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람 - 난 잘 지내고 있어 탐 청소년 문학 14
강미 지음 / 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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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학교로 아이들을 옳아 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본다. 물론 학교라는 곳이 배움의 장이고, 사회생활 이전에 만나는 소통의 장이긴 하지만, 요즘의 우리 시대의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너무도 많은 고통과 상처들을 감내해야만 하는 건 아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학창시절을 오롯이 지나온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그때의 그 시절은 추억이 많이 깃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수능에 집중해야 했던 고3 시절은 조금 힘겨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나보다 더 많이 힘든 아이들도 있었고, 누군가는 타인에 의해 많은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은 지금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하는 작은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학교에서의 상처하면 역시 왕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옛날이건, 요즘이건 꼭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건 사회생활에서도 없어지지 않는 일이기도 하지만. 학교 옥상에서 자살한 친구를 목격한 선영은 학교를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나오게 되고, 방황하게 된다. 그녀의 엄마는 고등학교 교사로 엄마가 하는 여행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학생들과 또 다른 우정을 쌓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아버지의 부재로, 엄마의 모든 말은 다 들어온 정은, 똑 부러지는 성격을 보이지만 곧은 그녀의 마음에도 상처뿐이다. 찬은 앞으로의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시시각각 대립을 하게 되고 대안학교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여행학교에서 그들은 만난다. 하지만 그곳도 학교의 작은 모습은 마찬가지. 아이들은 싸우고, 정들고, 다시 화해해나가면서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있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라는 바람으로 자식이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서로에게도 바람이 되어 주자고 속삭이는 정은의 말에 아이들은 마음속의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상처를 회복해 나가고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되겠지. 요즘 많은 복잡한 문제들이 상연해 있는 학교라는 공간. 다시 무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들의 상처가 곪지 않고 잘 아물기를..



음, 너희 풍경 알아? 절이나 누각 처마에 달아 두는 거. 풍경은 바람이 불어야 좋은 소리를 내. 어, 그러니까 부모라는 바람으로 우리가 소리를 낼 수 있듯이 이제는, 어, 우리도 누군가의 바람, 그래, 바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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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범
권리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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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암보스 문도스> 이후로 두번째로 만나는 권리 작가의 책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책에 대해 고심이 많았고, 할말이 많은 듯 보였다. 삼 년 만에 내놓은 그녀의 다섯 번째 책이자, 6년만의 장편 소설. 그러니까 약 10년만의 결과물이라서 그러한가 보다. <암보스 문도스>에서 나는 그녀에게 참 좋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그 책과는 달리 그녀는 또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약2321년이다. 정말 까마득한 이야기. 그때의 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너무도 까마득한 이야기. 그래서 인지, 상상을 한다는 것조차 막는 사회가 조금 낯설게 다가왔지만, 점점 읽으면서 빠져들게 된것은 왜일까. 정말, 이런 세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하물며 요즘도 개인정보가 이리저리 나뒹굴고, 인터넷의 댓글조차 처벌받는 시대인데, 그때.. 그때쯤 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환태평양 지진대 부근에서 일어난 지각 변동 때문에 생겨난 URAZIL. 그곳은 범죄자가 심각할 정도로 늘어나게 되자, 상상을 금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하게 될 지경까지 이른다. 과거의 기억들이나 이미 했던 경험을 상상하는 재생적 상상은 허용되나, 새로운 것, 나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창조적 상상은 금하는 법안이다. 누구라도 창조적 상상을 하게 되면, 끌려간다. 아, 이런... 요즘으로 생각하면 모두다 끌려가는건데, 나는 골백번도 끌려갔겠구만. 그런데 그런 상상을 자제하는 뭐, 약이라도 있단 말인가?

