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 운명과 저항의 갈림길에 선 조선 여성들의 내면 읽기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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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사회를 변혁한다

조선의 여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황진이, 매창, 두향과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선 기생으로 당대 걸출한 사내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말고도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조선의 여성에 주목한 이야기가 다분히 흥밋거리로 다뤄지는 것 말고는 별로 없었다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선사회가 남성위주 가부장적 사회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조선 중반기를 넘어서 성리학이 자리 잡은 후 일이니 조선전기나 그 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것조차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선을 이해하기 위해 그간 왕조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그 폭을 넓혀 조선을 구성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로 확장되는 사회적 분위기의 여파로 조금씩 그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실로 다행이라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사회 기층을 구성했던 천민에 속한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반갑기만 하다.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임유경의 책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여성이라 하면 여필종부(女必從夫), 삼종지도(三從之道), 현모양처(賢母良妻), 출가외인(出嫁外人), 칠거지악(七去之惡) 등의 유교 사상에 따라 살아가는 순종적인 모습이 그려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모습으로만 조선시대를 살았던 여성을 이해한다면 한쪽에 치우친 편협한 해석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른여덟 가지 키워드로 조선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여성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글을 배워 학문에서 당당한 목소리를 낸 사람들로부터 기생, 일반 가정집 아녀자,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샤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참고한 것은 여성 스스로 남긴 글을 묶은 문집이거나 양반 사대부들의 기록에서 찾았다. 주로 편지나 수필, 주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들이다. 그 주인공들은 기생이나 다모와 같은 천한 직업의 여성부터 양반 규슈와 고귀한 왕실의 공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등장하고 있다.

 

사대부 남편을 면박주면서도 당당했던 송덕봉, “여자로 태어났다고 장차 방안 깊숙이 문을 닫고 경법만을 지키며 사는 것이 옳은가. 한미한 집안에 났다고 분수를 지키면서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옳은가라며 되묻고 자신만의 길을 떠난 김금원, 여자에게 글을 멀리하게끔 강요하던 조선에서 스스로 학자가 되기를 꿈꾼 강정일당, ‘제주도 여자는 육지에 오를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금강산에 오른 김만덕, 한 남자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산 황진이 등이 나온다. 주목되는 사람으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유희춘과 송덕봉, 함께 시를 논하고 서로를 아꼈던 부부다. 부인은 책에 빠진 남편에게 아름다운 봄의 경치, 달 아래 거문고, 근심을 잊게 하는 술의 즐거움도 놓칠 수 없는 것인데 어찌 책에만 빠져 있겠느냐고 했다. 부창부수다. 오늘날에도 이런 부부는 있을 것이다.

 

이들의 당당한 행보는 자신들을 옭아매는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라고 보았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은 기록으로 남아 또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도약하게끔 했으며, 이것이 결국 조선시대 500년을 지배한 유교 윤리와 열녀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문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곁들여 한 여성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현대를 비교하여 한계와 아쉬운 점을 밝히고 있다. 다소 저자와 독자 간에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자신을 얽매고 있는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당당한 자신만의 삶을 추구했던 여성들의 삶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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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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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탈을 쓴 사상을 분별하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살해하는 장면들은 사람의 본성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악마로 만드는 것일까? 그들이 믿는 신과 지켜야할 민족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와 비슷하게 사람이 사람을 학살한 일이 있다.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주역 중 하나였던 독일이 그 경우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전쟁광으로 표현되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던 유인인 학살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의 주역 히틀러는 무엇을 믿고 그런 만행을 자행했을까? 독재자 한명의 야심에 의해 그렇게 된 것만으로 보는 것은 그 학살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히틀러가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만들어 준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히틀러와 어떤 관계를 맺었고 그들의 훗날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 이본 셰라트의 히틀러의 철학자들이다. 이는 근, 현대 철학에서 독일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독일 철학에 대한 이해가 온전하지 못한다는 점과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히틀러의 정치인으로 성장과정에서 독일 내 철학자와 법률가들이 히틀러에 붙어서 히틀러의 독재정치를 철학적, 법률적으로 보장하게 만들어 준 이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철학이 독재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밝히고 있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는 물론 동시대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을 '철학적 지도자'로 여겼던 히틀러를 지지했으며, 반대자 탄압, 유대인 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1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히틀러는 칸트, 쇼펜하우어, 헤겔, 포이어바흐, 니체 같은 그 이전 세대의 걸출한 철학자들이 철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곡해하며 자신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히틀러의 곡해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 철학자들의 견해가 인종주의적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유대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했으며, 게오르크 헤겔은 유대인을 유럽에서 배제했으며, 그들을 인류 문명 바깥의 열등한 존재로 분류했고, 대단히 애국적인 독일민족주의자인 프리드리히 실러, 독일인은 유일무이하며 그 순수성은 보존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요한 피히테 등을 히틀러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독일철학자들이 등장한다. 법률가로 활동한 카를 슈미트와 강력한 지지자 마르틴 하이데거르 비롯하여 알프레트 보임러와 에른스트 크리크 등이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나치를 옹호했을 뿐 아니라 반대자 탄압, 유대인 대학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온갖 구실을 제공했다. 또한 이들에 의해 탄압과 박해를 받았던 발터 벤야민과 테어도어 아도르노, 하이데거의 학생이자 정부였던 한나 아렌트, 백장미단의 일원이었던 쿠르트 후버 등 저항 인사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뉘른베르크 재판과 그 이후까지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학살을 저질렀던 주역들에 대한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숨기거나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학이나 패전이전의 자리로 돌아갔으며 이후 더 주목을 받으며 활동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독재와 인종주의에 반대하며 망명했거나 저항했던 학자들은 설자리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철학은 윤리학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된 윤리는 비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에 중요한 순간에 철학은 수준 높은 윤리의식으로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오직 진실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시대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통념 속에서, 교육 속에서, 문화 속에서, 거짓된 진실의 탈을 쓴 채 행세하고 있는 온갖 관념과 사상을 분별해내고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워줄 훌륭한 비판적 잣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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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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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선을 사로잡는 사물들에 깃든 이야기들

