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을 여행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고속버스로 부산까지 그리고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향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비행기로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땅을 여러 가지 이유로 방문하지 못하고 책을 통해 만나고 있어 아쉽긴 하지만 일본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그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이번에 읽은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역시 나에게 있어 특별한 발견이다.

 

한창 유행했던 소셜커머스를 통해 친한 형과 도쿄 여행을 했었다. 아사쿠사를 시작으로 신주쿠, 시부야, 오다이바, 롯폰기 등 여행 책자에 소개되는 유명한 도쿄의 대표 관광지를 다니는 23일의 짧은 일정은 흥미로웠지만 여유롭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여유 있는 느낌의 이 책은 유명한 도쿄 시내를 벗어나 가볍게 다녀올 만한 근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도 주말에는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나들이를 가듯 일본인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 부분에 착안하여 도쿄 근교의 도시, 마을을 거닐며 지역의 음식, 문화와 역사, 체험 등을 소개한다.

 

첫 번째 산책은 음식, 오래 기억될 맛과 향으로 제목대로 여행한 지역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가나가와현 미우라의 참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돈부리, 해군 카레, 유바 등 사진으로 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그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두 번째 산책은 콘텐츠, 마음을 두드리는 감성이다. 일본 미디어 콘텐츠의 배경지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소설 설국’,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등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얼마 전 이웃집 토토로를 중고 DVD로 구매했는데(아직 시청하진 않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냈던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산책은 키워드, 낯선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온천, 후지산, 공예, 사무라이 등 일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현지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상에 가까우며 덕분에 딱딱하지 않게 도쿄 생활자의 시선을 따라 다양한 곳들을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가 있다.

특히 각 챕터마다 산책 TIP’을 통해 찾아가는 방법을 가 볼 만한 곳을 통해 숨은 맛집과 명소를 소개(주소 및 문의) 하고 있어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아주 유용할 듯하다.

 

오랫동안 가꿔온 문화와 꾸밈을 덜어낸 특별한 여운이 있는 스무 곳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저자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해준만큼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그 느낌이 오롯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건 나만 알고 싶은 밴드가 있듯이 솔직히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것. 책을 들고 저자가 거닐었던 곳들을 하나하나 산책하고 싶다. 내년에는 꼭 떠날 수 있길 바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