아무튼, 연극배우인 기요철은 공연을 끝내고 어딘가로 떠날려고 꾸린 가방에서 출석요구서 라고 적힌 종이 한장을 발견한다. 그것은 상상범죄팀으로 출서하여 달라는 종이였다. 하지만 기요철은 별 생각없이 그대로 꾸겨버린다. 하지만 결국은 잡혀가고,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며, 수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창조적 상상을 금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를 발생하게 만들고, 끝내는 살인을 자행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상상을 하면서, 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알겠으나, 상상을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정말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상상하는 것이 왜 죄가 되는 것이냐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요철은 끝까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감생활을 하면서 상상을 할때마다 버튼을 눌러야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첫 장부터 흡인력있게 시작하는 권리 작가의 장편소설. 정말 상상도 못한 미래의 일을 잘 버무려 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다음 책도 곧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렸을 뿐입니다. 제가 누굴 죽였습니까? 강간을 했습니까? 거짓말을 했습니까? 저는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어요! 죄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피해를 수반하는 것 아닙니까? 상상이 도대체 왜 거짓이고 죄란 말입니까? (p.47)


지금처럼 위험과 위선이 가득한 시대에 리얼리티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현실의 고달픔은 우리가 인생을 끊임없이 부정하게 만들어 지치게 한 다음, 끝내는 자기 스스로 인생이라는 연극 밖으로 나가떨어지게끔 만들고 있다. 이쯤에서 허구라는 것이 리얼리티를 압도하며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p.68)


당신은 벌금 150만 우라와 징역 6개월, 이 년간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그리고 상상금지교육 400시간을 받았소, 벌금낼 돈이 없어서 육 개월간 로텍에서 노역을 살기로 하는 데 동의했고요. 이제 로텍에 들어온 이상 당신은 '입주자'로 불릴 겁니다. 당신의 이름이나 과거의 직업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타인과 구별하기 위해 당신에게 '2322 고단 3604'라는 고유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이곳은 로텍 안의 셀이고 당신은 상상범 304입니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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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 1 - 육체에 눈뜨다 에디션 D(desire) 7
엠마뉴엘 아산 지음, 문영훈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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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해두고 싶은 책은 엄청나게 색정적인 소설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그래서 각 인터넷서점에 리뷰를 올리거나 이책을 검색해서 정보를 보려 할때는 성인인증까지 해야 했었다. 나를 당혹하게 한 책으로 손꼽히지 않을까. 첫 도입부부터 상당히 강하게 시작한다. 주인공 엠마뉴엘은 일등석 비행기안에서 옆좌석의 남자와 성행위를 하게 되는데, 그 남자와의 행위를 하는 동안 건너편 아이들이 보는데도 당당하게 행위를 끝낸다. 그리고 또 이어서 비행기 안의 화장실에서 다른 남자와 또다시 섹스를 한다. 비행기안에서의 섹스라니. 그런데 더 황당한건 비행이 끝나고 공항에 도착하자, 그녀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의 품에 안긴다. 하하하.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또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 영화가 얼마나 야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하지만 영화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책이니, 나는 책이 더 심위가 높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렇게 야한 책을 어떤 여자가 썼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아직도 확실하게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1959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하니, 그 당시에 이 책이 얼마나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까? 그리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은 말해서 무엇하랴. 아무튼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 이름처럼 엠마뉴엘의 이름을 가진 엠마뉴엘 아산이라는 가명일지, 진짜 이름일지 모를 이름으로 이 책을 내었고, 그녀가 누구이지 않을까.. 라는 가설만 있다고 한다.


첫 도입부부터 상당히 강렬해서 나를 당혹케 한 이 소설은 전2권 내내 성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거의 책 내용의 97%정도 일듯. 그런데 자꾸 성적 이야기만 하니까, 책을 읽는 이야기의 진행이 영 시들해졌다고나 할까. 그런 부분은 있었다. 남자의 성적 욕망만 허용된다고 생각할수 있는 보수적인 편에 맞서서 여자또한 성적 욕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엠마뉴엘의 자유로움. 거기에는 그녀의 남편도 동조하고 나섰다. 그는 아내의 아름다운 몸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남편이었다. 그리고 엠마뉴엘은 한술 더 떠 세상 모든 남자들과 섹스하고 싶어했다. 오직 성적으로만 생각하는 여자일것 같은.


