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든 여자의 시크릿 - 아름다움을 위해 여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이토 히사코 지음, 이진주.나계영 옮김 / 지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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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뻐지는, 날씬해지는, 아름다워지는 비결 등등 여자의 레이더망은

시시각각 다양한 곳에 꽂히고 또 꽂힌다. 여성을 위한 잡지나 책을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피부, 헤어스타일, 몸매에 관한 수두룩 빽빽한, 엄선하고 또 엄선하여

뽑은 최고의 비결을 다룬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젊어지면 젊어졌지, 늙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더더욱 3,40대 중반에 이르면 여자들은 숫자에 가히 심각하게 예민해지는 경향도 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실제 나이보다 적게 부르면 하하 호호 웃으면서

화사한 미소를 머금지만, 만약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이 부른다면 그날로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주름이 많아서 그런가?」,「내가 너무 뚱뚱해서 그런가?」등등

고민도 가지가지다.

 

<멋지게 나이 든 여자의 시크릿>은 40대 초반에서 50대에 다다른 여성을 위한 책이다.

그동안 젊은 여성을 위한 더 젊어지기 위한 비법을 소개하는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오직 중년 여성을 위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토 히사코는 일본 요코하마 태생이며, 조치대학 외국어학부,

동대학원 불문과를 수료했다. 재학 중에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서 파리로 유학을 갔다.

프랑스식 인생관과 멋 내기를 소개하는 한편, 현재는 번역과 강연, 그리고 여성잡지에 패션과

여성의 생활 방식에 관한 에세이를 연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세련된 센스와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많은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중년 여성을 위한 책!

바로 <멋지게 나이 든 여자의 시크릿>을 출간한 것이다.

 

 

 

이젠 20대처럼 '만사태평'하게 살 수는 없다. p.5

 

사실 모든 20대 여성이 만사태평(?)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젊다는 이유로 젊음을 믿고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는 20대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에 비하면 4,50대 여성들은 신체적 노화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저자는 그 점을 강조하면서 이 책을 읽는 저자들에게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책은 총 4장에 걸쳐 세부적인 메뉴얼로 엮어져 있다.

 

제1장 아직도 그대 이름은 '여자'

제2장 40대 여자, 이젠 자연에 미쳐라

제3장 여자의 아름다움은 무죄

제4장 매력 넘치는 인생으로 마법을 걸어라

 

그리고 <50대 이후에도 아름다운 피부로 남기>, <40대에도 목표는 S라인이다>,

<달의 리듬에 맞춰 아름다워지자>, <40대 이후의 얼굴에는 책임을 져라> 등의

세부적인 소주제를 보여주며, 저자의 경험담과 실제 사례들을 통해

진정 아름다운 중년의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는 비법들을 소개한다.

 

「여자의 목선은 자존심이다.

여자의 나이를 말해주는 목주름, 탄력 없이 쳐진 목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관리해 줘야 한다.

아름다운 목선으로 진정한 여성의 매력을 발산해 보자.」p.171

 

이 책을 읽은 나는 20대 여성이다.

그래서 더더욱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책이 소개하는 모든 비법을 지금의 나에게 접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중년의 여성이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에, 오기 때문에

미리 대책을 세우면서 나름대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중년 여성을 대표하는 엄마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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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식 똥, 재래식 똥 - 반짝이는 유년의 강가에서
윤중목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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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떠억~ 메미일 떠억~' 고요한 새벽녘에 쩌렁쩌렁 동네를 순회하며

떡을 외치는 떡장수의 외침을 들으면 아련한 옛 추억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꾸물꾸물 피어오른다.

빡빡머리 소년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헤벌쭉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담은 <수세식 똥 재래식 똥> 책 표지를 보면서

부모님의 유년시절을 상상해보았다.

