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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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이 책은 해인사 승가대학과 송광사 율원에서

공부를 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역임, 해인사 포교국장 소임을 맡아

수련회의 진행을 맡았던 현진 스님의 책이다.

현진 스님은 현재 청주 관음사에 머물면서 서원대학교 강사로 출강하고 있으며,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이야기> 등 여러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티베트인의 삶을 통해서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또는 자연과 공

생하며 사는 삶의 진리를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르침으로

일깨워준다.

우선, 티베트라는 나라에 조금이라도 알고 이 책을 읽어야 책 내용을 보다

친숙하게 이해하리라 생각되어 간단하게 설명글을 덧붙여본다.

티베트는 여러 문헌과 자료에 따르면 약 2만 년 전부터 고대 인류가 거주했다.

7세기 초에 토번의 33대 짠푸(토번 왕의 칭호)이자 민족영웅인 손챈감포가

티베트를 통일한 뒤, 중국과 화친정책을 펴서 사회경제가 발전하여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티베트는 정교합일의 농노제도하에

인구 증가가 더디게 이루어졌고, 민주화 개혁을 이루고 나서야 증가하기 시작했다.



 


티베트는 중국의 서쪽 끝에 있으며, 인도, 네팔, 부탄, 미얀마 등의 국가와 맞닿아 있어

변경무역 및 개방 확대에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민주화 개혁을 이루기 전의 티베트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쪽빛 하늘아래 펼쳐진 광활한 대지 위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치관이라 여긴다.

 



「높고 낮은 것이 조화며 질서다.

왜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보려 하는가.

상대적 기준에서 자유로워지면 흑백유무 선악미추 장단시비가 사라진다.

세상에 대한 시비는 오로지 내가 만들어 내는 대립의 구조다.」p.162

 

티베트 사람들은 죽음은 애도하지만 주검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의 전통 장례법은 천장(天葬)이다. 다른 말로 '조장'이라고도 한다.

즉, 육신은 이생에서 필요한 일시적인 옷이라는 것이다.

하여 시신은 입고 있던 옷을 벗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태어난 곳에서 시작된 삶이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임을….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는  

「왜 아직도 삶이 이렇게 팍팍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가?」,

「내 삶 속에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아」,「어떻게 살아야 진짜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며 고민하는 사람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삶의 모순과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할 때 인생은 지혜로 빛날 수 있다.

즐거움에도 따라가지 말 것이며 괴로움에도 집착하지 말라.」p.142

 

티베트인의 삶을 통해서 바라본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의 삶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시선과 마음으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보다 나 자신이 옳고 그름을 가려낼 수 있는 현명한 기준점이

명확히 서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티베트인의 삶에서 흡수하고 걸러낼

삶의 양분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삶이 어찌 늘 불편하기만 할 것인가.

그 불편함마저도 편리하고 익숙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삶은 결코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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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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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0년 장편소설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이지민 작가의 새 장편소설 「청춘 극한기」

 

사랑을 하면 사랑니가 난다고 누가 그랬던가.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은 오직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가.

유난히 맑은 얼굴에 여드름 하나 얼굴을 볼록 내밀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대던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그들만의 사랑이야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사랑하게 되면 믿을 수 없는 것조차 믿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그럼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을 이토록 간절하게 믿으며 오늘을 사는 걸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에게 청춘이란 무엇이며, 또 지금이 바로 청춘의 시작인가라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는 지경이 놓이게 되었다.

 

<청춘 극한기>에 화자로 등장하는 옥택선.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못 해본 지극히 무료하고도 단조로운 생활에 젖어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소개팅제안이 들어온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남자아이들은

대개 그렇듯이 '대통령', '장군', '의사'와 같은 허무맹랑한 장래희망을 꿈꾸는 게

대부분이었음에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옥택선, 그녀는 '과학자'가 되겠다던

남자아이들을 보며 결국 그들은 과학자가 되지 못했음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내심 진짜 과학자가 된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 그녀에게 소개팅 상대자는 다름 아닌 '국립면역연구소'에 근무하는

분자 바이러스 박사 남수필이었다.

