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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제왕신위 ㅣ 한국희곡명작선 48
차근호 지음 / 평민사 / 2021년 1월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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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조선제왕신위>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과 제3장은 조선 제17대 왕인 효종이 선왕인 인조의 제를 올리는 장면이고, 제2장은 인조반정을 필두로 소현세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조의 생전의 이야기다.
제1장은 효종이 선왕 인조의 유언을 따라 북벌을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 제1장 (7쪽)
효종
선왕 인조 대왕께서는 대국 명나라를 섬기고 오랑캐 청국을 정벌하라는 국시를 내리셨다. 이는 대명사대(大明事大) 반청북벌(反淸北伐) 조선의 국시다. 이젠 명나라가 멸망하여 대명사대는 불가하나 반청북벌은 여전히 조선의 제일 과업이다. 나는 인조 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봉림대군 효종이다. 법도에 따르면 장자이신 소현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게 타당한 일이나, 형님이신 세자께서 일찍 승하하시어 인조 대왕의 둘째 아들이며, 세자 저하의 동생인 내가 조선의 17대 국왕으로 등극했다. 국왕인 나의 책무는 발해의 땅 요동을 회복하고, 유학의 문명국으로서 오랑캐와 왜를 교화해 명실공히 대조선제국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천명한다. 오늘 인조 대왕의 기제일을 맞아 대조선국은 청국을 정벌할 것이다.
그러나 신료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효종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여기서 효종이 인조와 관련한 기록을 살피는 중에 장면은 인조반정이 거행된 1623년 3월 12일로 돌아가며, 제2장 인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제2장 (16쪽)
금관조복1
(즉위교서를 읽는다) 조선 개국 231년, 서기 1623년 3월 12일. 혁명군은 조선왕조 15대 임금 광해군을 왕위에서 축출한다. 혁명의 명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왕 선조 대왕을 독살하고, 형과 아우를 죽이거 어머니를 유폐시킨 죄. 둘째, 과도한 토목공사로 민생을 도탄에 빠트려 정사를 위태롭게 한 죄. 셋째, 대명사대를 하지 않고 두 마음을 품어 오랑캐한테 항복한 죄. 이에 혁명군은 선조 대왕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빈 소생인 정원군의 맏아들 능양군 이종(李倧)을 조선의 새로운 국왕으로 추대한다.
제2장은 인조반정을 필두로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청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의 귀환, 북벌론 주창, 반청북벌을 위한 전쟁 준비, 인조와 인조의 대의명분에 반발하는 소현세자의 갈등과 대립, 소현세자의 죽음 등 인조의 생전 이야기가 펼쳐진다.
광해군을 축출하고 왕위를 찬탈한 인조에게는 왕권에 대한 대의명분이 대명사대 반청북벌에 있었던 만큼 북벌론이 무엇보다 엄중하다. 하지만 인조의 대의를 물려받아야 할 소현세자는 인조의 명분에 의문을 가지면서 자식으로서의 입장과 세자로서의 입장이 갈린다. 이 갈등이 제2장을 긴장하게 만든다.
제3장에서 인조의 반청북벌의 유언을 효종이 결국 철회하면서 이야기는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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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조선제왕신위>는 평민사 출판본으로는 107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이미 1999년에 발표되어 새로운 형식의 무대언어를 선보인 연극으로 제작되어 공연된 바 있다.
공연 당시 작가 최근호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인조와 소현세자, 이 둘의 갈등은 정(正)과 반(反)의 역사의 충돌이며,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의 충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품 안에서나마 인조와 소현세자, 이 부자의 피맺힌 갈등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의 화해라고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역사의 화해란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기에˝라며 극작 의도를 밝혔다.
또한 ˝비단 인조반정으로 상징되는 역사의 사건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과 연계되어 일차적인 해석으로만 끝나기는 바라지 않는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아니면 ‘역사는 반복되는가?‘ 이 두 개의 질문 앞에서 나는 고뇌한다.˝라며 작가적 고민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고민이지만, 그 고민은 단지 그 당시에서 머무르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도 작가의 질문과 고민은 진행형으로 남아있지 않은가. 역사는 그런 것인가 보다. 진보와 반복의 끊임없는 연속성... 그럼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지금 2023년 우리의 역사는 왠지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무튼, 작품이 갖는 힘은 역사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 있어 우리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오늘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있지 않나 싶다. 작가는 ‘도덕적 판단‘으로 봤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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