 



그 시절,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아서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잘 모르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슬픔과 아픔이 두루두루 뭉쳐져

오늘날 나에게 크고 작은 여운과 감동을 주는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89년 7편의 연작시 <그대들아>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평소 전방위 글쓰기를 표방하여 역사, 철학, 문학과 영화의 '크로스오버(경계교차)'를 시도한

<인문씨, 영화양을 만나다>란 책을 지었으며, 이는 문화부선정 2007년 우수교양도서로 뽑혔다.

저자는 아련한 유년기 시절을 거슬러 올라 총 16편의 토막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일상적인 단편과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은 예전에 방영되었던 어린이만화 <검정 고무신>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 윤중목은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고 활발한 개구쟁이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러진 안경다리>를 잠깐 적어보려고 한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안 좋았던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안경을 착용하고 다니던 무렵,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방과 후 친구들과 다소 과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농구 게임을 하다가

그만 친구 녀석에게 맞고 튕겨 나와 저자의 얼굴을 농구공이 일직선으로 강타한 것!

그렇게 안경다리 한쪽이 여지없이 부러지고 마는데…….

 



 

 

「궁리궁리, 고민고민 끝에 일단은 시간을 벌기로 했다.

위장술인지 변장술인지를 동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술책인 즉,

부러진 다리를 본드로 발라 붙이는 것이었다.」p.66

 

차마 부모님께 말을 못하고 최대한 접착력이 강한 접착제로 어설프게

보수공사(?)를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저녁밥을 먹는데 뽀얀 김이 폴폴 나는

김치찌개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저자는 찌개를 먹기 위해서 냄비 쪽으로

숟가락과 함께 얼굴을 들이미는데, 뜨거운 김으로 말미암아 안경다리의 접착제가

녹으면서 그만 냄비 속으로 안경이 풍덩 빠지고 만 것!

 



<부러진 안경다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배꼽을 잡는 토막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을까! 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나는 언젠가는 유년기를 그리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리워하고 가슴 저리도록 나를 콕콕 찌를 유년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까?

추억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추억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을 통해서 그 옛날 눈물 콧물 범벅되어 동네방네

뛰어다니던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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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
이향정 지음 / 열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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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 하면 자유를 떠올린다. 하늘을 가르는 바람도, 두루뭉술 떠 있는 구름조차

자유롭고 평온해 보이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따금 날렵한 독수리가 비상하는 듯 높디높은 창공을 가르며 나아가는 비행기도 떠올려본다.

저 비행기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깨알같이 박혀있는 내 모습이 혹시나 보이려나? 이런저런 생각에 스리슬쩍 웃어본다.

그리고 비행조종사와 승무원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오늘의 비행을 위해,

내일의 비행을 위해 밤낮 구분 없이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최상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 플라이트> 이 책은 대한민국 승무원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향정은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학년, 풋풋한 스물한 살에 가슴에 큰 꿈을 품고서

대한항공에 입사한다. 신입 승무원으로서 온갖 일화를 겪으면서 차차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며,

객실승무본부 선임 사무장에 올라 국제선 팀장으로 일하면서 기내 서비스를 이끌었다.

또한, 대한항공 스카이팀 홍보대사와 객실 훈련원 서비스 강사를 맡았다.

2007년 18년간의 비행 생활을 마치고, 2008년 백석대학교 백석문화대학 관광학부 교수의 길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오늘 이 책을 통해서 승무원을 꿈꾸는 여성들과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승무원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사실 지레짐작은 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며,

또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또 무엇이 있으랴! 다 뿌린 대로 거두고,

본인이 하는 만큼 그 성과가 돌아오는 법! 승무원의 세계는 또 얼마나 치열한 경쟁 속에 펼쳐져 있을까!

내심 궁금해서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나갔다.

그녀들의 삶 자체는 강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가 아닌 물 속에서

쉴새 없이 발길질을 하는 백조의 다리였다.

 

「정신없는 가운데 서비스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데, 갤리로 들어가 선반에 서서

벽에 붙은 오븐을 쳐다보며 먹는 밥이 왜 그리 어색한지…….

