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휴식은 필요합니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위해서 모든 피조물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거룩한 주일과 참된 쉼’이 하느님 안에서 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일은 부활의 날이요 그리스도인들의 날이며 바로 우리의 날입니다."(성 예로니모)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힘은 영원을 향한 그리움에서 나옵니다. 영원하신 분께 맛들이고 영원히 머물 곳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세상의 헛된 풍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늘도 그리스도께 삶을 봉헌한 많은 이들이 관상 수도회, 사도직 수도회, 평신도 신분으로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며 "하느님만으로 충분합니다."라고 고백한 아빌라의 대 데레사 성녀처럼 충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힐링’의 절실함을 체감하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치유자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이 시기에 곰곰이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틱낫한은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라는 책에서 이렇게 충고합니다. "온 마음으로 걸으며 발밑에 대지를 느낄 때, 친구와 조촐하게 차 한 잔을 마시며 차와 우정에 대해 깊이 느낄 때, 그때 우리는 스스로 치유 받는다. 그리고 그 치유를 세상 전체로까지 확대시킬 수가 있다. 과거에 받은 고통이 클수록 우리는 더욱 강력한 치료사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받은 고통으로부터 통찰력을 얻어 친구들과 세상 전체를 도울 수 있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고 하신 교황님의 말씀은 이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향한 하느님 자비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이루어집니다. 그 희망을 교회는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평화를 찾고 구하는 길은 어디 먼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도, 지구도, 모두 다 끝이 정해진 시공간, 좁은 땅덩이에서 함께 의탁하며 잠시 빌려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가난한 비움을 통한 작은 나눔을 실천해 나간다면 그렇게 함께 만드는 공동의 공간이야말로 평화의 장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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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인문하다 - 문학과 철학으로 읽는 그들의 노래, 우리의 마음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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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열린책들

"책을 읽는 일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인간적이 되고자하는 것이며, 우연성과 유한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기를 중단하는 것이며, 우리가 의지하고 기댈 곳은 동료 인간들밖에 없다는 사실을 긍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 리처드 로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커뮤니케이션북스)

다만 저는 덴마크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남긴,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 볼 뿐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일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일 또한 바로 우리 자신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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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만이 지니는 또 다른 매력은 엄청난 인파가 한군데로 몰리는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만 흐른다는 점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공연 역사상 그 반대의 경우는거의 없었다. 축구 경기장만 해도 얘기가 달라진다.

단원 중에는 특히 연로하신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나와 같이일하던 공익 근무자나 간병사가 ‘초청 가수‘ 두 분을 우리 방으로모셔오신 것이었다. 숟가락 쥐는 법도 간혹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노쇠한 상태였지만, 경쾌한 동요의 가사나 멜로디만큼은 확실히 기억했다. 적어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환자가 아니었던것이다. 두 분 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부르기 전보다 늘 더 화사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의학자들도 입을 모아 이 효과가 허상이 아니라 말한다. 음악이 치매 환자나 알츠하이머를 앓는 이들의 뇌 기능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감상할 때보다 능동적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학자들은 사람이 15세에서 30세 사이에 익힌 가사와 멜로디는 평생 간다고 말한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하더라도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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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은,
우리가 경주에서 아무리 형편없이 뛰었더라도 모든 참가자에게 메달이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거다. 우리 세대는 모두가 각각 독특하고, 어떤 식으로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떨치려 애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밀레니얼에게 성장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으면, 자기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는 대답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공‘이라 배웠다는 대답이 더 많이 돌아올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려고 노력하고, 대학에서 노력하고, 직장에서도 노력하고, 그러면 성공한다는 생각.
"동틀 때부터 해질녘까지 밭을 일구는 직업윤리와는 다르지만, 이 생각이 우리의 직업윤리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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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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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모든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질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것, 지금처럼 유지해야 할것, 혹은 폐기해야 할 것에 관해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번은 어떤 비평가가 피카소에게 나무를 그리는 소질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피카소는 "맞는 말이다. 나는 나무를못 그린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림을 봤을 때 그게 나무라고 느끼게끔 그릴 수는있다"라고 응수했다. 마찬가지로 비카스도 인터뷰이에게서 디테일을 끄집어내는능력이 있다. 그는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매우 인상 깊은 통찰이 담긴 답변을 끌어낸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늘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거의 매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가는사람도 있다. 이토록 우리에게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정체성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작가이자 문화이론가인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우리는 주로 다른 사람이 붙여준 꼬리표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이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이 쓴 시에 "내 안에는 다양함이 있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너무나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모두 수많은 정체성으로 형성된 존재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에서 ‘인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계급 정체성(class identity)‘에 대해 언급하며 "계급은 한개인의 사회경제적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사회적 정체성으로서 효력을 발휘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계급 정체성이 우리 사회에서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정체성 자체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양극화, 성차별 등 사회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정체성을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문제입니다. 젠(gender) 문제만 해도 그렇지요. 여성과 남성은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공통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서로 다른 사회집단의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정체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치열하게 맞서왔지요. 온갖 사회 시스템에서 성차별을 몰아내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건만, 사람들이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이유는무엇일까요. 우리는 정체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정체성에 대한인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명함에 적힌 직업이 그 사람이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쏟는 활동이 있다면 그러한 일도 직업만큼이나, 어쩌면 직업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일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 밖의‘ 활동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이유로 취미 내지 ‘쓸모없는 재능‘으로 치부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한 재능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피해 다니느라 끊임없이 길을 헤매고, 항우울제와 술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진지하게 대면하는 것보다 몽롱하게 취하는 편이 더쉬우니까요. 그러나 인생은 기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고요. 우리는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방문객으로서, 주어진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려면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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