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그 바깥의 세계를 발견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어크로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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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생 작가님은 황금양띠, 연식으로 따지면 나보다 덜 아날로그적이시다 )

원제는 아날로그의 복수라고 한다.

지니의 램프가 그려진 박스가 오는 날이면, 남편은 이제 전자책을 보는 게 어떻게냐고 넌지시 운을 띄운다. 환경문제도 그렇고, 나날이 좁아지는 집이 불편한 남편이다.

나도 사실 좀 찔리긴 한다. 나무들에게도 미안하고 이제 킨들? 하나면 수만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소장하고 읽고, 줄 긋고 표시하고....

하지만 사실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 것은, 읽는 것만의 행위가 아니다. 책을 먼저 보면

1. 이 책과 어울리는 인덱스 색깔을 고심해서 고른다

2. 이 책과 어울리는 색연필도 한 자루, 그리고 손에 익은 샤프나 연필

종이책을 읽는다는 건, 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맘에 드는 책갈피로 접어 두었다 다시 읽기도 하는 그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걸 빌미로 내가 좋아하는 학용품들을 사 모을 수도 있고, 특히 연필과 색연필, 지름이 지름을 부른다.

내가 줄을 긋고 메모를 한 책, 그리고 그 책이 주는 경험, 친구들의 집을 방문할 때 서재에서 만나게 되는 반가운 책들에 대한 수다. 그러니 아직도 전자책을 맞이 할 마음의 준비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날로그에 대한 변명 혹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가 살아남는 이유를 예를 들어 풀어낸다.

잡스 등 유명인들은 아이들에게 집에서 아이패드 등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거나 통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맞벌이나 저소득층과 새로운 격차가 생긴다. 지금 세대에겐 생경한 아날로그 관련 경험들이 고소득층에 오히려 더 많다는 것,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P판의 열풍이다. 중고LP의 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고 있으며, 한정판의 역할도 한다. LP판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턴테이블은? 결국 아날로그를 즐기려면 지금의 스트리밍 등의 형태보다 돈이 더 드는 셈이다.

즉 아날로그를 즐기려면, 비싼 가격과 그러한 텐테이블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 등 여유가 필요하다.

몰스킨 또한 아날로그의 대표주자다. 이탈리아 마리아 세레곤디는 영국의 여행작가 책을 보던중, 항상 사던 수첩이 이제 나오지 않아 탄식하는 장면과 마티스나 피카소, 훼밍웨이도 비슷한 수첩을 쓰는 것을 보고, 여행용수첩을 만들었다고 한다. 친구와 여행하며 현대의 유목민들을 위한 수첩을 만들자 해서 검정방수표지란 뜻의 몰스킨이 탄생되었다. 결국 몰스킨은 수첩만이 아니라 그 속에 이야기와, 유명 작가들이 쓰던 수첩과 비슷하다는 유명세와 여행이란 현대인들의 동경을 담아 낸 것이다.

오프라인쇼핑몰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스킨십과 지불할때의 경험치나 만족도 그리고 직원과의 경험때문이라고 한다. 애플스토어는 디지털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팔아 매출을 더 올렸다.

로모아 카메라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구소련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위해 만든 기술적으로 좀 떨어지는 카메라다. 디지털이나 휴대폰 카메라는 자동으로 초점이나 손떨림등 보정을 해 주지만, 로모아 카메라엔 그런 기능이 없다. 그래서 손떨림이나 초점이 나가서 우연히 더 멋스런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면이 젊은이들에겐 새로움이었다.

이러한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과 만나서, 신세대에겐 새로운 과거와의 만남이 되고, 기존 세대에겐 익숙하지만 더 나은 모습의 과거를 경험하게 된다.

스마트폰엔 다양한 다이어리 앱이 있다. 한 번 정리해 놓으면 나도 모르는 우리집 경조사를 하루 전부터 열심히 알려주고, 온갖 스케줄이며 내가 적은 감상들을 검색으로도 쉽게 찾아 준다. 그럼에도 매년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건 왜 일까. 그 날 하루 내가 느낌 감성들이 그저 글로만 표현되는 건 아니다. 꾹 눌러 쓴 자욱, 힘 없이 늘여 쓴 필체, 혹은 쌍팔년도 감성의 눈물자국 까지 모두 다이어리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새로운 턴데이블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CD플레이어가 새롭고 폼 나는 것이라면, LP판의 지직거림과 바늘의 미세한 떨림, 이어폰 줄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서로 고개를 맞대고 듣던 그 불편하지만 떨리던 그 느낌도 같이 느꼈음 한다. 같이 음악 들을래? 하면서 그 줄 없는 콩나물 대가리 같은 거 하나씩 나눠 끼는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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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1-14 17: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줄 없는 콩나물 대가리ㅋㅋㅋㅋ👍

han22598 2021-01-15 01:1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콩나물 대가리 ㅎㅎㅎ

전 그게 귓밥이 밖으로 길게 삐져 나온 것 같아 보여서 흉물스러워요.
한번 그렇게 형상화되고 난 후에 그게 너무 별로더라고요 ㅋㅋㅋㅋ

미미 2021-01-15 01:21   좋아요 2 | URL
저도 줄 있는 콩나물이 좋아요ㅋㅋㅋ

레삭매냐 2021-01-14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에잇트랙은 알 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아날로그 완완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