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1
윤선주 소설, 김영은 각본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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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사도세자의 책을 읽고 난뒤에는 항상 찜찜함이 남았다. 그 역사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것일까? 하고. 영조가 정말로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아들을 죽인 것인지. 아니면 대신들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도세자를 뒤주에 갖혀 죽게 만들었는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사실이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언젠가 나중에라도 사료가 어디서 톡 하고 튀어나와 이 진실이 밝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그때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들 모두를 다시금 되돌아보며 화통하게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한 무수리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것과, 형인 경종의 죽음에 연잉군이 독살했다는 추문을 받으면서 영조는 왕으로 등극했다. 그만큼 그는 그 자리가 부담스러웠으나, 그 자리를 지키려 또한 노력했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에는 맹의라는 하나의 계약서가 아주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맹의란, 영조가 세제시절, 그러니까 연잉군때 연잉군을 왕위에 올려주는 조건으로 연잉군과 노론이 맺은 일종의 계약서이다. 이 계약서를 둘러싸고,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그리고 노론, 소론의 쫒고 쫒기는 싸움이 시작된다.


영조는 왕이 되었지만, 맹의에서 벗어날수는 없었다. 그 맹의가 세상에 빛을 본다면, 그가 올바르게 왕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이 알 터이고, 반듯한 사도세자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맹의를 영조와 노론은 찾고 있었고, 소론도 결국 그 존재를 알고 사건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도화서 화원 흥복이라는 사람이 궁에서 살인이 되고 경종의 묘 우물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흥복이 맹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밤 흥복은 사도세자 선에게 그 이야기를 하러 궁으로 입궐했던 날이었다. 흥복을 기다렸던 사도세자는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다, 결국 그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흥복은 사도세자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다. 가장 아끼고 마음을 터놓을수 있었던 이. 그런 선에게 흥복의 죽음은 충격이었고, 그 죽음을 파헤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죽음이 자신의 아버지 영조와 연관되어 있을 줄 꿈에나 알았으랴? 영조는 노론의 수장 김탁과 결탁해 사도세자의 뒤에서 그 모든일을 지켜본다. 아들에게는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 책은 작년 12월달에 종영된 SBS드라마 <비밀의 문>을 소설로 출간한 것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딱 한 회차 본 기억이 나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노론과 소론의 쫒고 쫒기는 사건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체제공 앞에 있는 이는 이 나라 조선의 세자가 아니었다. 사랑하고 빋었던 벗을 잃고, 하여 모든 것을 걸어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려 했으나 끝내 배신당한 사내일 뿐. 선은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선은 말에 올라 궐을 빠져나갔다. 전각들을 스쳐갈 때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였던 흥복과 자신의 모습이 스쳤다. 세책을 하러 갔던 광통교 일각이며 부용재 근처며 함께한 추억들을 스칠 때마다 칼끝에 베이듯 아려왔다. (p.125)


사람 목숨을 휴지 쪽만큼도 귀히 여기지 않는 자들이 빈청에 줄줄이 버티고 앉아 정치를 하고 있다는 거라고! 백성을 하늘로 알고 섬겨야 한다, 이런 공허한 문구 늘어놓겠다는 게 아냐. 적어도 백서으이 목숨이 자신의 목숨만큼은 귀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정치할 자격이라도 주어지는 거 아니냐고.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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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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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도 빌려 읽었다. 그때,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과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한강><아리랑>을 다 읽었는데, 그때부터 그분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관심이 막 생겼다는 것은 아니고, 그분의 소설이 너무 좋았던 단 그 이유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를 가고, 그 이후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조정래 작가의 책을 다시는 읽지 못했다. <정글만리>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아껴두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책을 꼭 읽으리라.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조정래 작가의 글이 그리웠다.

이 책은 인터뷰형식으로 조정래 작가의 책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이념들에 대해 담긴 책이다. 우리 역사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에 대하여 써야 한다는 자각 때문에 대하소설을 3편이나 쓴 조정래 작가님은, 요즘 신예 작가들이 대하소설을 쓰는 것을 멀리한다고 걱정해 하셨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 말라고, 독하게 마음먹고 대하소설을 쓴다면, 그 책을 마무리하는 순간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해준다. 나도 대하소설을 참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찾아서 읽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즘 누가 직넙 육필원고를 쓰는가? 조정래 작가님은 죽는날까지 손으로 쓰겠다고. 원고지에다 한자 한자 쓰고 있다고 하시는데, 핸드폰도 가지고 계시지 않으시고, 진심으로 존경스럽기만 하다. 건강을 지금까지 어떻게 잘 유지하고 있느냐 라는 물음에 6시에 착실하게 일어나 국민건강체조를 한다는 부분에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왜인지 모르게 소박하다. 몇몇 분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서, 조금 중복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조정래 작가님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 책이 되었다.


