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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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 까?
남들에게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안 되어도 최소한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 데,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을까? 난 그냥 좀 더 친밀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 데 나를 쓰레기 취급하고 상처를 줘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그들이 정말 미웠어요.
이번에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강화길작가님의 「다른 사람」을 읽으면서 물론 그녀들처럼 폭행을 당하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절하지 못하는 등 그런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았지만 저 역시 그녀들과 같은 상처를 받은 것 같아 착잡합니다.
그저 이전에 내 모습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좀 더 나은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을 걸어보고 외로우니까 관심도 받고 싶었는 데 결국 그들은 나를 자신들과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가까이 가기 싫어했으며 나와 언급되는 것조차 기분 나빠하던 그들의 모습에 나는 또 실망을 하였을까, 이번엔 좀 다를 줄 알았는 데 정말 나의 과거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었는 데 결국 과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에 대해 체념을 했을까?
아파도 아프다고 이야기할 틈도 없이 ‘그 건 옳지 않아, 정말 아니야. 니가 이러면 다른 사람들이 불공평하지 않을 까? 너만 비싸게 구네.‘ 그리고 ‘너, 피해의식 있어.‘
라고 고민없이 말하던 상대방의 날선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네요.
여기, 원치 않았던 일로 상대방은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듯 가볍게 털어냈지만 자신은 찢고 쓰라리고 흔적이 남아버려 한 동안 힘들었으며 원했던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혹시나 그 사람이 나의 일을 알게 되어 그에게 버려지고 상처받을 까봐 외면했던 사람이 있고, 지속적으로 원치 않았던 것을 하던 사람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이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이 있으며 짧게 스쳐 생각도 못하다가 얼마 전까지 함께 했던 사람에게 상습적으로 폭행당해 세상에 알리게 되어 이름이 팔려버린 사람, 자신에게 실속이 있는 사람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계산적인 사람도 있고 그 보다 한수 위인 오직 자신만 신뢰하고 타인은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상담하기보다는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사람까지 「다른 사람」에서 보여지는 여러 인물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호 : 1. 유리, 더 이상은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아무 관계도 없는 데 괜히 내가 미안해지네요.
수진, 상처받을 까, 버림 받을 까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말했으면 좋겠어요.
이영,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진아, 당신이야 말로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호 : 1. 동희, 당신은 언급 할 가치도 없어요!
꼭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이미 한 수 위인 이강현이 있지만 당신과 만나는 사람들이 다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기를) 그리고 당신의 추악한 모습을 온 세상에 알려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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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날다 창비청소년문학 79
조현주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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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신 조현주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땅에서, 날다」의 표지도 아름답지만 소설집에 수록된 7편의 단편들도 아름답지만 결코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장난을 치다 돌이킬 수 없이 같은 급우를 떠나보낸 친구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거나(땅에서, 날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물신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해 친구의 삼촌만 홀로 살고 있는 곳으로 가출을 시도(그 섬에 가고 싶다)하며, 꿈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짖꿎은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상담교사와 꿈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거나 경험한 것을 적는 학생들(꿈에 관한 보고서), 홀린듯 산 속으로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 아들에게 돌을 쥐어주는 아버지(연금술사의 돌), 우연히 만난 소꿉친구였던 남학생으로 인해 육식을 하던 애가 외모에 신경을 쓰고 안하던 채식을 시도(육식동물의 종말)하고, 자신과 닮았으나 닮은 것 빼고는 전혀 다른 반쪽때문에 갈등을 빚는 쌍둥이(우연이 만든 음영)들의 사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딸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심해 속을 들여다보는 (심해의 눈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며 제가 청소년이었을 시절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쿠버다이빙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제가 청소년이었을 때는 왜 그런 생각을 안 해봤을 까요?

호 : 1.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담은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조현주작가님의 「땅에서, 날다」를 읽어보시면 불현듯이 지나가버린 청소년이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까 싶습니다.

불호 : 1. 만화같은 아름다운 표지에 걸맞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사실 불호가 마땅하게 떠오르지 않아서 아무말이나 하는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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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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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를 읽은 지가 3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그 느낌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 데, 이번에 박민정작가님이 두 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를 내셨길래 읽어보니 솔직하게 첫 소설집이었던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를 생각해볼 때 뭔가 더 확실해진 것 같았어요.
(행복의 과학)과 (A코에게 보낸 유서)의 초보편집자인 하나와 그의 사수이자 부당하게 허름하기 짝이 없는 물류창고로 발령났다 다시 돌아온 수영(사실 저도 이 부분에서 실제로 소설과 같은 상황을 겪으신 윤정기님이 생각이 났었는 데 작가님도 작가의 말에 언급해주셨더군요.), (당신의 나라에서-이 단편의 제목을 보며 김금희작가님의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이틀」에 수록된 (당신의 나라에서) 가 생각이 났는 데 단순히 제목이 같아서 생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김금희작가님의 당신의 나라에서는 일본이, 박민정작가님의 당신의 나라에서는 러시아가 배경입니다.)의 유나와 유나에게 편지를 보내던 윤지나, (청순한 마음)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상담을 하는 윤수지와 그런 윤수지를 가르치던 이수지 선생, (버드아이즈 뷰)의 자살소동을 하며 SNS상에서 열사로 불려지는 재혁과 재혁의 집에서 6개월 간 살게 된 유경, 표제작인 (아내들의 학교)에서 키가 180에 달하며 붉은 머릿결이 인상적인 선과 그의 곁에 그림자처럼 머물던 선혜, 마지막으로 (천사는 마리아를 떠나갔다)의 남자친구 석준을 떠나보낸 딸 지은이와 친한 언니 필남이었던 수경과 주혜를 외면하고 떠나보낸 엄마까지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잘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단지 제가 남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의 단편 제목만으로 막연하게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아내들의 학교」는 한 발 더 나아가 뚜렷하게 보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태어나고 얼마되지 않은 1991년에 대해, 1991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 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습니다.

