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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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피사체에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카파는 2차대전을 누빈 전쟁사진가로 유명하다. 특히 <어느 공화국 병사>란 사진이 유명한데, 총에 정말 맞은 것인지 조작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코난 도일까지 나서서 진위여부를 따졌던 요정사진은 후에 이 사진을 찍은 아이들이 조작임을 고백했다.

마크 필립스는 9.11테러사진 중 연기가 마치 악마인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은 걸로 유명한데 조작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의 일본 사진가들은 첩보 역할을 많이 했고, 그 중 가이 군지는 김옥균을 흠모해, 김옥균의 참수 후 아내를 시켜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무라카미 톈신은 전봉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이코패스는 사진을 좋아한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존 버거는 희생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모았다. 우리나라의 이동식이란 사진작가는 청산가리를 먹여 서서히 죽어가는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히틀러는 하인리히 호프만이란 전속 사진사를 데리고 다녔다. 스탈린은 숙청대상자들의 사진을 지우는 전담부서가 있었다. 맥아더는 옆에 키 큰 군인들이 서면, 발로 걷어차서 본인의 키가 커 보이려 했다. 그리고 상륙해안의 물이 얕아 첨벙거리며 걸어야 하자, 불같이 화를 냈지만, 그 사진에 위엄과 권위가 나타난다는 말에 흡족해했다고 한다.

일본의 요코하마는 사진과련 산업이 발달했는데, 연출사진이 특히 유명했다. 사무라이나 닌자옷 등을 갖추고 코스프레하는 사진이 유행했다. 일본 최초 상업 누드는 와인광고로 마츠시마 에미코가 찍었고, 그 후 부모에게 의절당하고 경찰에 불려가기도 했다. 중국은 인력거꾼의 아내에게 돈을 주고 최초로 누드를, 우리나라는 강대석이 기생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누드로 찍었다.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생이 술을 먹다 넘어져 입술을 꿰멘 사진을 올리곤 이건 “셀피”(self-portrait)라고 올렸고, 콩글리시로는 셀카가 되었다.

가장 유명한 셀피는 아마도 13살 때 선물받은 코닥으로 의자에 올려 놓고 거울 속 자신을 찍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가 아닐까 한다.

사진 찍는 포즈도 국가마다 다른데, 중국은 손과 발의 동작이 크다.

일본은 v 포즈가 많다. 거인의 별이란 스포츠 만화가 인기였는데 여기서 나온 v 라는 설과, 미국 스케이트 선수 재닛 리가 완벽한 여기를 하다가 2분 남기고 실수해서 동메달을 땄지만 웃으며 v 하는 모습이 일등만 강조하는 일본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는 설, 코니카 필름 광고에서 이노우에 준이 한 손에 카메라 한 손엔 v하는 모습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파이팅은 파이팅이 곧 투지, 혹은 일본의 파이토에서, 독재시절 싸우면서 일하자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 있다.


특히 신문을 볼 때 기사보다 더 먼저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사진이 아닐까 한다. 내게 편파적인 애정을 갖게 하는 것도 사진이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연출과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반전과 전쟁옹호의 찬반을 뒤바꾸기도 한다. 또한 사진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앞에 이제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같이 모여 애도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분노한다. 그래서 사진의 힘은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 일수도 있다. 일순간에 잘못 찍힌 사진이, 잘못 알려진 가해자의 사진이, 의도에 의해 조작된 사진들이 세상을 떠돈다면? 너무나 삽시간에 퍼져, 요즘은 지우기도 힘들다. 쉽게 찍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것 같지만, 쉽게 노출되고 쉽게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사진이다. 아이들이 찍어 올리는 수많은 사진들을 부모 세대가 우려하며 보는 것도 그런 점이 아닐까.

화가들과 이야기꾼들이 만들던 예전 영웅을 이제는 포샵과 인스타가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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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1-16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이 찍어놓은 사진 보는건 좋아하지만, 제가 찍는 사진엔 관심이 없으니,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위로 받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
 
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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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생 작가님은 황금양띠, 연식으로 따지면 나보다 덜 아날로그적이시다 )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라고 한다.