매일 생쥐 실험을 하면서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참회의 기도를 위해서 미키마우스 인형을 수집하는 남수필.

약간 괴짜 같은 면이 상당히 보이는 남수필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이 남자와 계속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하는데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 옥택선.

소개팅남 남수필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고 그와 함께 옥택선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G-10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떠난다.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G-10 바이러스는 일종의 사랑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고열 증세가 나타나고,

급기야 특정 상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도 재잘재잘 말이 많아지고 머지않아

특정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되는 특이한 바이러스다.



신종 G-10 바이러스에 걸린 최초의 생존자인 '택선'을 생포하여 국내를 넘어서

세계 최초의 바이러스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 접근하는 '이균'.

그는 처음에는 용의주도하게 택선의 곁을 지키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데….

택선은 '이균'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이러스에 전염된다.

 

그렇게 G-10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일정한 시기와 통증을 겪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사라지고 남는 건

씁쓸하면서도 아른거리는 작은 흔적과 기억일 뿐이다.

 

이지민 작가는 <청춘 극한기>에 나오는 G-10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모티브로 이 소설을 구성했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치료약을 구하고 이미 감염된

사람을 두려워하며 접근금지령까지 내리는 둥 너무나도 많은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신종 바이러스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런 바이러스의 위력을 청춘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재탄생시킨

작가의 기발한 재치와 상상력이 신선했다.

 

 

청춘이란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것일까?

 

 

「마법의 시간이에요.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만나게 되는.

잊고 지내던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이 찾아오죠. 그게 왜 오는지는 몰라요.

그 비밀은 본인만 풀 수 있는 거예요.」p.245

 



 

청춘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짝 다녀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왜 나에게는 청춘이 없느냐고 으레 반박하고 애를 태워도

이미 지나간 청춘은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청춘 극한기>가 하는 말은 청춘이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고,

그 청춘이 찾아왔을 때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소중히 보살펴주고

떠나보내라는 작가의 간절한 속삭임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춘(靑春)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을 뜻한다.

그것은 십 대와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찬란한 봄과 같은 시기와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봄날은 간다.」라는 말이 「청춘이 간다.」라고 들리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청춘 극한기>를 읽으며 나의 청춘을 떠올려본다.

과연 나의 청춘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느냐고 자문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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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심리학 - 3분이면 상대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다!
시부야 쇼조 지음, 이희정 옮김 / 이젠미디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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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눈가리개를 하고 상자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물체의 촉감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맞춰본다.

오로지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야 하는 상자 속 물체의

정체를 맞추는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손에 닿는 것이 시각적으로 판단되지 않을 때, 우리는 불안하기도 하고

또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눈가리개를 벗고 그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까무러치는 사람도 있고

허탈하게 웃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심리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생각이 든다.

상자 속 물체가 악어라는 것도 모른 채, 태연하게 웃으며 표면이 거칠다는 둥,

자연스럽게 말하던 사람이 그 실체를 파악하고 기겁을 하는 모습!

이처럼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묘하고 매력적이라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3분 심리학> 이 책의 저자는 1946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가쿠슈인 대학교를 졸업 후 도쿄도립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야마나시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메지로 대학교 인간사회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호감도 200% up 시키는 관계기술>, <사랑받는 것도 기술이다> 등

인간관계를 비롯한 인간의 심리를 다룬 다수의 저서가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제2장 몸으로 소통하라!

제3장 연애 심리에 능숙한 연인 되기

제4장 비즈니스 대화에 능통해지는 테크닉

제5장 낯익은 타인에서 아는 사람으로

제6장 닫힌 세상에 나를 가두다

 

<3분 심리학>은 일반 심리도서와는 달리 조금 특별하다고 본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심리학용어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른 그림을 적절히 보여주면서 보다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대부분 심리학이란 책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의 심리가 가장 궁금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두 번째부터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 의구심이 들어서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3분 심리학>을 읽게 된 동기가 그랬다.

  

 

심리학을 바로 진입하기에 앞서 제1장에서는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먼저 진단한다.

진정 이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말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물 위에 떠있는 빙산의 일부분이다.

