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심장 훈련
이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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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신 분들이 그렇듯 정말 예쁜 표지와 그에 걸맞는 명랑하지만 때로는 그 명랑함이 철 없고 한없이 어린 소녀들의 역경과 고난한 인생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서아작가님의 첫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을 읽으며 저도 어두컴컴하고 막막한 인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터득하게 되어 매우 의미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실린 (검은 말) 속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사는 고모가 자신이 소년원에 가게 된 이유를 퀴즈형식으로 두 번씩이나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는 데 그 이유가 물건을 훔치거나 사람을 때리거나 그것이 아닌 정말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라고 해도 고모를 무서워할지언정 저 역시 절대로 혐오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고모가 했던 이 질문이 머리속에 계속 남아 한동안 그 이유를 계속 생각할 것 같아요.)
(서울 장미 배달) 의 리혜에게 줄 장미다발을 할아버지의 방을 뒤져서 훔친 돈으로 꽃집에서 사가지고 발레 학원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서울 사람들이 다정하게 바라보듯이 웃으며 바라볼 것 같고, (악단) 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따라부르며 자유로운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았고 (초록 땅릐 수혜자들) 168쪽 ‘그 집은 마을 안쪽에서 들어가면 진입이 가능하지만 마을 바깥에서 찾아오려면 운전이 불가능해 차를 어딘가에 대고 들어와야 하는 곳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된 건 진희의 지도 덕분이었다.‘ 라는 문장에서 알게 된 건, 된 건 앞에 들어가야 할 무언가가 빠졌다는 것이겠죠.
(빨간 캐리어)의 골프장 캐디는 아니었지만 (푸른 생을 위한 경이로운 규칙들)의 소녀처럼 저도 역시 잠시나마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는 데 때로는 (빨간 캐리어)의 캐디처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푸픈 생을 뤼한 경이로운 규칙들)에서 이끌어주던 선배같은 어른들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 또한 같이 생각나더군요.
(사하라의 DMZ) 처럼 사하라사막과 모로코, 스페인의 발렌시아는 커녕 비무장지대인 DMZ에도 제대로 가본 적이 없기에 사하라사막을 가이드 해주던 ‘버릇없고 무식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반쪽짜리 역사가 같은‘ 아랍인 가이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떠한 것들은 내가 평생토록 알 수 없는 영역(사하라의 DMZ, 255쪽)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서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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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새소설 15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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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15번째는 김이설작가님의 5번째 경장편소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입니다.
1975년생 문헌정보학과 동창인 20대에 일찍 결혼해 두 아들이 군에 제대했거나 군에 가있는 난주, 성실하지만 무능력한 남편과 딸 예원과 함께 낮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밤부터 새벽까지는 이자카야에서 설거지를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정은, 그리고 셋 중 유일하게 전공을 살려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고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아픈 엄마를 간병해야 하는 미경이 10월의 마지막 주 금, 토, 일요일에 2박 3일간 강릉으로 여행을 가며 그녀들의 지난한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인데 그녀들의 찬란했지만 힘들었던 20대와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빴던 30대,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보내고 있는 40대를 지나 어느덧 50대가 그녀들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관찰하는 것이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의 일이며 아직은 제게 아득한 먼 훗날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생각이 나는 것은 단순히 그녀들과 동년배라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난주, 정은, 미경 이렇게 세 사람이 잠시 시간을 내어 그녀들의 추억이 담겨진 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2박 3일이 끝나면 각자의 자리가 있는 오송, 안양, 보은으로 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겠죠.
그러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만나거나 기약없는 세월이 지나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남은 나날들이 순탄하게 흘러가기를 그렇다고 너무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이설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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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소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유리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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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짧은 소설이 벌써 20권이라니 놀라우면서도 앞으로 출간될 짧은 소설들이 기대가 되는 가운데 그 스무번째는 이유리작가님의 「웨하스 소년」입니다.
