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 세계 수행자들과 함께 한 ‘삼례’의 특별한 여행
함영 지음 / 참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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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속에 '삶'이 있고, '지혜'가 있다.


공양간(供養間)은 절에 속한 ​부엌을 말한다. 나는 공양간에 한번도 들어가보지는 못했으나, 바깥에서 구경한적은 있었다. 두서너번정도 되었을까? 신랑과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절에 들러 밥을 얻어 먹은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한번씩 고개를 쑥 내밀고 들여다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별 생각없었을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생각에 살을 붙이게 되었다. 그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손길은 수행의 하나였다고.


삼례라고 하는 책 속의 주인공은 어느날 훌쩍 혼자 미얀마로 떠난다. 겁도 많고, 여행을 딱히 가고 싶었던 마음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여기서 주인공 삼례라는 분은 책의 저자 함영 씨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녀이지 않을까? 라고 추측을 해 볼 따름이다. 그녀가 미얀마로 떠난 이유는, 오래 전 미얀마에서 돌아온 한 스님의 말을 기억해서 였다. 그 스님은 미얀마의 숲속 곳곳에 '꾸띠'라고 하는 오두막이 있는데 수행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 라고 했다. 그 단 한마디의 말을 기억해 삼례는 미얀마로 떠난다. 아, 여기서 '꾸띠'는 수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말한다고 한다.



미얀마에서 사람들에게 수행은 일상이었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출가를 경험해봐야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네들은 생각한다. 흡사 우리 나라의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출가를 경험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이 수행을 한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를 느꼈던 삼례는 그곳에서 수행자들과 어울리며,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눈빛 하나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이 사용하고, 먹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과 소중한 것들을 나누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속으로 들어가, 공양점심으로 나오는 잘게 썬 코코넛으로 소를 넣어 만든 코코넛 찰떡과 하루를 꼬박 공들여 만들었다는 수제 요구르트를 그들과 함께 먹고 싶었다. 삼례가 잊지못할, 사랑한 사람들. 60대 할머니 루씨와 친구 미요도 만나보고 싶었다. 웬지 거기에 가면 그들도 나를 친구로 받아줄 것만 같았다. 미얀마의 평균수명이 50살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삼례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있구나! 빠시 아저씨의 짜이를 사먹고 싶다. 이거, 수행은 일언반구도 없고, 잿밥에만 관심있구먼.      

미얀마에서 머물다가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급작스런 상황전환은 나를 조금 놀라게 했다. 삼례는 친구와 부코추지라는 절에 또다시 수행을 하러 갔고, 다시 인도안의 작은 티베트라는 다람살에도 방문한다. 세계의 수행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온 삼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겠지? 하지만, 또다시 회의가 들때면, 언제라도 훌쩍 수행자들의 삶 속으로 떠날것 같다. 공양간 노란문이 열리면, 수행자들의 지혜처럼 함께 어울리는 우리의 지혜도 열리게 된다고. 짜이를 한잔 건네받는다면, 그 한잔으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고. 다 괜찮다고. 괜찮아 질거라고. 토닥여 준다. 나도 짜이 한잔~ 하고프구나!




말이 통하지 않아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해버린 친구 미요. 그런 그녀와 나란히 앉아 사원마당을 바라보며 함께 밥을 먹고 있으면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서로 아무리 말을 나누고 큰소리를 내도 오해만 쌓이고 상처만 주고받던 기억들이 삼례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말이 이해의 수단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말 때문에 상처받고 말로 상체기를 낼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찌 보면 진심은 침묵 속에서 더욱 명확한 전달력을 갖는지도 모른다. (p.48)


섬광처럼 스치는 전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 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매끼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데도 아무런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깨닫고자 하는 수행도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러기에 깨달음도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야심한 밤 공양간에 밝혀진 불빛처럼 삼례의 머리통을 환하고 뜨겁게 달구었다. (p.98)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자비롭고 지혜롭게 나눌 줄 아는 티베트의 아니들. 히말라야 계곡의 너럭바위에 앉아 그들의 빨래가 얼추 마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삼례의 머릿속에는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던 기억이며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애쓰던 일들이 떠올려졌다. 한편 물질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 자신에게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남들과 나누기에 더욱 적절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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