이것은 심리학에서도 유명한 말이다. 수면 아래에는 거대한 빙산이 숨어 있지만,

정작 우리가 보는 것은 물 위의 빙산이라는 것.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도 모르면서

 

어찌 사람의 심리를 알고자 한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의 몸과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세상 모든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감추어도 정작 본인은 끔찍하도록

선명하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콤플렉스다.

콤플렉스를 거부하지 말고 차라리 콤플렉스와 친해지는 법을 제시해준다.

 

 

책 중간마다 간단한 심리테스트 코너가 있어서 정확한 결과는 아닐지라도 자신을 판단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은 부분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는 아동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성범죄와 인터넷에

심각하고 중독되어 사이버세계에 갇힌 사람, 또는 은둔형 외톨이를 비롯해

그에 따른 심리적 해결방안도 실려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심리를 간단명료하면서도 정말 우리가 궁금해하고  

필요로 하는 부분만 쏙쏙 뽑아서 엮었다는 생각이 든 <3분 심리학>

 



3분이면 알 수 있는 모든 심리학이라는 것에 마음이 많이 이끌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어찌 단 3분 만에 꿰뚫을 수 있을까?

<3분 심리학>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것이 곧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

바로 3분이면 모든 심리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핵심 중의 핵심만을

이 책에 실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심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내지는 못할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밤새 끙끙거리며 잠을 못 이루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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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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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온통 피난민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어수선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전쟁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소년의 아버지는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 간신히 탈출을 하여 고국으로 돌아와

소년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렇게 소년이 태어났다.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에 합판으로 기운 자국이 선명한 판잣집에서

유년기 시절을 보내면서 소년에게 유일한 낙이 있었다면 붓을 잡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렸던 걸로 보인다.

어려운 형편에 그림 도구를 살 수 없었던 소년은

판자로 된 담장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그렸고, 손재주가 좋았던 탓에 길에서

주워온 나무토막을 다듬어 토끼집과 개집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버린 형과의 이별, 그 충격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생계를 이어나갈 여력을 잃으시고 주저앉아버리셨다.

그렇게 소년은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한국목재주식회사에 취직하면서 서서히 옻칠과의 연을

맺게 되는 듯 보였다.

그 소년은 장차 세계를 놀라게 할 한국인 전용복이었다.

 



 

 

<한국인 전용복>의 저자 전용복은 국내에서 옻칠작가로 활동을 하다가

일본의 유서 깊은 연회장 '매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 5천 여점을

복원, 제작해냄으로써 세계적인 옻칠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세계 최대의 옻칠 미술관인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의 관장,

전용복 칠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일본 이와데 현의 문화예술진흥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전, 열정, 신념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매순간 생애 최고의 날을 만들다


전용복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인생드라마였다.

자신의 재능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찬란한 빛을 발하게 할 줄 알았던 전용복

군 제대 후 우연히 한국목재주식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가구 디자인 쪽으로

관심을 쏟게 된 것이 옻칠과의 만남을 이끌었던 계기였다.

그는 창조보다 단일화된 가구디자인 생산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잠재된 예술적 욕망을 끌어내어 새로운 디자인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일과 퇴근 후 새로이 몰입해야 되는 디자인 작업을

병행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과감히 사표를 내고 개인 공방을 열어 자리를 잡고 옻칠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꿈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차근차근 진행되는가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해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기법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 비로소 제 것으로 만드는 그의 모습에서

강한 희열을 느꼈다.

 

'이렇게 살아야되는구나. 이것이 진짜 인생을 향해 도전 정신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을 놀라게 할 커다란 행운이 찾아온다.

일본의 '아서원'이라는 곳에서 오래된 밥상을 복원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장차 일본의 유서 깊은 연회장 '메구로가조엔' 의 옻칠 작품 5천 여점을

복원하는 총 책임자로 발탁된다.

메구로가조엔은 일본 최고의 엄청난 규모와 역사를 지닌 연회장이다.

그 곳에는 일본 최고의 예술작품이 밀집해있기도 했다.

전용복은 그 곳에서 한국의 선배 장인들의 손이 스쳐간 옻칠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다짐을 한다.