보통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에는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과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시는 작가님이 함께 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 데(사실 이기호작가님의 「눈감지 마라」에서도 그림이 없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작은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나 읽어보지 않고 그대로 반납해버려) 이번 작품의 표지가 외국작가님의 작품이라 그런지 이번 「웨하스 소년」에서는 14편의 짧은 소설만이 실려있어서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를 통해 이유리작가님의 작품들을 접해왔기에 그림이 없어도 좋을 것이라는 예감을 하며 읽기 시작했고 그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우연히 냇가에서 발견한 캔을 따려고 하자 캔 속에 있던 존재가 제발 따지 말라고 다급하게 외쳐대던 (작가의 말)부터 지구와 같은 푸른 행성을 반려 동식물처럼 가꾸는 (가꾸는 이의 즐거움), 작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포착하여 보여주는 (기쁨 목걸이)와 내 생애 가장 특별했던 날로 돌아갈 수 있는 (돌이키는 하루), 랜덤으로 하루하루의 행복과 불행을 구독하는 (투데이즈무드), 나 자신으로 살아남기 위해 차라리 버섯이 되는 선택을 하는 (버섯의 나라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흡혈하며 뺏어가는 (보석 모기)나 날개를 달고 태어나버린 (웨하스 소년)과 예기치 못한 상처로 인해 행복을 찾은 (따개비)의 연인, 그리고 공기가 들어있는 반투명한 고양이와 줄에 매달려 빙빙 돌고 있는 비쩍 마른 뼈다귀를 파는 백화점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모자와 구두를 팔던 (새해 다짐)의 인물들까지 한참 전에 바뀐지 오래지만 저를 애먹이던 가게 내 프런터기기와 세스코가 지켜주므로 이제는 볼 수 없었던 쥐새끼들이 떠올라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자연스레「브로콜리 펀치」를 읽었던 당시로 시간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유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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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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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책」의 감당하기 힘든 방대함, 「골든 에이지」의 희망이 사라진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어드는 결단,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때까지」의 전체적으로 개입되는 집단 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죽음,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의 다가오는 무언가에 의해 묻어나는 끈적끈적한 이물감 등 김희선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기분을 느겼는 데 이번 신작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역시 영문도 모른채 산채로 구덩이에 빠지는 돼지들과 슈퍼변종 니파바이러스로 인해 기약도 없는 격리를 당하며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열제를 금지하는 당국에서 247번 확진자가 된 김홍섭 씨가 슈퍼전파자라는 이유로 단순 격리를 떠나 지구에서 방출당하며 우주에 홀로 떠다니는 이러한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 247과 접촉했거나 연관이 있던 인물들의 입장이 담긴 비교적 짧은 글들을 읽고 자꾸만 저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어가는 바람에 완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거나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각종 바이러스들이 빠르게 사라져 혹시 나타나더라도 우리가 일상으로 신속하게 되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희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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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마중 마음산책 짧은 소설
문진영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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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에서 출간된 짧은 소설 시리즈의 열 여섯번째 (이후로 김혜진, 정용준, 이주란, 이유리작가님의 짧은 소설이 출간되었으니 벌써 20권이라는.)로 아직 읽지 않은 (두 개의 방)으로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받은 문진영작가님의 짧은 소설 「햇빛 마중」이 2022년 11월에 출간되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 출간 당시에 읽지 않고 자주 가는 작은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음.
이 짧은 소설에는 총 4개의 챕터가 있고 표제작 (햇빛 마중)을 포함하여 30편의 짧은 단편들이 실려 있는 데
방귀조차 예뻤던 진수(요가원에서), 여자친구인 미소가 오기를 기다리며 뜨개질을 하던 승태 씨(미소를 기다리며), 분실물들이 하나씩 나오는 와중에 우산을 빌려간 여름 씨(한 개의 여름을 위하여), 시력을 잃어가지만 김씨 할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을 어이(어이), 한 식당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었던 (코끼리의 황홀), 운석이 떨어진 고향인 P시로 가는 (운석 사냥)의 취준생과 지구가 멸망하기 하루 전에도 맡은 일을 하던 (해결사)의 승철과 태평하게 고기를 굽던 지훈등 단편들 사이로 박정은작가님의 몽글몽글한 그림이 있어 내 마음 속에 햇빛이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문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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