지니의 램프가 그려진 박스가 오는 날이면, 남편은 이제 전자책을 보는 게 어떻게냐고 넌지시 운을 띄운다. 환경문제도 그렇고, 나날이 좁아지는 집이 불편한 남편이다.

나도 사실 좀 찔리긴 한다. 나무들에게도 미안하고 이제 킨들? 하나면 수만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소장하고 읽고, 줄 긋고 표시하고....

하지만 사실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 것은, 읽는 것만의 행위가 아니다. 책을 먼저 보면

1. 이 책과 어울리는 인덱스 색깔을 고심해서 고른다

2. 이 책과 어울리는 색연필도 한 자루, 그리고 손에 익은 샤프나 연필

종이책을 읽는다는 건, 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맘에 드는 책갈피로 접어 두었다 다시 읽기도 하는 그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걸 빌미로 내가 좋아하는 학용품들을 사 모을 수도 있고, 특히 연필과 색연필, 지름이 지름을 부른다.

내가 줄을 긋고 메모를 한 책, 그리고 그 책이 주는 경험, 친구들의 집을 방문할 때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반가운 책들에 대한 수다. 그러니 아직도 전자책을 맞이 할 마음의 준비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날로그에 대한 변명 혹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가 살아남는 이유를 예를 들어 풀어낸다.

잡스 등 유명인들은 아이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 등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거나 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맞벌이나 저소득층과 새로운 격차가 생긴다. 지금 세대에겐 생경한 아날로그 관련 경험들이 고소득층에 오히려 더 많다는 것,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P판의 열풍이다. 중고LP의 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고 있으며, 한정판의 역할도 한다. LP판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턴테이블은? 결국 아날로그를 즐기려면 지금의 스트리밍 등의 형태보다 돈이 더 드는 셈이다.

즉 아날로그를 즐기려면, 비싼 가격과 그러한 텐테이블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 등 여유가 필요하다.

몰스킨 또한 아날로그의 대표주자다. 이탈리아 마리아 세레곤디는 영국의 여행작가 책을 보던중, 항상 사던 수첩이 이제 나오지 않아 탄식하는 장면과 마티스나 피카소, 훼밍웨이도 비슷한 수첩을 쓰는 것을 보고, 여행용수첩을 만들었다고 한다. 친구와 여행하며 현대의 유목민들을 위한 수첩을 만들자 해서 검정방수표지란 뜻의 몰스킨이 탄생되었다. 결국 몰스킨은 수첩만이 아니라 그 속에 이야기와, 유명 작가들이 쓰던 수첩과 비슷하다는 유명세와 여행이란 현대인들의 동경을 담아 낸 것이다.

오프라인쇼핑몰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스킨십과 지불할때의 경험치나 만족도 그리고 직원과의 경험때문이라고 한다. 애플스토어는 디지털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팔아 매출을 더 올렸다.

로모아 카메라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구소련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위해 만든 기술적으로 좀 떨어지는 카메라다. 디지털이나 휴대폰 카메라는 자동으로 초점이나 손떨림등 보정을 해 주지만, 로모아 카메라엔 그런 기능이 없다. 그래서 손떨림이나 초점이 나가서 우연히 더 멋스런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면이 젊은이들에겐 새로움이었다.

이러한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과 만나서, 신세대에겐 새로운 과거와의 만남이 되고, 기존 세대에겐 익숙하지만 더 나은 모습의 과거를 경험하게 된다.

