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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메일이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유행해서 다들 짧은 말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타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고. 그러므로 그 속에서 어떤 말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난 그건 다르다고 생각해. 짧고 간결하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니까 거기 선택되지 못한 말이 압도적으로 많은 거잖아. 그러니까 선택되지 못한 말 쪽이 더 그 사람을 잘 표현할 거라고 생각해. 그 짧은 말 너머에 있는 인간 그 자체를 상상해 주라고, 좀 더.

 

요즘은 전화나 문자보다는 카톡이 더 일상화되어 있는 소셜미디어 시대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SNS는 거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등을 오랜 기간 사용해본 이들은 모두 알 것이다. 사실은 온라인에서의 나와 오프라인에서의 나가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는 말이 적지만 온라인에서 수다쟁이인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글 솜씨는 대단히 뛰어난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온라인의 나와 오프라인의 나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서, 그걸 꼭 거짓말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두 가지 모습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될 테니 말이다. 각각을 다른 인물로 파악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상의 친구들과 오프라인 상의 친구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각각 구분이 되어 있다. 온라인 상의 친구들이 보는 나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보는 나가 다르다고 해도, 모두 진짜 ''라는 말이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면을 보는 것이고, 누군가는 나의 저런 면을 보는 것이니, 당연히 다르게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사실은 커피숍에서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느라 짜증이 나 있는데, 멋진 풍경과 커피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서 분위기 있게 보일 수도 있겠고, 평소에 책이라고는 한 페이지도 안 보면서 책 펼쳐놓고 카페 사진 올리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굳이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 허세나 과장 또한 '가짜'라기 보다 그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숨겨진 단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이 작품에서처럼 누군가 내가 온라인상에서 허세를 가득 부리는 걸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그에겐 내가 가식덩어리로 보일 테니, 얼마나 가소롭게 보일 것이며, 나중에 그걸 알게 된 나는 그야말로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극중의 다쿠토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온라인 상 자신의 모습을, 가까운 누군가가 몰래 관찰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면서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관찰하기와 관찰 당하기, 소셜미디어 시대의 무서운 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메일에도, 그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정말로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데에 쓰고 답장을 받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보여 주는 얼굴은 항상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 현실의 얼굴과 괴리가 생긴다. 트위터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면서, 하고 멋대로 불평한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만이 건강한 모습으로 줄곧 그곳에 있다.

 

이 작품은 최연소 나오키 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가 아사이 료의 작품이다. 이십 대 초반의 작가는 딱 실제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매우 리얼하게 그려낸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매일같이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지만 속은 외로운 바로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즈키를 짝사랑하는 다쿠토는 취업활동을 위해 극단 활동을 멀리 하려고 한다. 그의 룸메이트인 오랜 친구 고타로 역시 취업준비를 위해 밴드에서 은퇴하려고 한다. 고타로의 옛 여자친구인 미즈키는 진지한 성격처럼 이미 취업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이다. 미즈키가 유학생 교류회를 통해 알게된 리카는 자신의 명함까지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자기 PR을 한다. 그런 리카의 남자친구 다카요시는 취업활동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자기 미래를 모색 중이다. SNS 형식으로 소개된 등장인물부터, 극 중간중간 트위터 메세지가 지속적으로 보여진다. 실제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자주 보는 것같은 딱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이런 5명의 친구들이 취업에 대한 정보를 나누면서 구직활동을 해 나가는 게 주요 스토리이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떨어져서 좌절도 하면서, 이제 처음으로 세상을 향하여 발을 딛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자동적으로 바뀌어 왔잖아? 초등학교 들어가서 6년 지나면 중학생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3년 지나면 고등학생이란 이름이 되고, 그런데 앞으로는 스스로 그걸 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거야.>라는 극중 대사처럼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된다. 그 동안은 부모님이 해주신 밥 먹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 울타리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나"라는 것. 어떻게 치장하고, 꾸미고, 감추어도 ""란 인간 바뀔 수 없다. 이상적인 모습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 말이다. 아사이 료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점을 꼬집고, 사회로 나가면서 어떻게 자신을 직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리얼하게 이야기한다. 현실에선 그러지 못하면서 온라인상에서만 세상에서 제일 쿨한 척 하는 수많은 이들이라면,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몰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을 훔쳐보던 이들이라면, 아마도 뜨끔할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허세를 부리는 이들이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몰래 뒤에서 남의 일상을 관찰하는 이들이나, 나는 어쩐지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모두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거나, 외롭기 때문이니 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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