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운 지구인들에게 -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른 낯설고도 애틋한 삶의 풍경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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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나의 외로운 지구인들에게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표지만 봐서는 예술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는데 어떤 내용인지 제목만 봐서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방인의 시선이 머무른 낯설고도 애틋한 삶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타국에서 지내며 느끼는 감정들을 적어 내려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들 뿐이었다.

 

예상대로 미국 코네티컷(뉴잉글랜드 지역의 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가 쓴 일상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였다. 다른 책의 글을 빌리자면 이방인의 신분은 현지 사회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 주는 방패임과 동시에 넘어서기 벽이라고 하는데, 그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책에 담아내고 있다.

 

사실 240페이지 분량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지면이 활자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답한 느낌이 아니라 작가의 글 솜씨가 부러울 정도로 책 여기저기의 유려한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표현과 문장의 맛이랄까 . 더 나아가 책 속 상황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기분이 들었으니 얼마나 잘 표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개인적으로 글과 관련된 사진들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책은 개별적인 23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라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개인사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본인의 생각들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예리한 감각으로 중심과 주변, 차별과 연대, 고독과 연민이 공존하는 일상에서 인간 본연의 존재 의미를 탐구한다는 책 소개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내가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것

아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겐 공감과 연대의 정서를 가능케 만들 것이다.외국에서의 삶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사람 일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거의 가능성이 없기에) 관계로 오롯이 다 이해하기란 어렵겠지만 말이다.

 

'거시적인 것들에 가려진 미시적인 것들의 핍진함을 붙들려는 몸짓' 중에 처음 들어보는 '핍진함'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서둘러 사전을 찾는다.

 

'1. 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지다

2. 실물과 아주 비슷하다.

3. 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

 

결핍되다 혹은 유사하다는 뜻이라니 오랜만에 모르는 것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나를 둘러싼 이 모든 상황과 감정의 그물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떤 상태인 걸까. 그곳이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지점이기는 한 걸까. 획이 굵은 질문이 대개 그렇듯 선명한 답은 아득하기만 한데,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방인의 마음속에선 늘 질문이 적힌 깃발이 나부낀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다른 몸짓으로 흔들리면서.' p.226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가볍게 읽었지만 책을 덮을 즈음에는 그렇게 가볍지 않은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이 삶의 정답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외로운 지구인들에게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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