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바람꽃'
그저 꽃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 달려간 곳엔 세침떼기처럼 꽃잎 닫고 있는 모습이 전부였다. 이유도 모른체 마냥 기다리다 더이상 추위를 참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꽃이 피고 지는 환경도 관심갖게 되었다. 낯선 숲에 들어서도 어디쯤 꽃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게된 계기를 준 식물이다.


조그마한 꽃잎 사이로 노오란 꽃술이 뭉쳐 있다. 옅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잎 사이에서 한 송이씩 달린다. 햇볕을 좋아해서 오후에나 꽃잎이 열린다. 이른시간이나 날이 흐린날이면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없다. 여린듯하지만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강함이 있다. 무엇보다 소박해서 더 이쁜 꽃이다.


대개의 경우 식물 이름 앞에 지명이 들어가면 대부분 그 지역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식물을 의미한다. 만주바람꽃은 만주에 많이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서도 볼 수 있다는데 영광이나 순천 내륙, 백암산 이근에서도 확인된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자리잡고 그 바람에 의지해 씨를 뿌린다. 만주바람꽃 역시 마찬가지다. 실속없는 봄앓이를 닮은듯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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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립국악관현악단

"장사익ㆍ김광복의 신춘음악회"


2017. 3. 15(수) 오후 7시 30분
광주광역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프로그램
ㆍ관현악 '도약'- 곡 조석현
ㆍ피리협주곡 '셀슨타르'-피리 김광복, 곡 잔슨노르
ㆍ국악가요 '물고기자리', '아리오'-노래 이안
ㆍ가야금 협주곡 '春- 초소의 봄'-가야금 김미경
ㆍ관현악 대풍류와 승무-승무 김덕숙 외
ㆍ노래 '역', '꽃구경', '찔레꽃' -노래 장사익


*겨울이 길듯 긴 기다림 끝에 봄맞이 공연이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생명의 힘을 다시금 받아 안고 한해를 기운차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김광복의 피리, 이안의 국악가요, 김미경의 가야금 협주에 장사익의 애절한 음색이 모두 봄을 맞이하고 누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꾸며졌다.


관객의 박수가 어느 때보다 컷던 것은 알찬 무대가 주는 감동과 함께 봄이 주는 희망의 기운 탓이리라. 음악이 주는 감동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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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매探梅' 6

뜰에 심은 매화나무에 매화가 피기 시작한다. 매화를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을 치룰때가 된 것이다. 꽃잎이 막 열리기 시작한 꽃을 몇송이 가져와 찻상에 올린다. 준비된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어 벙그러지는 꽃송이를 띄운다. 꽃잎이 열리고 향기가 스미며 몸과 마음이 매화에 젖는다.


"모든 꽃 졌는데도 홀로 곱게 피어나
작은 동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독차지 하였네
맑은 개울물 위로 희미한 그림자 드리우고
그윽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속에 번져 오네
겨울새는 내려앉기 전에 먼저 훔쳐 보고
흰나비도 안다며는 틀림없이 혼을 잃을 것일세
다행히 나직한 읊조림이 있어 서로 친할 수 있으니
노래판과 금술잔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다. 임포의 매화동산이 아니라도 좋다. 나는 나의 매화를 노래하면 그만이다.


반달로 커가는 달이 옅은 구름 속을 흐른다. 달빛에 기대 매화의 하얀빛을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곧 보름달 뜨는날 다시금 고고한 매향을 누리리라.


매향에 취해 서산을 넘는 달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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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
봄은 바람일지도 모른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분다. 분명 겨울 그 매서운 바람과는 달리 온기를 품었지만 여전히 매운맛을 남긴다. 그 바람끝에 피는 꽃이 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꽃이 아닐까 싶다.


가냘프지만 듬성듬성 여유있는 하얀 꽃잎과 노오란 동그라미를 그리는 꽃술의 어울림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있고 수술이 많은데, 바로 이 부분이 너도바람꽃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바람꽃은 바람을 좋아하는 높은 지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여러 바람꽃 중에서 너도바람꽃은 아주 이른 봄에 핀다. 너도바람꽃은 입춘 즈음에 피기도 하는데, 절기를 구분해주는 꽃이라고 해서 '절분초'라고도 했다.


'나도바람꽃'이 나만 바람꽃인 줄 알았더니 '너도바람꽃'이야 하는듯 재미있는 이름이다. '사랑의 괴로움', '사랑의 비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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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먹물 놈들'

"사람들은 단지 사납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다스리기 어렵다는 것만 알지, 교양 있고 어진 사람들이 다스리기 더 어렵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사납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말하기를 "내가 정사政事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이 사납고 어리석어 교화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하면, 듣던 사람도 "원래 그렇습니다. 사슴 돼지 같거나, 나무나 돌과 같은 사람들을 그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할 것이다."

*혜환惠寰 이용휴李用休의 산문 '골치 아픈 먹물 놈들'의 첫단락이다. 스스로 반성할 기회마저 가질 수 없는 그들에 대한 통찰이 엿보인다.

번역자 박동욱은 이 글에 등장하는 먹물 놈들에 대해 "이익이나 셈에 빨라서 남에게 앙보하거나 자신에게 손해를 입힐 행동을 하지 않는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구시렁거리면서 저보고 하라면 발을 쏙 뺀다. 지식인이 넘쳐나는 요즘에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먹물 놈들'로 표현되는 무리 속에 자유롭지 못하다. 300년 전 사람 이용휴의 '골치 아픈 먹물 놈들'에 관한 이야기가 오늘에도 유용한 것이 못내 씁쓸하다. 어쩌면 겨울숲에서 이미 알맹이는 다 떠나보낸 고추나무 열매의 껍데기보다도 못하면서도 지식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스스로 반성할 기회마저 잃어버린 것으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닐까. 탄핵정국과 맞물린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이와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골치 아픈 먹물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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