아, 그리고 놀라운 점을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조정래 작가님이 자신의 손자 이름 "재면아~" 라고 불렀을때,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기억을 더듬다가, 오래전까지는 아니고, 몇달전에 <행복>이라는 책에서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에게 365일동안의 하루하루 이야기를 글로 적었던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할머니의 손자 이름이 '재면'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할머니가 조정래 작가님의 부인이었던 것이다. 난 그 책 <행복>을 읽을때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조정래 라는 한분의 작가님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된 것 같다. 후배 작가들에게 시대 현실을 정직하고 용기 있게 대면해야 한다는 문구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분의 인터뷰가 진솔하게 다가왔고, 앞으로 더 좋은 책을 많이 많이 내주시길 바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쨌거나 작가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인식한 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의 총체적인 것인 한 국경을 넘고, 인종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은 문제 많은 우리 현실에 좀더 치열하고 철저하게 대결했으면 합니다. 역사 체험이 없어서 대작을 쓸 수 없다고 타령하고 불평하지 말고 눈앞에 놓인 것들을 직시해야 합니다. (p.26)


<정글만리>는 미래지향적 소설이기 때문에 40~50대보다는 20~30대가 더 많이 읽기를 바랐고, 제가 만약 소설을 쓰지 않는 30대라면 서슴없이 중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진작 언급했습니다. 가나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20~30년 동안은 중국이 우리의 가나안입니다. 고생은 좀 되겠지만, 중국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20~30대가 <정글만리>를 읽고 그 사실을 깨달아 중국으로 인생행로를 결정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p.131)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너무 좋아 나는 평생의 길잡이로 삼아왔다. 영혼을 담아 치열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괴테의 말처럼 80세가 돼도 소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90세를 넘긴 작가라도 작품에선 나이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1,000만 명이 보고, 뮤지컬도 100만 명쯤 보는 시대다. 좋은 작품이 없는 것이지, 국민이 책을 안 읽거나 소설을 싫어 하는 게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죽음이 보일 때까지 노력하라. 시대의 등불이 되고 나침반이 되고 싶으면 말이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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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정리습관 - 집중력을 두 배로! 학습효과를 두 배로!
임희정.강누리 지음 / 마음상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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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력' 이란

물건, 시간, 공간을 적절하게 조율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힘



음, 나는 정리를 잘하는 사람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솔직하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TV에 정리의 달인. 이라고 나오는 사람들의 정리해 놓으신 것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고 감탄에 감탄을 부르짖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리를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중간보다는 조금 나은정도? 너무 자만했나. 신랑이 보면,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구박할지도 모르겠으나, 뭐 아무튼 그정도라고 치자. 정리를 하긴 하는데, 세세하게 들어가면 정리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음, 그러니까, 겉으로는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를 잘해놓고 사는것처럼 보이는데, 어딘가 속속들이 열어보면, 뭔가 허술한 그런 사람. 그러니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 정리하는 노하우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정리의 연장선상에 들어가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와 함께 정리하는 습관을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아이의 정리하는 습관은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부모의 교육과 관련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친구집에 갈때는 이상하게 그런 점을 눈여겨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저렇게 키워야지~', '아... 저렇게는 안돼..' 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아이에게 좋은 정리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정리에 관련된것들만 담아놓은 것이 아니라, 변화를 줄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놓았다. 그 중 아이의 놀이방 만들기였다. 장난감은 '위험한 것들이다, 아무때나 가지고 논다.' 라는 이유 때문에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아두는 집들도 많은데, 이 책에서는 아이의 손에 닿는 곳에 놓아두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의 정리하는 습관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정리정돈하는 그 단 하나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든지 잘하는 아이로 만든다. 독립심과 자립심을 키우며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리교육은 그래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가르쳐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리공식을 지켜보자. 아주 간단하게 공식화한 분류하기, 정돈하기, 유지하기. 이 세가지로 정리정돈을 쉽게 해보자.  

 

책은 참, 알차게도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의 정리습관에서부터 시작해, 스스로 체크리스트로 점검해 볼수 있는 란이 있었으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예시도 담아 놓았다. 아이에게 정리 습관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최상의 방법은 윽박지르며 정리하라는 호된 소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놀이와 함께 하는 방법이 가장 적당하고,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부모도 다시금 잘못된 정리습관을 바로잡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아이가 아직 정리습관을 기르지 못했다고 해도,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정리습관을 위해, 한권의 책에서 좋은 조언을 얻으시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워낸 공간에서는 그 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합니다. 물건으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가벼워진 공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게 되죠. 코이케 류노스케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에는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꼭 필요한 것을 채워야 할 때를 대비해 서랍 한 칸은 늘 비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비운다는 것,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제거한다는 것은 곧 정말로 필요한 것만을 남긴다는 것이고, 이는 각각의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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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A 마나가 2호 - comics artists' creative time and space - the comic of my life
MANAGA 편집부 지음 / 거북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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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뭐라고 단정지어야 하나. 만화가들을 인터뷰했으니, 잡지라고 해야 하나. 아님, 만화가들의 만화가 담겨 있으니 만화책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애매한 책이기도 하지만, 재미나게 읽고 본 책이다. 다만 일반 책 크기와 훨씬 커서 활자도 클줄 알았는데, 일반 소설책보다 활자가 너무 작아서 눈이 좀 불편한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마나가 1호에 이어 두번째로 발행된 책이다. 근데 왜 제목엔 2라고 적지 않았을까?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할때는 마나가 2로 제목이 나온다.

