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귀하다는 꽃소식 들리기에 찾아갔다. 몇 번의 검색과 이미 낯익은 길이라 짐작되는 곳이 있어 망설임 없이 쇠줄을 넘었다. 다행이 출입금지 팻말은 없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마침 눈에 익혀둔 그 귀한 꽃이 나무 아래 다소곳이 자리잡고 반긴다. 

어디서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걸까? 이제는 꽃소식 들으면 눈맞춤하고 싶어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듯 조금 먼 길도 선듯 나서게 되었다. 책, 국악공연, 피리 등 무엇인가를 누리는 시간과 공간에서 짬을 내어 자연스럽게 찾게되는 것이 야생화였다. 발품을 팔아 꽃을 보고 그 꽃에서 나와 내 이웃의 삶을 본다.

귀한 꽃보고 느긋하게 내려오는 길에 꽃 진자리와 눈맞춤하고 있는 나를 보고 휴양림 관리인이 묻는다. '진 꽃을 봐서 뭐하려고 그러십니까?' 묻는 말에 대답 대신 얼굴보고 살포시 미소 지었다.

'꽃은 져야 다시 피고,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가 사람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과나무'
봄의 빛과 색을 가늠하는 몇가지 식물의 새잎 중 하나다. 유독 파릇한 기운을 전해주기에 놓치지 않고 눈맞춤한다. 초봄이면 보고싶은 사랑스러운 모습에 발길을 서슴치 않고 나무곁으로 내딛는다.


희망으로 읽는다. 생명의 신비로움이 빛을 만나 더 빛난다. 봄이 주는 감동의 선물을 잘 받아 품고 나 역시 나날이 빛을 더해갈 일이다. 연분홍 꽃과 더불어 아름다운 수피와 희망의 새순이 아름다운 나무다.


모과나무는 꽃과 열매를 즐기기 위해 흔히 뜰에 심어 가꾸고 있다. 꽃은 5월이 연한 분홍빛으로 피고 가지끝에 하나씩 달린다. 열매는 타원 꼴로 매우 딱딱하며 가을에 노랗게 물들어 좋은 향기를 풍긴다. 차와 술 등으로 식용하며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쓰인다.


모과나무는 꽃이나 열매뿐 아니라 수피도 아름답다. 보랏빛을 띤 갈색으로 윤기가 나며 묵은 나무껍질은 봄마다 들떠 일어나 떨어지고 떨어진 자리는 구름 모양의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꽃과 열매의 향기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담겼으리라. '조숙', '열정' 등의 꽃말을 가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17-03-2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모과차를 마시고 있는데 모과나무 사진을 보니 봄이 더 잘 느껴집니다^^:

무진無盡 2017-03-27 21:08   좋아요 1 | URL
향이 좋지요ᆢ^^
 

'모월홍매慕月紅梅'

지금의 터를 마련하고 고르고 골라 뜰에 나무를 심었다. 회화나무, 소나무, 이팝나무, 백당나무, 백합나무, 목서, 배롱나무, 주목, 벚나무, 단풍나무, 수수꽃다리, 목련, 자목련, 동백, 산수유, 산당화, 홍괴불나무, 박테기나무, 조팝나무, 목단과 같은 나무에 사과, 복숭아, 자두, 앵두, 매화, 살구, 포도, 모과, 꾸지뽕나무, 뜰보리수 등 다양한 유실수에 작약, 구절초, 상사화, 꽃범의꼬리, 참나리, 접시꽃, 낮달맞이 등 이미 주인이나 다름없는 흰민들레 등 초본 식물들도 여러 종류다. 주인과 이웃들의 마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중 하나가 이 홍매다. 봄날 시골 장터에서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를 데려오는데 유독 안타까워하는 나무파는 아주머니의 마음까지 덤으로 함께 온 나무다. 주인 허리만큼 크기의 나무가 키만큼이나 크면서 제법 그럴듯한 수형을 갖추어 가며 붉다못해 흑빛을 담고 있다.


그 홍매에 이름을 지었다. 모월당慕月堂 뜨락에 자리잡고 매년 봄이면 그 붉은 속내를 보여줄 것이니 '모월홍매慕月紅梅'라 이름 한다.


모월당慕月堂 뜨락이 홍매로 붉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밤을 건너오며 품을 줄인 달이 나무가지 위에 멈추었다. 바쁜 아침 출근길이라지만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잠시 눈맞춤이라도 하고 가려는 것임을 알기에 기꺼이 차를 멈춘다. 

달을 품은 봄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봄비, 토닥토닥토닥ᆢ. 봄의 심술궂음이 열어젖혀 속절없이 일렁이는 가슴이라도 다독이라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다. 그런 하늘의 바람과는 상관도 없다는듯 마음 다독일 생각도 여력도 없다. 동동거리는 발을 앞세워 봄비 속으로 길을 나선다. 눈으로 마주치는 무엇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눈맞춤하는 족족 흠뻑 젖는다. 나라고 예외일순 없다.


봄비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양광모의 시 '봄비'다. 봄비의 화살을 피할 까닭이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수작을 건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발길따라 비는 흐르고, 고개숙인 백매는 향기를 빗물에 녹여 발길과 마주한다. 동백은 제 흥을 이기지 못하고 툭허니 떨어져버리고, 작약은 올커니 하면서 붉은 속내를 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비야 오든지말든지 광대나물의 시선은 이미 들판을 넘었고, 호기심 천국인양 큰개불알풀꽃의 눈망울은 아직 당도하지 못한 그리움을 기다리느리 눈을 부아린다. 헝크러진 마음마냥 풀어지는 작약의 속내는 결국 뜰보리수 새잎의 물방울에 함께 갇혔다.


봄 향기에 흠뻑 젖은 마음에 스며들 틈이 없는지 봄 향기 덜어내는 봄비가 자꾸만 흘러내린다.


매화

동백

작약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목단

뜰보리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