그래도 배고팠던 터라 엄청나게 맛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최초의

기내 서비스가 진땀을 빼며 긴장한 가운데 정리되었다.」p.51

 

이 책은 18년 동안의 비행경력으로 실제 경험과 그 속에서 몸소 느끼고 깨달은 비법을

낱낱이 파헤치며 알려준다. 항공사의 입사하기 위한 모든 준비와 절차,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한 자격과

그에 충족한 능력을 위해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스튜어디스의 비행 준비, 주어진 업무량과 급여,

항공사의 면접을 위한 체크요령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스튜어디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안성맞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승무원은 특정 부분만 잘하거나 특별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승무원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골고루 다지고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빨리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밤안개 같이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p.56

 

이 책을 읽으면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며 바깥 경치에 매료되어 자칫 무관심했던

스튜어디스의 노고에 대한 생각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리라 생각된다.

스튜어디스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그녀들의 값진 노력과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행복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파란 창공에 활짝 피어난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꽃! 바로 스튜어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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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공존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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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라, 태생적으로 외로운 물건이군요."

"네. 외롭게 태어난 물건입니다."

"우리만 외롭게 태어난 게 아니었군요. 자, 그럼 그 외로운 인공존재를

우주로 내보내도 될까요?"」p.125 <안녕, 인공존재! 중에서>

 

 

 

현상에 존재하는 존재물을 하나의 인공물로 만들어 아니, 재탄생시켜

새로운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안녕, 인공존재!>와 함께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안녕, 인공존재!>

작가 배명훈은 2005년 「스마트D」로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연작소설집 『타워』를 출간,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로 제1회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을 읽으면 마음가짐이 늘 새롭다. 소설 제목을 시작으로

그 안에 하나둘씩 펼쳐지는 언어의 물결을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과연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짜내고 온갖 추측과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 <안녕, 인공존재!>를 말하고자 한다.

 

 

세상과 사람의 희로애락을 제삼자의 시선과 제3의 기호로 책을 말문을 연다.

<안녕, 인공존재!>의 구성은 이러하다.

<크레인 크레인>, <누군가를 만났어>, <안녕, 인공존재!>, <매뉴얼>

<얼굴이 커졌다>, <엄마의 설명력>, <변신합체 리바이어던>,

<마리오의 침대> 이렇게 총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나는 <안녕, 인공존재!>에 남다른 인상을 받았다.

 

<안녕, 인공존재!>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컴퓨터 회사에서 신상품 연구개발원으로 매번 독창적인 제품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던 신우정 박사가 어느 날 의문의 제품을 남기고 자살한다.

그리고 그녀는 절친한 친구인 이경수에게 미완성인지 완성인지 판단조차 내릴 수 없는 제품을 주며,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해달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긴다.

그것은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은 돌멩이 하나와 충전기 따위의 부속품이 전부였다.

 

「"그럼 신우정은 제가 도대체 뭘 증명하기를 바란 거죠?"

백선영 씨는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설마 존재를 증명하라는 건 아니겠죠?"」p.106

 

동그란 돌멩이와 충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 그건 무언가를 이롭게 하거나,

그 어딘가에 자신의 능력 아닌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라는 말이라

표현하기조차 모호한 그야말로 그 존재 자체가 궁금한 존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돌을 두드려보고 「니가 존재면 나는 부처다.」p.114 라고 중얼거리며 혼잣말을

하는 이경수. 돌멩이와 함께 첨부된 제품설명서에 유독 눈에 띄는 '존재'라는

단어를 곱씹어보며…….

그렇게 '인공존재'라 스스로 명칭을 붙여 그것을 안고 소련제 우주왕복선,

에네르기야 - 부란에 올라탄다.

그리고 '인공존재'를 우주 속으로 자유로이 떠나보내고 오는데…….