호 : 1.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인상을 주는 박민정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에서는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선명해진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불호 : 1. 책의 표지를 선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작품에 맞는 표지를 선정하기위해 고심한다는 것도 알지만 김금희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이후 문학동네에서 나온 여성작가님들의 책 표지들이 다 비슷비슷하네요. 조금은 다른 이미지였으면 하는 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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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입을 다무네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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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요.
읽은 것이라고는 2013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가 유일한 데, 사실 앞서 출간 된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 과 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는 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하고 도로 반납을 했었어요.
올해 초 저도 인터넷신문기사로 정미경작가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연재하셨던 「가수는 입을 다무네」가 영영 출간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는 데 이렇게라도 출간되어서 읽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대학과제물로 잊혀져가는 가수 ‘율‘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기 시작했던 대학생 ‘이경‘이 찍으면 찍을 수록 ‘율‘의 대해 ‘율‘의 음악에 대해 깊이 빠지게 되고 록 페스티벌이 끝나고 ‘율‘의 삶도 스스로 끝내버린 후 이제는 ‘율‘의 목소리나 ‘율‘의 얼굴을 화면이나 음원으로 밖에 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정미경작가님의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되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점프컷이라고 하여 길이에 맞게 주제에 맞게 극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편집을 할 수가 있지만 인생에서는 편집도 삭제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정미경작가님의 작품들을 빌려보던 때로 돌아가서 늦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읽어냈더라면
지금 이렇게 리뷰를 쓰지는 않았을 것 같은 데 말입니다.
이제는 그 곳에서 아프시지 않고 편안해지셨으면 합니다.
저도 작가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호불호를 쓰지 않겠습니다.
(쓰는 것이 무의미하기도 하고 예의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런데 83쪽에 살며시 문을 열고 불 꺼진 거실로 무심코 들어서다 이경은 깜짝 놀랐다 뒤통수를 보이며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건 율이다. 에서 이경이 아니라 여혜여야 되지 않을 까 싶은 데 원래부터 작가님이 쓰신 것을 그대로 출간했다면 어쩔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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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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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제저벨」의 듀나, 「첫숨」, 「예술과 중력가속도」, 「고고심령학자」의 배명훈,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장강명, 그리고 「7인의 집행관」을 쓰셨으며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보는 김보영작가님등 총 4명의 작가님들이 금성(장강명), 화성(배명훈), 토성(김보영), 해왕성(듀나)을 소재로 쓴 SF테마소설집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가 출간되었고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장강명작가님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모녀가 금성탐사선을 운영하는 탄산음료회사를 상대로 제대로 한방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배명훈작가님의 (외합절 휴가)에서는 앞서 읽었던 「고고심령학자」에서도 등장했던 조은수와 김은경이 역시 등장하는 데 「고고심령학자」에서는 동료이자 절친으로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조은수가 사고로 그만 죽게 되고 김은경이 비상사태에 해결하기 위해 역시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사실 예전에 읽었던 「맛집 폭격」처럼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사일이 등장해서 잠시 「맛집 폭격」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김보영작가님의 (얼마나 닮았는가)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겨우 목숨을 유지하며 생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구하기 위해 가고 있는 우주선에서 인간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인간이 되길 원하는(?) 인공지능 AI와 선원들의 갈등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 듀나작가님의 (두 번째 유모)는 화성에서 해왕성으로 온 수상한 유모인 서린이 아버지가 해왕성과 해왕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트리톤을 어머니로부터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 조금씩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간파하고 막아내기 위한 서린의 활약이 돋보이는 단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앞서 SF장르를 띤 소설의 리뷰를 쓸 때마다 공상과학이나 우주같은 것을 나와 별다른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면 볼수록 소설 속에서 생겨나는 상황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이 아니라 조만간 머지않아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현실로 닥치게 된다면......
저를 포함한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으니까라는 소설집의 제목을 막연히 읽어봅니다.

호 : 1. 가장 SF적이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이 4명의 작가님이 쓰신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으니까」를 읽어보면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불호 : 1. SF장르에 익숙하시지 않은 분들은 조금 터무니없게 생각하실 수도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설정이나 전문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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