스마트폰엔 다양한 다이어리 앱이 있다. 한 번 정리해 놓으면 나도 모르는 우리집 경조사를 하루 전부터 열심히 알려주고, 온갖 스케줄이며 내가 적은 감상들을 검색으로도 쉽게 찾아 준다. 그럼에도 매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건 왜 일까. 그 날 하루 내가 느낌 감성들이 그저 글로만 표현되는 건 아니다. 꾹 눌러 쓴 자욱, 힘 없이 늘여 쓴 필체, 혹은 쌍팔년도 감성의 눈물자국 까지 모두 다이어리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새로운 턴데이블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CD플레이어가 새롭고 폼 나는 것이라면, LP판의 지직거림과 바늘의 미세한 떨림, 이어폰 줄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서로 고개를 맞대고 듣던 그 불편하지만 떨리던 그 느낌도 같이 느꼈음 한다. 같이 음악 들을래? 하면서 그 줄 없는 콩나물 대가리 같은 거 하나씩 나눠 끼는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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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4 17: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줄 없는 콩나물 대가리ㅋㅋㅋㅋ👍

han22598 2021-01-15 01:1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콩나물 대가리 ㅎㅎㅎ

전 그게 귓밥이 밖으로 길게 삐져 나온 것 같아 보여서 흉물스러워요.
한번 그렇게 형상화되고 난 후에 그게 너무 별로더라고요 ㅋㅋㅋㅋ

미미 2021-01-15 01:21   좋아요 2 | URL
저도 줄 있는 콩나물이 좋아요ㅋㅋㅋ

레삭매냐 2021-01-14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에잇트랙은 알 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아날로그 완완세이~
 

책을 읽으며, 책 속 음식에 궁금해하셨거나 군침 흘리신 적 있으신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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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야기

아이들과 세계의 다양한 민요들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주로 영어유치원을 다녔거나,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영어학습지며 두루 두루 배운 덕인지, 영어권 어린이동요나 민요는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러다 러시아 민요 하나를 같이 읽었다. 여자 아이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냐는 곡이다. 여자 아이들은 꽃으로 마멀레이드로 소문등으로 만들어진다는 곡인데, 아이들이 흐뭇한 표정이다. 예쁘고 달콤하고 마음에 든단다. 그래서 소녀들에게 물어봤다. 그럼 소년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음, 뭔가 양성평등 관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대답을 들으니 소년들에게 미안해진다.
소녀들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소년들은요, 똥이요. 코딱지요. 방귀요, 개미오줌이요....개미오줌은 뭘까?
하옇튼 어린 소녀들의 생각 속에서 소년들은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쓰고 만들어진다.
아이들이 신나서 부른다. 소년들은 코딱지로 만들어져요. 소년들은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나이키광고를 보여줬다.
 https://youtu.be/wKnpPyO3x6s

뭔가 조금은 달라진 느낌. 그렇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노래한다. 소년들은 똥과 방귀로 만들어졌다고..
남편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우리 남편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아이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ㅎㅎㅎ
아이에게 물어보니 원소니 뭐니 아! 됐고, 더 이상의 대답은 생략한다.

( 아기때 넌 무엇으로 만들어졌니 하면 엄마아빠의ㅡ사랑이요 하던 시절은 너무 먼 과거가 되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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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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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펄벅의 대지를 읽으면서 메뚜기떼에 놀란 적이 있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몰려오는 메뚜기 떼, 그러고 보면 <초원의 집>에도 메뚜기 떼가 나온다. 이런 메뚜기 떼들은 삼국사기에도 고려, 조선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조선은 정종의 양위 이유 중 하나가 메뚜기 떼의 출몰이다. 당나라 태종은 ‘차라리 내 오장육부를 먹어라’며 메뚜기 떼에서 큰 놈을 먹어버리자, 메뚜기떼가 사라졌다고 한다. (영웅은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이 만드는 게 아닐까한다.) 지금도 동아프리카나 파키스탄 중국등은 메뚜기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인조반정시엔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빌미로 광해군 반대파들이 착호갑사를 궁 안으로 들여 거사에 활용하기도 했고, 미국 페리제독은 고래를 쫓다 일본까지 오게 됐다.



쥐는 페스트를 몰고 와 유럽에 큰 변화를 주었다.