살아오는 동안 부러운 부류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만, 두 부류의 사람들만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한 부류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노래를 하든 악기를 연주하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의 재주가 부러웠다. 그 부러움을 부러움만으로 둘 수 없어서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기에 악기 연주에 도전했고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악기 대금을 배웠다. 또 한 부류는 시인들이다. 시를 접하며 시인들의 가슴이 부러웠던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들이 쓰는 언어에는 내가 담지 못하는 무엇이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부러웠다. 어찌하다 감정이 담긴 몇 줄 적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하여, 여전히 부러운 사람들은 시를 쓰는 시인들이다.

 

시인이 부러운 것은 그들이 쓰는 시가 부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내는 시선이 부러운 것이며 그 시선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가슴속 깊이 담긴 세상이 부러운 것이다. 내게 한없이 부러운 그들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두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쏟아낸 책을 만나는 것은 대리만족 차원에서라도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강정, 고운기, 권혁웅, 김경주, 김남극, 김성규, 김성철, 김안, 김언, 김태형, 김해준, 문태준, 박상수, 박성우, 박찬세, 박철, 박형준, 박후기, 서효인, 성동혁, 신철규, 안상학, 여태천, 오은, 유강희, 유병록, 유용주, 윤성택, 윤성학, 이승희, 이우성, 이원, 이윤학, 이이체, 이정록, 이현승, 임경섭, 장석남, 전동균, 전영관, 정영효, 정해종, 조동범, 조연호, 조영석, 주원익, 함기석, 함민복, 함성호, 허연, 황규관, 황인찬

 

52명의 시인들이 52개의 사물을 두고 저마다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세심하게 그려간다. 사물에 투영된 이야기는 시인들의 일상과 삶,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들만의 욕망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주목하는 사물로는 타자기, 돋보기, 가로등, 산소통, , 가방, 이름, , 간판, 저울, 휴대전화, 시선, 구두, 냉장고, 야구공, 휴지, 성냥, 재떨이, 신문, 사전, 술병, 치마, 세계, 이어폰, 편지, , 지도, 연필, 카메라, 크리스마스실, 침대, 석유풍로, 사전, 축적, 국수, 도시락, 가위, 지게, 조약돌, , 위생장갑, 간드레, 진공관 앰프, 정화수, 시계, 엘리베이터, 의자, 담배, 자동차, 먹물, 자전거, , 우산, 카세트테이프, 계단등이다. 이미 그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 사물이나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는 사물들로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관련된 사물들이기에 그 사물들 안에 깃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부터 다소는 공개되는 이야기라는 전재에서 의도적인 시선이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물은 나를 비추는 물건이고, 어떤 사물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꾸게도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이러한 사물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시간이 지나오며 달라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게 만들기도 한다.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에 산문이라는 글이 가지는 솔직함까지 포함된 이 글들 속에서 같은 사물을 두고 글쓴이와 독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차이가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시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레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지점일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사물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마주치는 사물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시선을 사로잡는 사물이란 이미 내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자리 잡고 있기에 수많은 사물들 중에서 특정한 어떤 사물에 주목하게 된다. 그렇게 주목한 사물 속에 무엇이 담겨 있을까? 사물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 볼 기회를 제공하는 시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공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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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 행복과 불행은 어디서, 어떻게 교차하는가
문지현 지음 / 작은씨앗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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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 과유불급이라