 

그렇게 돌아오는 이경수에게 무언의 허전함과 공간감이 느껴진다.

그것은 사라진, 떠나보낸 존재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배명훈 작가는 이렇게 존재의 존재감, 존재 그 자체에서 존재감을 증명시켰다.

우리는 늘 익숙한 것에, 늘 보는 것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다.

늘 존재하는 것이라, 언제나 함께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어느 날 갑지가 '인공존재'가 되어 사라져버린다면, 그렇게 믿었던 그 모든 것이

그 넓은 우주 공간 속으로 사라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그 존재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세상 안에 나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안녕, 인공존재!>를 시작으로 배명훈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새로운 글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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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아일랜드
가키네 료스케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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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쳐버린 나를 흔들어 깨우고 싶은 날이 있다.

너무나 파격적인 때로는 너무나 도발적인 변신을 시도하여 잠들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깨우고 싶은 충동말이다.

가끔은 그런 상상도 해본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휘황찬란한 무술을 선보이며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발차기를 하는 소위 말하는 '조폭'들의 세계가 궁금한

상상말이다.

일종의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추측인지도 모른다.

궁금했고 넌지시 들여다보고 싶은 하나의 세계를 그것이 실화는 아닐지라도

책을 통해서라도 알고 싶었던 나에게 <히트 아일랜드>가 나타났다.

 

이 책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스트리트 갱단 '미야비'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하는 10대들과

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매달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는 야쿠자, 그리고 야쿠자의 검은돈을 노리는

전문털이범, '미야비'가 활동하는 지역의 야쿠자 집단이 등장한다.

 

책의 전개는 대충 이러하다.

수십억이 활발히 오가는 카지노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서서히 무색무취의 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정체불명의 사나이 두 명은 치밀한 계획하에

금고를 털어 검은 보스턴백에 쏟아붓기 시작한다.

총 3명의 전문털이범 중 중년의 나이에 이른 남자, 오리타는 은퇴를 선언하고,

세 사람은 각자의 몫을 분배하고 헤어지게 된다.

오리타는 '미야비'가 활동하고 있던 술집에서 '미야비' 멤버 두 명과 시비가 붙었고

이내 몸싸움이 벌어져 자신의 몫으로 챙겨두었던 거액의 현금을 그들에게 본의아니게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검은 돈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미야비'에게 오게 되고 불법 카지노의 업주 '규마'와

그의 수하 '이구사' 를 비롯해서 전문털이범까지 합세하여 돈의 행방을 쫓는데…….

 

 

「 "아까 그 젊은 놈 반응 보셨습니까?"

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가 아는 듯한 표정이데."

"관계가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라믄 다 잡은 거 아이가." 중얼거리고 별안간 이를 갈며 내뱉었다.

"그 구로키란 새끼, 좇된 거지."」p.230

 

이 책에서 소외당하는 인물은 없다. 모두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서로 경쟁을 하는 듯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매력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마음껏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히트 아일랜드>의 원작 소설이라는 점이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더더욱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글로써, 하나의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는 흐름 자체가 이처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인물들의 격투신이나 서로를 미행하며 추격하고, 총알을 장전하며 자세를 바꾸며,

어둠 속에 숨는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눈앞에 그려졌다.

느림과 보통, 그리고 빠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말이야. 설령 무사히 가방을 빼앗아온다고 해도,

저 가방 안에 아직 현금이 들어 있다는 보장도 없어."」p.351

 

<히트 아일랜드>는 야쿠자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현재가 필히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들추어내어

비록 야쿠자, 전문털이범, 스트리트 갱단의 멤버가 되어버린 그들의 속사정도 보여준다.

어쩌면 그런 삶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라는 것이 그들 삶의 최종 목표물이 되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서

 그것도 그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도 느껴졌다.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본 느낌이 들었다.

막힘없이 술술 넘어가는 전개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과연 그들이 갈망하는 검은 돈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 궁금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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