곰은 겨울에 동면을 하는 것을 보고, 이승과 저승을 연결한다고 믿었다. 곰은 고무, 고마, 웅,웅진, 금강은 곰강, 곰나루 등 우리와 연관이 깊다. 일본은 신사를 지키는 사자 모양 개를 고마이누라 부르며, 아이누족은 곰을 산신령으로 여겼다. 그래서 새끼곰을 잡아 2-3년 키우다 웅제를 지낸 후 잡아먹었다고 하는데, 곰을 다시 고향으로 보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너무 한 것 아닌가. 똑바로 고향으로 보낼 것이지, 굳이 소화 후에 고향으로 보낸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유럽엔 아르테미스의 아르와 아서왕의 아서가 곰을 의미한다. 베르세르크 또한 곰과 셔츠의 합성어로, 북게르만 전사 중 가장 용맹한 전사를 이르며, 싸울 때 곰모피를 두른다고 한다. 곰은 베어, 베른, 갈색 동물이란 뜻도 갖고 있으며, 베어울프는 곰과 인간의 결합, 베를린은 새끼 곰, 스위스 수도 베른은 그 지역에 곰이 많았고, 곰과 싸워 이뤘기에 베른이 되었다.

단군은 고종때까지 국조였으며(일제 식민사가들에 위해 신화화 되었다는 설이 있다.)삼국유사에선 “일웅일호”라 하여 곰부족, 호랑이부족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난히 알 신화가 많은데, 알은 사철이나 사금 알갱이를 의미한다. 쇳물은 노른자로 알은 제철소와 태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보면 김수로와 석탈해가 다양한 변신을 하며 싸우는 장면이 있다. 독수리는 두두리기나 담금질등 고도의 기술을 의미하며 매는 독수리기법보다 조금 낮은 거푸집공법으로 농기구를 주로 만든다. 그러니 당연히 독수리로 변한 김수로가 승리한다. 두 번째는 새매와 참새, 새매는 큰 칼, 참새는 단검이니 또 새매로 변신한 김수로가 승리.

연오랑과 세오녀도 늘일 연과 가늘 세로 정밀단조를 의미한다. 까마귀 오는 검다로 대장장이는 black smith로 철 녹일 때 숯을 사용해서 검다란 뜻이 들어간다. 검은 들판은 철이란 뜻도 된다. 제철 수장은 태양으로 비견되기에, 연오랑 세오녀가 일본에선 신이자 태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삼족오도 검다로 해를 의미한다. 제철집단의 수장은 태양신의 아들이며 삼족오가 된다고 한다.

늑대는 유럽에선 악마지만, 동북아나 유목민족은 호의적으로 보았다. 늑대는 용맹하고 지혜롭다. 몽골은 푸른 늑대와 흰 사습이 시조이며 흉노는 선우의 딸과 늑대의 결합으로 나라가 세워졌다. 프로이트는 동물토템 숭배로 혈통의 동질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당나라 궁궐에선 황제가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그 양이 이끄는 후궁처소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후궁들이 양이 좋아하는 것을 뿌려두곤 했다고 한다.

용의 기원은 중국 양쯔강의 악어나 왕도마뱀이 아닐까 추측한다. 황제와 치우가 싸울 때 황제가 용의 힘을 빌려 이겼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와 관련 된 것은 용안, 용상, 용포라 하고, 황제 옷의 용발톱은 5개, 황태자는 4개라고 한다.

서양에선 악마지만, 동양에선 용은 신성한 것이며 일본에선 용이 토지신이다. 용왕태랑이고 해서 인간아버지와 용어미 사이에서 태어나, 짐승을 부릴 수 있고, 용어머니가 남긴 음양거울로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한다. 용은 있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해서, 공부와 입신출세와 관련 있으며,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봉황은 수컷 봉, 암컷 황으로 공작을 모티브로 한다. 살아 있는 것을 먹지 않으며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 봉황은 천신이며 용보다 한 수 위다. 일본의 칠색조, 불경의 금시조, 인도의 용을 잡아먹는 가루다 등과 비슷하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불교를 천시하고 농경을 중시하다보니 봉황보단 물을 다스리는 용을 우선시했다. 예전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임을 유난히 강조하던 모대통령이 봉황은 미신이라며 청와대의 봉황문양을 없애자고 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하나의 문화이자 우리 전통이란 주장이 당연히 더 강해 없애지는 못했다. 개신교의 나라인 미국엔 제우스의 상징인 독수리가 떡 하니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지만, 종교색을 드러내며 떼 내자는 이는 없다. 종교가 주는 참된 의미나 해야 할 일은 봉황이니 독수리니 등을 떼내며 반감을 사는 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공작은 신라때부터 키웠으며, 공작깃털은 사치품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해치는 선악과 시시비비를 가리고 액운과 불을 막는 외뿔 달린 산양모양의 전설의 동물이다.