 

「대나무, 소나무, 학, 새우……. 선배 장인들이 땀과 눈물로 작품 속에 새겨 넣은

자연에서 나는 생명을 잉태시켜야 한다. 핏기를, 온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

(중간 생략) 나는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선배 장인들의 혼령들과

작품 속 생명체들에게 굳게 약속했다. 기필코 목숨을 바쳐 내 손으로 되살려놓겠다고…….」p.107

 

<일본의 장인들이 복원 불가라고 했던 '송학도'를 완벽하게 복원해 낸 전용복의 작품>


모든 것이 일차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일본의 유서 깊은 연회장 작품들의 복원을 위한 무수히 많은 일본 장인과

단 한명의 한국인이었던 전용복을 두고 메구로가조엔 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걸로 보인다.

2년전 메구로가조엔 측근으로부터 복원작품에 관한 제의를 받고,

철두철미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메구로가조엔 미술품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복원가능여부 및 재료의 성분을 파악하며 완벽한 준비를 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그의 치밀함에 놀라움과 감탄사를 드러내는 일본인들의 모습에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진심으로 자랑스러웠다.

아직 자신에게 복원을 담당해달라는 제안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반드시 자신이 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파고드는 모습은

잠들어있던 나의 꿈을 미친 듯이 흔들어 깨우는 듯한 깊은 섬광을 느꼈다.

 

 

그는 해냈다. 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인 전용복이었다.

메구로가조엔의 오픈식 날 하늘을 향해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며,

그동안 피와 땀으로 모진 세월을 보냈던 전용복과 함께 했던 동지들은

연신 만세를 외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 전용복>을 읽으며 못내 안타깝고 마음이 애절해지기도 했다.

고국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일본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장차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던 그의 삶에서 우리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애국심이

끓어오르면서도, 우리의 장인을 일본에게 빼앗겼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그만큼 자랑스럽고 훌륭한 그였기에 이런 속내를 비춰본다.

그의 삶을 어찌 이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미처 다 알리지 못한 전용복의 삶은 이제 <한국인 전용복>을 통해서

제대로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는 진정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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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바이러스 2010-06-2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신달자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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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인가요.

아니, 삶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눅눅한 곰팡이와 같은 생의 얼룩진 흔적인가요.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에 심취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망각해버린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감히 살아야 한다는 것에 표적을 삼고 그것을 뚫어버릴 심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사는 것도 벅찬데 어찌 앞을 내다볼 여유가 있을까요?

마음이 많이 조급하다면, 그래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 모든 것이 걱정이 돼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정작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데 말입니다.

왜 유독 나만 못 사는 것 같고, 나만 낙오자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책은 시인 신달자의 수필집입니다.

 

 

저자는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

1964년 『여상』여류신인문학상을 받고,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시집 「봉헌문자」, 「아버지의 빛」, 「어머니 그 삐뚤빼뚤한 글씨」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는 「물 위를 걷는 여자」, 수필집으로 「백치애인」,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저자의 살아가는 삶의 참모습이 진한 육수가 우러나듯 글에서 스며 나옵니다.

구수한 국물을 마시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듯,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 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따뜻한 모성애를 받으며 자란 자식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절대법칙처럼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간애를 그려내는 듯합니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리는 것이, 곧 나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의미 있는 것은 내 마음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내 시간에 대해,

그것을 관조하며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p.68

 

시인의 삶을 선택하게 된 아득히 오랜 이야기를 들추어내어

지난날을 회상하는 글을 적어보는 저자의 떨리는 손이 느껴졌습니다.

무언가를 회상하며 적는 것은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이 왜 탄생했는가'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를,

입을 가진 인간에 대해 좀 더 따뜻하게…… 마음속에 있는 언어를

끄집어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가교를 이어 주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p.187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얼마나 가슴 벅찬 단어인가요?

이 세 단어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가장 하기 쉬운 말이면서도 우리가 너무나 아끼고 감추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저자가 지향하는 삶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는 울림을 간직한 책입니다.

단조로운 삶에 작은 떨림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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