하일권 만화가로부터 시작해서 책에는 총 9명의 만화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인터뷰와 만화에 대한 이야기, 만화를 그리는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면 만화가가 그린 만화가 선보여진다. 그러니까, 만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들의 만화를 볼 수 있어서 이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분은 하일권씨다. 왜인지 전형적인 만화가 같은 탈을 쓰고 심각한 표정을 연출하시는 모습이 재미있다. 사실, 예전의 만화가라는 직업보다 현재 만화가의 일은 훨씬 진보된 듯 보여지지만, 역시 기초는 그들의 아이디어,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똑같다. 학창시절에 내 옆자리 아이가 그림을 너무도 잘 그리고 노트에 끄적거렸던 만화의 그림들을 보고서, 나는 왜 저런 재능이 없는거야? 라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림실력이 없는 나는 항상 부럽다.

 잡지인듯, 잡지아닌책. 9인 9색의 작품들을 구경할수 있는 맛과 각자의 생각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또 다음호가 나올 것 같은데, 만화가들은 구독해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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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 세계 수행자들과 함께 한 ‘삼례’의 특별한 여행
함영 지음 / 참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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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속에 '삶'이 있고, '지혜'가 있다.


공양간(供養間)은 절에 속한 ​부엌을 말한다. 나는 공양간에 한번도 들어가보지는 못했으나, 바깥에서 구경한적은 있었다. 두서너번정도 되었을까? 신랑과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절에 들러 밥을 얻어 먹은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한번씩 고개를 쑥 내밀고 들여다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별 생각없었을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생각에 살을 붙이게 되었다. 그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손길은 수행의 하나였다고.


삼례라고 하는 책 속의 주인공은 어느날 훌쩍 혼자 미얀마로 떠난다. 겁도 많고, 여행을 딱히 가고 싶었던 마음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여기서 주인공 삼례라는 분은 책의 저자 함영 씨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녀이지 않을까? 라고 추측을 해 볼 따름이다. 그녀가 미얀마로 떠난 이유는, 오래 전 미얀마에서 돌아온 한 스님의 말을 기억해서 였다. 그 스님은 미얀마의 숲속 곳곳에 '꾸띠'라고 하는 오두막이 있는데 수행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 라고 했다. 그 단 한마디의 말을 기억해 삼례는 미얀마로 떠난다. 아, 여기서 '꾸띠'는 수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말한다고 한다.



미얀마에서 사람들에게 수행은 일상이었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출가를 경험해봐야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네들은 생각한다. 흡사 우리 나라의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출가를 경험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이 수행을 한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느꼈던 삼례는 그곳에서 수행자들과 어울리며,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눈빛 하나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사용하고, 먹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과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속으로 들어가, 공양점심으로 나오는 잘게 썬 코코넛으로 소를 넣어 만든 코코넛 찰떡과 하루를 꼬박 공들여 만들었다는 수제 요구르트를 그들과 함께 먹고 싶었다. 삼례가 잊지못할, 사랑한 사람들. 60대 할머니 루씨와 친구 미요도 만나보고 싶었다. 웬지 거기에 가면 그들도 나를 친구로 받아줄 것만 같았다. 미얀마의 평균수명이 50살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삼례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있구나! 빠시 아저씨의 짜이를 사먹고 싶다. 이거, 수행은 일언반구도 없고, 잿밥에만 관심있구먼.      

미얀마에서 머물다가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급작스런 상황전환은 나를 조금 놀라게 했다. 삼례는 친구와 부코추지라는 절에 또다시 수행을 하러 갔고, 다시 인도안의 작은 티베트라는 다람살에도 방문한다. 세계의 수행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온 삼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겠지? 하지만, 또다시 회의가 들때면, 언제라도 훌쩍 수행자들의 삶 속으로 떠날것 같다. 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수행자들의 지혜처럼 함께 어울리는 우리의 지혜도 열리게 된다고. 짜이를 한잔 건네받는다면, 그 한잔으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다 괜찮다고. 괜찮아 질거라고. 토닥여 준다. 나도 짜이 한잔~ 하고프구나!




말이 통하지 않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해버린 친구 미요. 그런 그녀와 나란히 앉아 사원마당을 바라보며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서로 아무리 말을 나누고 큰소리를 내도 오해만 쌓이고 상처만 주고받던 기억들이 삼례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말이 이해의 수단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말 때문에 상처받고 말로 상체기를 낼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찌 보면 진심은 침묵 속에서 더욱 명확한 전달력을 갖는지도 모른다. (p.48)


섬광처럼 스치는 전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 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매끼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데도 아무런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깨닫고자 하는 수행도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러기에 깨달음도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야심한 밤 공양간에 밝혀진 불빛처럼 삼례의 머리통을 환하고 뜨겁게 달구었다. (p.98)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자비롭고 지혜롭게 나눌 줄 아는 티베트의 아니들. 히말라야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그들의 빨래가 얼추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삼례의 머릿속에는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이며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애쓰던 일들이 떠올려졌다. 한편 물질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 자신에게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남들과 나누기에 더욱 적절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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