 지상에 존재해 왔고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꿀벌과 개미는 완벽하게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어 냈고 전염병과 기아를 이겨 내면서 온 대륙에 도시들을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종은 크기를 줄이고 암컷의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지상에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개미와 꿀벌을 볼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베르나르는 이 작품에서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는 가설, 즉 가이아 이론을 전면적으로 등장시킨다. 가이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가 인간처럼 살아 있다고 보는 이들이 붙인 이름이다. 가이아는 독백의 형태로만 등장하며,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전체 소설에서 가이아의 대목만 1인칭 서술로 독립되어 흐른다. 핵무기의 무분별한 사용, 자연재해와 환경 재앙, 자원 고갈, 대전염병, 야만적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등 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 작품의 배경이므로,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류는 자신을 탈바꿈시켜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메시지다. 인간들의 행동에 분노한 가이아는 바이러스나 기상 이변 등을 통해서 인간을 심판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보고 다비드와 오로르는 이게 바로 바로 우리 부모 세대의 지력과 사고력이 도달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우리 부모들은 잘못을 저질렀고 그들에 앞서 우리 조부모님들도 잘못을 범했기 때문에 그런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그런 실수를 이어 간다는 거라고. 우리는 새로운 인류, 새로운 규칙을 가진 신 인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이다.

 

신체의 크기를 줄여서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8천 년 전에 거인들이 사용한 방법인데, 저들이 그런 해결책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사실 인간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다. 인간들은 나의 모든 표면을 침범해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의 크기가 줄어들면 내게는 그들이 훨씬 덜 성가실 것이다. 크기가 0분의 1로 줄어들면, 그만큼 천연자원과 식량의 소비도 감소할 것이고, 수명도 짧아질 것이다. 요컨대 나를 침해하는 일이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3인류>에서는 17cm 초소형 인간에마슈가 등장한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진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에마들은 숫자로 구분이 된다. ‘에마 1’은 제 1대 여왕으로 에마슈들을 다스렸고. ‘에마 666’은 반란을 일으켜에마 1’을 살해했고, 처벌을 받은 뒤 사제로서 활동한다.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에마 109’는 다음 편에서 전개될 이야기에서 어떤 활약을 할 거라는 예고를 한다. <개미>를 읽었던 이들이라면 아마도 그 작품과 연결된 부분들을 캐치했을 테고, 그럼 다음에 이어질 <3인류>이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에마슈를 보는 가이아의 멘트가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겠다 거인들은 미니 인간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해결 책은 더 고약한 문제를 낳았다. 미니 인간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그들은 저희를 창조한 주인들을 배신했다.’ 라고 하니 말이다. 베르나르는 아직도 이 작품을 집필 중에 있고, 현재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앞으로 프랑스에서는 4, 한국에서는 8권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이라고 하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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