기린도 수컷 기, 암컷 린으로 사슴의 몸에 늑대나 용의 얼굴과 뿔, 말발굽, 몸에 비늘이 있는 전설의 동물이다. 공자의 태몽이기도 하다. 주몽이 죽으면서 기린을 타고 날아갔다가는 설도 있다. 태자나 대원군은 흉배에 기린을 수놓았다. 정화가 기린을 데려왔을 때, 조선에서 축하사절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기린은 어린 조카를 몰아낸 영락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했다.

호랑은 범 호에 이리 랑자다. 호피는 기와채와 가격이 맞먹었다. 고려시대 원나라가 제주도에 말 목장을 세운 이유도, 제주도에는 호랑이가 없어서란 추측이 있다.

일본에는 호랑이와 표범이 없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임난시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한 후, 그 호랑이를 먹고 50세에 아들을 낳았다는 설이 있다.

이집트나 이슬람은 고양이 좋아한다. 특히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었을 때 개가 짖어 곤란해졌고, 뱀에 물릴 뻔 했을 때 고양이가 구해줬다는 설이 있다. 일본은 마네키네코라고 해서 돈과 손님을 불러 온다고 좋아한다. 효종의 셋째 딸 숙명공주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했고, 숙종 또한 애묘가로 유명해 그의 고양이 금손이는 효종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는 설이 있다.

매는 매사냥으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해동청이 특히 유명하다. 일본으로 전파되어 우리나라 매를 구하려 난리였던 적도 있다고 한다. 중동 등은 매사냥이 여전히 유행이며, 매를 비행기에 탑승시키기 위해 매를 위한 여권도 있다고 한다.

코끼리는 우리나라에서, 사람 죽이고 귀양 간 코길이가 유명하다.

최초 안내견은 1282년 부모를 잃은 눈 먼 아이가 개 꼬리를 잡고 나와 동냥을 하고, 개가 우물로 인도해서 물도 먹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 1차세계대전에서 실명한 군인들이 많이 나오자, 독일에서 세퍼드로 시각안내견 훈련을 했다고 한다. 한족은 개고기를 좋아하고, 청나라 만주족은 개는 집을 지키고 사냥을 돕기에 먹지 않는다고 한다. 누르하치가 사냥 도중 정신을 잃은 사이 불이 났고, 그 불을 개가 껐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수의 견이야기와 닮았다.

우리나라 줄무늬 다람쥐는 그 귀여움으로 유명해 일본으로 갔다가 지금은 유럽까지 퍼져 있다고 한다.

원숭이는 오래전부터 재주를 부렸고, 또한 말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오공이 천계에서 맡은 임무는 말을 지키는 일이다.

돼지는 다산과 재력을 의미한다. 저팔계는 멧돼지이며, 게르만은 멧돼지후손이다. 유럽에서도 돼지는 행운이다. 옛말에 어미돼지는 돝, 새끼는 도야지라 불렀고 돼지가 도토리를 좋아하는데, 도토리의 옛말인 돝알이에서 돝이 왔다는 설도 있다.

읍루인은 돼지기름을 발라 추위와 햇볕으로 피부를 지켰다고 한다. 고구려에선 제물로 돼지를 바쳤고, 그 돼지가 도망 친 곳에 국내성을 세웠다.

일본은 멧돼지는 산고래라고 해서 어류에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는 불교에서의 살생금지등으로 국가적으로 육류섭취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시에 동물들은 어땠을까.

