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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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제목, 딱 가지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 책장을 열면 더 풍요로운 이야기들이, 다양한 책과 다른 시선으로 다가왔지요. 내가 좋아했던 책 얘기라 기뻤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설레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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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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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이 Caroline Knapp은 『욕구들』에서 정의해요. 그런데 이 세계의일원이 되기 위해서 여자는 하지 말아야 해요.
"먹지마, 커지지 마, 멀리 가지 마, 많이 원하지마."
꽤나 익숙한 명령이죠. 사랑눈이 다이어트 실패기를 두페이지나 되는 글로 썼던 것처럼 먹지 말아야 하고요. 사랑눈이 전문직이지만 직업적 야망을 갖지 않게 된 것처럼 남자보다 잘나가도 안 되고요. 사랑눈이 수업 하나 들으면서배우자, 아이, 동료들에 대한 죄의식에까지 시달리는 것처럼 나의 필요는 가족의 필요를 위해 포기해야 하고…

이렇게 하지마의 세계‘에 갇힌 사람은 최초의 욕구가 발동했을 때 ‘잘하는 법‘을 고민하기도 전에 내가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자기 의심과 싸우게 됩니다. 캐럴라인 냅이 떠올리는 자기 어머니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죠. "애초에 자신에게 욕망하고 원할 권리가 있는지조차 확신하지못하고, 자신의 필요들을 부끄럽게 여기며, 심지어 그 필요들을 거의 인정조차 하지 못하는 젊은 여자를 상상하게 된다."(122-23면)

육아해방의 소회를 밝힐 때 삐져나오는 눈물과 웃음을 어쩌지 못했어요. 자신의 욕망이 타당하다는 걸 몸은 느끼는 거겠죠.
『욕구들에서 저자는 ‘딸‘의 목소리로 묻습니다. "어머니가 결코 갖지 못했던 것을 어떻게 나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어?" 가슴이 철렁하면서도 뻥 뚫리는 말입니다. ‘하지마‘의 세계에서 엄마를 구원하는 멋진 문장이죠. 사랑눈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나중에‘라는 시간은 영영 도래하지 않으며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행동해도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증여이고, 원함에 관해 아이들이 본받을만한 모범이 된다는 점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에 비해모자람 없는 어머니의 일이라고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붕대 감기는 숨을 곳이 없는 책이었다. 등장인물들은나의 분열된 자아상 같았지. 캐릭터마다 어머 이건 나네 싶은 공감 지점이 나왔어. 특히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109면)라는 채이의 대사나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154면)라는 진경의 대사는 화살처럼 마음을 찌르더라.

내가 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타인을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했던 과오가 떠올랐다. 여성들끼리의 연대의 중요성을말하면서도 막상 나의 일상과 현실의 구체적인 관계에 놓인 여성을 만나는 일엔 미숙했던 것 같아. 너에 대한 나의소홀함처럼. 책에도 나오는 대로 먼저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묻거나, 약속을 잡자고 하거나, 시시콜콜 속사정을 묻고 위로하는 일 같은 것들, 마음을 낸 다정한 행동들, 그 계산 없는노동이 결국 환대이고 연대일 텐데 말이야.

철새 떼가, 남쪽에서날아오며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뒤처진 새를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뒤처진 새」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이 이미 시죠. 저만의•속도로 날아가는 뒤처진 새, 그 새가 무사히 강을 건너길 기다리며 응시하는 시인

쿤체가 이런 얘길 합니다. 한편의 시는 ‘네가 세상에 무엇을 더하였는가?‘라는 엄혹한 질문에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고요(「너는 누구길래, 시인아」). 이보다 더 시적인 화두는 없지않은가, 저는 감탄하며 마음에 새겼습니다. 내가 세상에 무엇을 더하였는지, 이 엄정한 물음에서 도망치지 않는 한우리는 시적인 것에서 아주 멀어지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감히 생각해봅니다. 다시 감각의 재활훈련에 나선 그대, 쓰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정수의 건강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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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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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만 봐도 설레이던 기억부터 , 예쁜 편지지를 고르러 다니던 추억들이 몽글몽글 올라오게한 반가운 책. 손편지의 힘과 위로, 용기… 다시 편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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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 때문에 글월에서 일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창에 담긴 아늑함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시간이 더 이상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지금 효영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었다.

1초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시대에 편지엔 어떤 힘이 남아 있는 걸까. 사장인 선호도 편지지와 펜팔서비스로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진 못했다. 편지로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은커녕, 요즘 젊은이들은 따뜻하고 위로되는 말을 주고받는 걸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선호는 전략을 세워 글월만의감성이 담긴 항수나 노트, 만년필 등을 함께 판매하고있었다. 편지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번처럼 편지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의 전략이 필요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오늘의 기분이 영원은 아닐 거야.
영원이 아닌 것들에게 내 소중한 하루를 넘겨주지 않을 거야."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예요 13화에 나오는 대사요!

제가 사는 곳 건너편에는 편지지를 파는 편지 가게가 있어요.
가게 이름은 ‘글월‘인데, 글월이 편지를 높여 부르는 순우리말이래요.
평소에 무심코 쓰는 단어를 더 높이고 소중하게 부르는 단어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스마트폰 하나로 24시간 타인과 연결되는 세상에편지를 높여 부른다는 게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애먼 곳에 마음이 움직이면 행여나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일하는 중에는 늘 감정을 단단하게 부여잡아.
그래서인지 요즘엔 ‘여백(餘白)이라는 게 소중해지더라.
아무것도 적어 넣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숨 쉴 공간 같은 거 말이야.

여백이 주는 휴식을 즐기고 나면,
나한테도 가끔 무방비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시구 한 줄에 마음이 동(動)하는 순간이오는 거야.
널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 흠뻑 젖게 하는 것,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고, 밤새 우주를 유영하게 하는 것.
그런 걸 찾으려면 한 번쯤 한없이 여리고 약해져도 돼.
무용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유용한지, 너도 금방 알게될 거야.

"이거 비싼 거라며 깨지면 안 되는 거 아냐?"
"깨지면 깨지는 거지, 뭐 어떠냐. 효영아, 너 내가 좋아하는 시 알지? 산산조각이 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최근에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부터 흥미를 끄는 문장이 있었거든요.
가이 대븐포트라는 작가의 읽기에 관하여]라는 에세이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책을 읽은 방에, 의자에, 계절에 달라붙는다는문장이었어요.
인간이 책을 읽은 시간과 공간을 총체적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말에,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나의 글도 편지도 누군가의 시공간에 함께 남는다면 무척 근사한일일 것 같아요.

글월에도 종종 편지지 모양이나 무늬, 색 등을 보며 자기 과거를 소환하는 손님들이 있다. 결국 글이라는 건 과거라는 우물에서 길어 올린물한동이라는 재료가 필요했다. 서툴고 부끄러워도 물 한 동이를퍼내야 다음 할 말이 차올랐다. 그렇게 과거라는 우물을 정화한 사람은현실에서도 자기 마음을 투명하게 볼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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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면 진정으로 얻게 될 거대한평안 속에서 쉬면 되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영혼이다시 새롭게 살아나갈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살아생전에 연구하던 위대한 사상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들과 토론해보고 싶었던 주제로 대화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게 어디 있겠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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