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는 "모든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질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것, 지금처럼 유지해야 할것, 혹은 폐기해야 할 것에 관해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번은 어떤 비평가가 피카소에게 나무를 그리는 소질이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피카소는 "맞는 말이다. 나는 나무를못 그린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림을 봤을 때 그게 나무라고 느끼게끔 그릴 수는있다"라고 응수했다. 마찬가지로 비카스도 인터뷰이에게서 디테일을 끄집어내는능력이 있다. 그는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매우 인상 깊은 통찰이 담긴 답변을 끌어낸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늘 정체성을 찾아 헤맨다. "도대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거의 매일 자기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가는사람도 있다. 이토록 우리에게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정체성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작가이자 문화이론가인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우리는 주로 다른 사람이 붙여준 꼬리표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또 이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하지요.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이 쓴 시에 "내 안에는 다양함이 있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너무나 맞는 말이에요. 우리는모두 수많은 정체성으로 형성된 존재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에서 ‘인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계급 정체성(class identity)‘에 대해 언급하며 "계급은 한개인의 사회경제적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사회적 정체성으로서 효력을 발휘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계급 정체성이 우리 사회에서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콰메 앤서니 아피아는 정체성 자체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양극화, 성차별 등 사회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정체성을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문제입니다. 젠(gender) 문제만 해도 그렇지요. 여성과 남성은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공통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서로 다른 사회집단의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 정체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치열하게 맞서왔지요. 온갖 사회 시스템에서 성차별을 몰아내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건만, 사람들이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이유는무엇일까요. 우리는 정체성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정체성에 대한인식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명함에 적힌 직업이 그 사람이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쏟는 활동이 있다면 그러한 일도 직업만큼이나, 어쩌면 직업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두 가지 일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 밖의‘ 활동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이유로 취미 내지 ‘쓸모없는 재능‘으로 치부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한 재능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피해 다니느라 끊임없이 길을 헤매고, 항우울제와 술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진지하게 대면하는 것보다 몽롱하게 취하는 편이 더쉬우니까요. 그러나 인생은 기적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고요. 우리는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방문객으로서, 주어진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려면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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