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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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도 빌려 읽었다. 그때,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과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한강><아리랑>을 다 읽었는데, 그때부터 그분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관심이 막 생겼다는 것은 아니고, 그분의 소설이 너무 좋았던 단 그 이유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를 가고, 그 이후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조정래 작가의 책을 다시는 읽지 못했다. <정글만리>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아껴두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책을 꼭 읽으리라.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조정래 작가의 글이 그리웠다.

이 책은 인터뷰형식으로 조정래 작가의 책에 관한 이야기와 그의 이념들에 대해 담긴 책이다. 우리 역사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에 대하여 써야 한다는 자각 때문에 대하소설을 3편이나 쓴 조정래 작가님은, 요즘 신예 작가들이 대하소설을 쓰는 것을 멀리한다고 걱정해 하셨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 말라고, 독하게 마음먹고 대하소설을 쓴다면, 그 책을 마무리하는 순간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해준다. 나도 대하소설을 참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찾아서 읽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요즘 누가 직넙 육필원고를 쓰는가? 조정래 작가님은 죽는날까지 손으로 쓰겠다고. 원고지에다 한자 한자 쓰고 있다고 하시는데, 핸드폰도 가지고 계시지 않으시고, 진심으로 존경스럽기만 하다. 건강을 지금까지 어떻게 잘 유지하고 있느냐 라는 물음에 6시에 착실하게 일어나 국민건강체조를 한다는 부분에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왜인지 모르게 소박하다. 몇몇 분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서, 조금 중복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조정래 작가님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 책이 되었다.


아, 그리고 놀라운 점을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조정래 작가님이 자신의 손자 이름 "재면아~" 라고 불렀을때,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기억을 더듬다가, 오래전까지는 아니고, 몇달전에 <행복>이라는 책에서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에게 365일동안의 하루하루 이야기를 글로 적었던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할머니의 손자 이름이 '재면'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할머니가 조정래 작가님의 부인이었던 것이다. 난 그 책 <행복>을 읽을때는 그 사실을 몰랐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조정래 라는 한분의 작가님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된 것 같다. 후배 작가들에게 시대 현실을 정직하고 용기 있게 대면해야 한다는 문구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분의 인터뷰가 진솔하게 다가왔고, 앞으로 더 좋은 책을 많이 많이 내주시길 바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쨌거나 작가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인식한 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의 총체적인 것인 한 국경을 넘고, 인종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은 문제 많은 우리 현실에 좀더 치열하고 철저하게 대결했으면 합니다. 역사 체험이 없어서 대작을 쓸 수 없다고 타령하고 불평하지 말고 눈앞에 놓인 것들을 직시해야 합니다. (p.26)


<정글만리>는 미래지향적 소설이기 때문에 40~50대보다는 20~30대가 더 많이 읽기를 바랐고, 제가 만약 소설을 쓰지 않는 30대라면 서슴없이 중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진작 언급했습니다. 가나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20~30년 동안은 중국이 우리의 가나안입니다. 고생은 좀 되겠지만, 중국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20~30대가 <정글만리>를 읽고 그 사실을 깨달아 중국으로 인생행로를 결정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p.131)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너무 좋아 나는 평생의 길잡이로 삼아왔다. 영혼을 담아 치열하게 노력하길 바란다. 괴테의 말처럼 80세가 돼도 소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90세를 넘긴 작가라도 작품에선 나이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좋은 영화가 나오면 1,000만 명이 보고, 뮤지컬도 100만 명쯤 보는 시대다. 좋은 작품이 없는 것이지, 국민이 책을 안 읽거나 소설을 싫어 하는 게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죽음이 보일 때까지 노력하라. 시대의 등불이 되고 나침반이 되고 싶으면 말이다.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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