우리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자유로울까?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도록 강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감정에 솔직하기 보다는 숨기거나 왜곡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하여,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사람들에게 감정으로 인한 불편한 요소를 해소하는데 제약을 받게 한다. 이것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으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게 한다. 어찌 보면 전통사회의 흐름이었던 남성위주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의 여성들이 가슴앓이를 한 이유가 될 수 있으며 감정 표현에 서툰 남성들의 현주소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전통사회와는 다르게 시대와 사회가 변하여 현대사회는 감정표현에 적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안으로만 쌓아두던 감정이 적절한 시기와 방법에 의해 표현되는 것은 현대인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보다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그것이다. 이렇게 사회분위기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감정표현에 서툰 것이 현실이다. 일상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쌓아두지 않을 때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며 개인에게는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문지현의 감정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여섯 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이런 감정이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할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며 이를 어떻게 해소해 갈 수 있는지를 밝히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감정은 죄책감(guilt), 분노(anger), 슬픔(grief), 우울(depression), 두려움(fear), 불안(anxiety), 사랑(love), 스트레스라는 대표적인 8가지 감정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중요한 감정요소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 바로 행복의 열쇠이며, 바로 그 감정이라는 갈림길에서 행복과 불행이 나누어지고 극적으로 교차한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성격과 자라온 환경을 비롯하여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어쩌면 사회적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일상이 개개인의 특성과 결합하여 감정을 처리하는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인의 특성을 넘어 사회적 환경도 올바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여기서 주목하는 죄책감, 분노, 슬픔&우울, 두려움&불안, ‘사랑, 스트레스&트라우마라는 감정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 ‘죄책감,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과 같은 감정은 절적하게만 사용하면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죄책감은 자기성찰을, 분노는 일상의 원동력으로 작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임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정신의학계의 최신 연구결과를 적절하게 인용하고 뇌신경과학 분야에서 뇌의 활동과 감정의 연관성을 통해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돋고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장애요인이 있는 사람들이나 일반인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봄 한국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집단 트라우마에 노출되었다고 보인다. 굵직한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간접경험을 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 광주항쟁을 비롯하여 격동의 현대사는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정점을 찍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사회적 과제로 남겨진 우리 모두의 해결과제가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감정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부작용을 불러온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희, , , 락에 지배당하지 않고 지혜롭게 조절하여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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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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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춤추는 세상이다

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인해 말잔치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세상.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말을 쏟아내는 시대가 있었을까 싶게 이런저런 말들로 넘쳐난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가슴에 들어온 세상에 대한 눌러놓은 감정을 내 보이는 것은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내 놓은 것은 좋다. 그렇게 살아온 경험이 없기에 더욱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쏟아지는 말 속에 그 말을 한 사람들은 얼마나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을까?

 

개인의 의견도 이럴 것인데 사람들의 삶의 방향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인문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인들의 말잔치도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의 열풍으로 강단에서 거리로 내려온 인문학자들의 말잔치도 거들고 있으니 이런 말들이 삶에 허덕이고 그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려는 자세가 있는 것일까 의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에 인문학의 근본 출발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 책철학자와 하녀의 저자 고병권이 그런 사람이며 고병권은 인문학의 중심인 중 하나인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로 철학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을 바꾸어 주는 힘으로 인문학이 제자리를 확보하려면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근거한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적절한 제시가 아닌가 한다.

 

고병권의 철학자와 하녀에서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지칭하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일상을 살아내기도 버거운 사람들인 하녀들에게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문학의 출발을 제대로 하자는 이야기다.

 

나아가 고병권은 철학이란박식함이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올바른 깨달음은 자신을 점거했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깨부수는 공부이며 이 공부를 위해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으로 서른여섯가지 주제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인문학 각계에서 보여준 원론에 치우친 말잔치가 아니라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모든 이야기가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옳은 말은 옳은 말일 뿐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옳은 말이 대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이로부터 삶이 바뀔 수 있는 실제적 가치와 합치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좋은 말들이 좋은 말로만 머물러버리고 마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말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들어와 자기화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삶의 변화는 결국 좋은 말이 있어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좋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좋은 말을 자기 목소리로 다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자신에게 의미 있는 말로 된다는 것이다. 이 책 철학자와 하녀는 우리 시대의 화두인 인문학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서 적절한 지적으로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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