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신달자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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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인가요.

아니, 삶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눅눅한 곰팡이와 같은 생의 얼룩진 흔적인가요.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에 심취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망각해버린 존재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감히 살아야 한다는 것에 표적을 삼고 그것을 뚫어버릴 심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사는 것도 벅찬데 어찌 앞을 내다볼 여유가 있을까요?

마음이 많이 조급하다면, 그래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이 모든 것이 걱정이 돼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정작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 비슷비슷한데 말입니다.

왜 유독 나만 못 사는 것 같고, 나만 낙오자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책은 시인 신달자의 수필집입니다.

 

 

저자는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

1964년 『여상』여류신인문학상을 받고,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를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시집 「봉헌문자」, 「아버지의 빛」, 「어머니 그 삐뚤빼뚤한 글씨」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는 「물 위를 걷는 여자」, 수필집으로 「백치애인」,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저자의 살아가는 삶의 참모습이 진한 육수가 우러나듯 글에서 스며 나옵니다.

구수한 국물을 마시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듯,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 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따뜻한 모성애를 받으며 자란 자식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절대법칙처럼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간애를 그려내는 듯합니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스리는 것이, 곧 나를 찾기 위함이었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의미 있는 것은 내 마음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내 시간에 대해,

그것을 관조하며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p.68

 

시인의 삶을 선택하게 된 아득히 오랜 이야기를 들추어내어

지난날을 회상하는 글을 적어보는 저자의 떨리는 손이 느껴졌습니다.

무언가를 회상하며 적는 것은 정말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이 왜 탄생했는가'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를,

입을 가진 인간에 대해 좀 더 따뜻하게…… 마음속에 있는 언어를

끄집어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가교를 이어 주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p.187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얼마나 가슴 벅찬 단어인가요?

이 세 단어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가장 하기 쉬운 말이면서도 우리가 너무나 아끼고 감추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저자가 지향하는 삶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는 울림을 간직한 책입니다.

단조로운 삶에 작은 떨림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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