마리오라는 한 남자에 의해서 연애술 비법을 받으면서 엠마뉴엘은 새로운 것에 다시 눈을 뜨게 된다. 이 책이 신앙과 종료고부터 자유로운 해방된 여인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나에게는 너무 성적 수위가 높은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남자처럼 여자도성적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그쪽으로 몰입하는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동시에 아이가 있는 집안이라면 이 책을 책장에서 몰래 숨겨놔야 할것 같다.




엠마뉴엘의 흥분이 시들해졌다. 그녀는 가식이나 화장 같은 건 딱 질색이었고, 발레 공연을 보면서 하품을 하는 여자였다. 무용수들의 거짓 누드는 물론 백조의 오르가슴은 그녀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엠마뉴엘은 그들이 깃털로 몸을 장식하거나 정말로 발가벗지 않는 것을 속으로 비난하곤 했었다. 그녀는 실망해서 사기꾼 여자로부터 돌아서려다가, 맞은편 다른 무리의 중심으로 금발 여자가 보내는 시선을 무의식적으로 쫒았다. 바로 거기서, 키가 크고 늘씬한 갈색머리의 한 여자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남녀 손님들의 관심은 무시한 채 시선을 마주 보내고 있었다. (p.215)


마치 우리가 삶의 주인인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지요. 지금이야말로 파스칼에게서 그 방법을 빌려와야 할 때입니다. 우리에게 빛을 줄 수 있는 것은 성당의 성수가 아니라 삶의 규칙으로서 행하는 색정주의입니다. 그 빛은 단지 우리만 비춰주는 게 아닙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선뜻 현명하게 색정주의적 가치를 유일한 도덕적 가치로 받아들일 겁니다. 다른 동물들이야 계속 똥 냄새를 맡으며 다니든가 말든가 신경 쓰징 낳고 뒷발로 일어서서 걸어가게 될 네 발 짐승처럼 말이죠. 자친 우리 인류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두려움의 시대에서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충분한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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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리다 - 한반도 음식 문화사 작은 역사 3
주영하 글, 서영아 그림 / 보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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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밥상을 차린다는 것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그까짓거, 그냥 대충~ 차려서 먹으면 돼지. 라고 생각했던 아가씨 때와는 달리, 매끼니 밥상을 차리는 것의 소소한 기쁨과, 때론 오늘은 어떻게 또 끼니를 때울까, 하는 아줌마 스러움의 극치를 보이는 고민아닌 고민도 하면서, 평생동안 나의 밥상을 차려주신 엄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울컥울컥 올라올때가 많은 요즈음이다. 사실, 사먹는 밥은 매일 사먹으면 질리는데도, 집밥은 왜 그렇지 않는 걸까? 집밥을 준비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나쁜것은 줄이고, 신경써서 만드는 것이 집밥이다.

그런 밥상. 메뉴.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서 한반도의 음식 문화에 대한 그 모든것을 총망라해놓은 책이 여기에 있다. ​한국사 시간에 처음 배우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농사를 짓는 것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게 된 계기와. 도구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사진들과 함께 깨알같이 설명해 놓았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에게 우리가 이 한톨의 밥을 먹기까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현재까지 왔는지, 엄마 또는 아빠와 함께 이 책을 읽고 공부한다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것 같았다. 고구려 귀족들의 식탁은 어떠했는지, 조선의 임금은 어떤 밥상을 받았는지, 고추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들어왔어~ 라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의 교육에도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먹거리에 대한 많은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가 현재 먹는 밥상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런 한반도의 먹는 역사에 대해 알아보면서, 현재 우리의 밥상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긴 문화를 가진 밥상이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너무도 간편한 것들로 한끼를 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조차도 한끼를 배달음식으로 시켜 먹을때는 오늘은 이렇게 때우는구나~ 하고 편안해 했지 않은가 말이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이다. 라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도 그것이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직접 김치를 담궈보고 또 밭에서 직접 무엇을 키워보는것은 어떨런지. 현재까지 이어온 음식의 문화에 대해서 다시금 또 생각해 보는 시간도 좋을 것 같다.

