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처서處暑'다
끈질긴 더위에 지친 마음이 애타게 가을을 찾지만 정작 계절이 바뀌는 미세한 변화를 아는건 몸이 먼저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르는 처서를 맞이하는 것은 몸이 먼저라는 말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풀도 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한낮의 더위에 막바지 기승을 부리겠지만 그것도 조만간 끝이다.

새팥이 불어오는 바람에 그네를 타며 열매를 준비한다. 나도 그 살랑이는 바람결에 묻어올 가을향기를 먼저 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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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뭄에 벼는 목이 마르다. 온 들녘엔 양수기 소리로 요란하다. 무심코 바라보다 저 들판 가로질러 학교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잠시 손을 멈추고 먼 산 바라보았다.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논밭에 곡식도 모두 가을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그리고 나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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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
빛나는 보석이 풀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고 아주 숨지는 않았다. 빛나는 것을 가졌으니 보여야 하는 것이지만 내놓고 자랑하면 부정탈까봐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그것보다는 크기가 아주작은 것이 모양도 앙증맞게 귀염을 떨고 있다.


'돌콩'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산 기슭이나 들판의 반그늘 혹은 양지에서 자란다.


꽃은 7~8월에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분홍빛으로 핀다. 잎겨드랑이로부터 나온 짤막한 꽃대 끝에 나비 닮은 생김새로 뭉쳐서 피어난다. 꽃의 크기가 6mm 정도이니 유심히 봐야 겨우 볼 수 있다.


이 돌콩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콩의 모태로 보기도 한다. 씨는 콩과 마찬가지로 쓸 수 있으며 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조그마한 것이 당당하게 제 모양과 빛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감'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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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가 뭘까?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고 하는 사전적 의미가 상실된 현대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죽자 살자하는 학습이 공부를 대신하는 말로 표현되며 그 의미를 한정시켜왔다왜곡 또는 곡해된 측면이 다분한 이 공부에 대해 옛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학문을 통한 인격 수양에 기본을 둔 공부의 본래가치를 실현하고자 락문과 일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여 지는 옛 사람들의 공부법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그런 의미에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학자 퇴계 이황(1501~1570)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였으며 그를 찾아온 제자들을 가르쳤던 공부법을 통해 그 실질적 예를 찾아보자.

 

조선시대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그들이 열망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이 시대의 소통방식과 언어로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 설흔의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는 공부의 본래적 의미를 찾는 맥락에서 적합한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가 안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잡기 어렵던 시절퇴계는 자신에게 배움을 얻고자 편지를 보낸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을 청량산 오가산당으로 오게 한다하루에 한명씩 그들에게 맞는 공부법을 일러주는 이야기를 통해 공부이고 그 공부는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퇴계는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사랑의 마음공부한 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우선 전재로 한다이를 바탕으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표현으로 공부의 단계를 설명하고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일상을 통해 자신만이 아닌 주위를 이롭게 하는 공부에 주목한다.

 

공부의 의미가 달라진 시대에 퇴계의 공부가 가지는 의미와 그 공부를 하는 자세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미지수다하지만대학을 진학하는 수단으로 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이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인문학 열풍이 반증하고 있다고 보인다그것이 단지 허상을 쫓는 것이 아니라면 퇴계 이황이 제시한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옛 기록 속 행간읽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작가가 주목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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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설흔, 창비

정조의 문체반정의 희생양(?) 이옥, 그의 문집을 간행하여 후세에 남긴 김려의 이야기다.

"그의 시문에서는 기이한 생각과 감정이 마치 누에고치가 실을 토하듯, 샘물 구멍에서 물이 용솟음치듯 흘러나온다"는 당대부터 이런 평가를 받는 이옥은 삶이 처음부터 비범한 삶이었다면, 김려의 삶은 평범함 속에서 마침내 비범함에 도달한 삶일지도 모른다.

일생을 걸친 우정과 글쓰기가 아름답게 결합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설흔의 글을 통해 어떻게 담겼을까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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