일본이 패망하자 창경원 동물들에게 일본인 사육사는 독약을 먹였다. 6.25때는 굶어 죽고 얼어죽고 잡아 먹혔다. 그 후 이병철 회장이 코끼리를 ,한국은행이 사자를 기증했고 후에 서울대공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라크 전쟁에선 바그다드 동물원 동물들이 아사했고, 그 중 혼자 남은 원숭이와 아사직전인데도 개들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지켜 준 사자들이 있었다. 이 걸 본 남아공 환경운동가 로렌스 앤서니는 자비로 응급처지 등을 통해 남은 동물들을 보호했다.

아프가니스칸은 탈레반이 장악하자 동물들 처지 또한 비참해졌다. 아프간 왕가의 상징 마르잔 사자는 탈레반이 죽이려 하자, 사육사가 목숨을 걸고 지켰으며, 곰은 코란에 어긋나게 수염이 짧다며 코를 잘랐다. 후에 미군들이 왔을 때 아프가니스탄의 동물원엔 코 짤린 곰들과 죽어가는 마르잔이 남아 있었다.

전쟁은 인간들이 일으켰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다. 그리고 동물들도 이용되고 죽임당한다. 그 중 한국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레크레스(아침해, 몽골산 우리말)는 중국과 전투에서 미군 포탄의 95%와 부상병들을 날라, 퇴임식 때 곡식을 상으로 받았다. 또한 중공군들이 물자를 나르기 위해 몽골에서 낙타를 징벌해 우리나라에 데리고 오기도 했다.

동경이는 우리나라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벽사의 동물이었지만, 일제강점기 견피로 멸종위기였으며, 광복 후에는 짧은 꼬리가 재수 없다며 박해를 당하다가, 2010년 경주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비둘기는 관상용으로 혹은 소식을 나르는 전서구역할을 했다. 최충수의 애완비둘기를 이의민의 자식들이 강탈하자 결국 그의 형인 최충헌이 이의민등을 살해하게 된다. 일본은 예쁜 비둘기가 없어 우리나라에 비둘기 요청을 하기도 했다.

참새를 가득 그린 그림은 급제를, 마작은 패 섞는 소리가 참새소리같다고 참새 작, 차나무의 여린 잎은 참새 잎바닥 같다고 새 작자 써서 작설차.

참새는 작아도 목이 굵어서 보양식으로 먹었고, 연산군은 참새 잡이를 공무원으로 채용, 사냥매의 먹잇감으로 쓰기도 했다. 숙종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참새도 길러, 참새가 죽자 묻어줬다.우유를 먹다가 송아지가 우는 소리를 듣고는 그 후 먹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인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나 보다. 마오쩌둥은 독극물과 새총, 시끄러운 소리로 스트레스 등을 줘 2억마리 넘게 참새를 학살했다. 참새가 소중한 쌀을 먹는다는 이유였다. 그 때문에 더 큰 흉년에 수천만명이 아사하자 소련의 후루시초프에게 참새 20만마리를 부탁해 들여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참새는 지금도 보호종이다.

참새 한 마리는 수십만원어치의 방충효과를 가져온다. 독일 프리드리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자 모조리 죽이라고 한 적이 있다.


전쟁과 재해가 일어나면 언론들에 비치는 모습은 인류의 힘듦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우린 인간 위주로 세상이 돌아간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위주의 삶이 많은 것을 파괴했지만, 여전히 시야는 좁고 삶의 중심과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란 생각에서 못 벗어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과 재해들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모습에 마음이 복잡하다.

“난 고양이들이 싫어요. 지나가는 고양이들을 보면 발로 차버리고 싶어요.”

그런 말을 할 아이가 아닌데 이상하다. 몇 마디 물어봤더니,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란다. 아이는 동물들을 좋아하고 마음도 곱다. 이래서 말이란 무섭다. 알게 모르게 자신도 세뇌당하고, 그러다 보면 행동으로 나오기도 한다. 동물들이 싫을 수도 있다. 무서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내가 싫다고 지나가는 동물에게 발길질을 하는 건 ?

친구들 중에 싫은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굳이 같이 놀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친구가 싫다는 이유로, 그 친구를 발길질하고 때리는 건 범죄다. 그리고 실제로 길거리의 개나 고양이를 발로 차면 동물학대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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