 

새삼 우리가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고, 한반도 음식 문화에 대한 소소한 것들을 알차게 배울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우리의 먹거리, 그리고 밥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은 먹는 것의 즐거움이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밥상,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알아보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20세기 이전만 해도 가족은 먹을거리를 함께 생산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였습니다. 한솥밥을 나누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음식도, 식성도, 전통도 이어졌어요. 전 세계의 가족들이 모두 그렇게 살았지요. 그러나 어느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먹을거리를 기르고 만들고 먹을 사람, 그들이 사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전통은 뒷전이 되었어요. 하지만 음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닙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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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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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랑 샤부에라고 하는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한 분이 자신의 여자친구 클레르가 인턴십 기간 동안 도쿄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도쿄에서 그도 약 6개월 동안을 보내면서, 그가 그린 도쿄의 구석구석 골목과 일본 사람들에 대한 그림이 여기 실려 있다. 년도는 2006년도에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안내서도 아니고, 모험 기행문도 아닌, 저자의 아주 개인적인 도쿄에서의 끄적거림이다. 그런데 그 끄적거림이, 이렇게 세세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니. 하나의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세세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난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것보다 부럽다. 내가 그림을 못 그려서이기도 하고, 한자리에서 쓱싹쓱싹 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면, 정말 황홀하다. 그래서 이 책도 신 나게 즐기면서 봤던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주위에서 인기가 많은 편인데, 플로랑 샤부에씨도 역시 일본에서 이 그림을 그리면서 일본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것 같다. 거기에다 그는 프랑스 남자였으니까. 더 인기가 있었지 않을까? 후훗.

 

 

 

도쿄의 지역들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나누어 놓으면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 첫 시작은 '고반' 그림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고반'이란 파출소를 말한다. 왜 저자가 각 지역의 파출소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파출소는 지역마다 한 군데씩 있으니까, 똑같은 주제로 시작하기 좋아서이지 않을까?라고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그의 그림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는데, 한 번에 훑어보고 넘어가는 것보다, 그림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는 것이 더 재미를 주니, 꼭 세세하게 한 장 한 장을 차근하게 째려보며 감상하시길 바란다.

 

 

그는 일본 집에서 살면서 일본을 '역겨운 바퀴벌레'의 나라라고 말했다. 다다미방에서 어디서든 쉽게 바퀴벌레를 볼 수 있다고 써놓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바퀴벌레는 많지 않은가? 그의 일본에 대한 표현이 어떤 부분에서는 강렬해서 놀랍기도 했고, 상당히 유쾌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가 일본이라서, 일본의 문화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렇게 표현해 놓았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자연히 비교하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은 겨드랑이 체온계를 사용한다는 것에 놀랍다고 했는데, 프랑스는 항문 체온계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그것이 더 놀랍지 않은가? 하하.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본 일본의 그림과 사람들, 그리고 골목 구경을 재미나게 구경했던 책 한 권이었다. 누구나 자국의 문화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다 보면, 아,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나 또한 일본의 문화를 새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림으로 표현해 놓아서 더 재미있었다.



플로랑은 이 책을 지극히 개인적인 그림지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책 속의 그림과 이야기는 자신의 일상과 기분에 따라 단편적으로 묘사한 도쿄일 뿐이라는 점을 독자에게 양해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저자가 색연필 그림과 깨알 같은 손글씨로 완성한 아기자기한 기록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짧지만 알찬 기행문이다. 느린 걸음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풍경과 소소한 이야기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도쿄를 처음 가보는 사람에겐 상상력을, 다녀온 사람에겐 지난 기억을 되돌려줄 만한 책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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