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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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멀지만, 마음에서는 가장 가까운 그곳어느날 우리는 한 시인의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린다

그의 시 「한잔 재스민차에의 초대」는 다음과 같다.
들어오셔요, 벗어놓으셔요 당신의슬픔을. 여기서는침묵하셔도
좋습니다
시의 전문이다. 짧은 이 시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가. 구동독 시절에 이 따뜻한 시는, 체제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집 문에 붙여놓는 눈에 띄지 않는 저항의 표지로 쓰였다고 한다. 강성의 이념어가 난무하던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런낮은 목소리가 가졌던 힘을 생각한다.

. "내가 이 책을 선물하는 이유는, 첫째는 그레텔이훌륭한 소녀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레텔이 이 책을 아무데나 놓고 가면 책이 나한테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야"라고. 카프카 특유의 꼼꼼한 글씨로 쓰인 그 진품의 헌사. 맺힌 잉크 자국에서 어린조카에 대한 사랑과 유머 섞인 위트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무해無害해. 유용성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늘 땅을 한 치라도 더 이용해보겠다고 함부로 나무를 뽑지. 그 가운데 이 시는 한 그루 나무를 뽑아내는 작은 일을 경계하며, 그것이 나무만 죽이고 수맥만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황폐화시킬 것임을낮고, 낮은 목소리로 간곡하게 일깨우고 있지 (그런 점에서 예컨대 브레히트의 목소리와는 아주 많이 달라). 나무를 함부로 뽑아내는 곳이구동독뿐이겠어. 우리가 함부로 뽑아내는 것이 어디 나무뿐이겠어.
획일성과 유용성의 지나친 강조가 인간의 심성을 어떻게 황폐화시키는지는 다시 나무의 비유로 등장해. 나무도 사람도 다 똑같이쓸모 있게 키워내려는 국가에 맞서, 그럴 수 없다고 작지만 단호한목소리로 말하는 것.

인생은 본질적으로 아주 긴 여정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긴 여정은 오로지 고달픔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자꾸 가노라면 사는 것이 살 만하게 값지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옵니다. 이지점들 사이의 구간이 길면 길수록 더 힘들게 느껴지지만, 삶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그만큼 소중하고 값지게 다가옵니다. 정말행복한 순간은 언제나 백분의 일 초입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특히 남녀가 함께 산다는 것은 그 백분의 일 초에 다가가고자 함께 노력하고, 그 백분의 일 초를 향해 살아가고, 그 백분의 일 초를 위해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해당되지 않는 순간이 있기는 합니다. 몹시 나이가 들었거나 불치의 병이 들었을 때 말이지요. 그 외에는 그런 순간은 언제나 계속 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서일하고 살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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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일입니다. 하늘을 나는 융단에 몸을 싣고 ‘다음‘을 향해 가는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곧 상상력이고 창의력이지요. 높은 지혜는 인간을 ‘다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인간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멈추면 부패하지만 건너가면 생동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면 양심도 딱딱하게 권력화됩니다. 건너가기를멈추고 자기 확신에 빠진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도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너가기의 힘은 책 읽기로 가장 잘 길러집니다.

우리는 보통 ‘공을 이룬다‘는 의미에서 ‘성공‘이라고 하는데,
노자는 ‘공이 이루어진다‘ 혹은 ‘공이 드러난다‘는 의미에서 ‘공성功成‘이라고 합니다. 순자』의 「권학」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순자는 바람과 비를 갖고 싶으면 우선 흙을 쌓아 산을 이루라고 합니다. 그러면 바람과 비가 거기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이지요. 흙을 쌓고 산을 이루는 수고만 하면 바람과 비는 행운처럼 그냥 드러납니다.
바람과 비는 만들어 갖는 것이 아닙니다. 내수고를 거쳐 현현하

진짜 인간은 한곳에 멈춰 머무르지 않고 아무 소득이 없어 보여도애써 어디론가 떠나 건너간다. 건너갈 그곳은 익숙한 문법으로는 아직 이해되지 않아서 무섭고 이상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무모한 도전과 모험이 등장한다. 대답하는 습관을 벗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닿지 않는 별을 잡으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진짜 인간이다. 진짜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다. 돈키호테에 배워야 할 때다.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입니다. 건너가는 존재란 멈추지 않는 존재를 뜻하지요. 생각도 몸도 멈추지 않고 지향도 멈추지않아야 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과 싸우면서 또 다른 괴물이 되는 이유는 싸울 때가졌던 생각에서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계속 이동해야 합니다.이것을 우리는 살아 있다고 표현하지요.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입니다.

산초야, 행운은 빼앗을 수 있을지 몰라도 노력과용기는 빼앗지 못할 것이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오지 않는다고 해서 화낼 필요 없다. 노력과 용기는거짓이 없고 배신이 없다.‘ 이런 게 느껴졌거든요.

심장은 왜 쭈그러질까요? 내 눈으로 나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나를 비교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가 기준이 되어야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현실에서의 성취도 커집니다. 외부의 것과 비교하거나 외부의 것을 추종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주머니 속 체스 말에불과합니다. 그건 곧 죽은 거예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볼 때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쭈그러진 심장도 쫙 펼수 있겠지요.

돈키호테의 미친 정신을 망가뜨린 사람이 누군가요? 카라스코학사입니다. 그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에요. 공부를 많이 했다는 건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되는 것을 더 많이 했다는 의미입니다. 바라는 것보다 바람직한 것을 더 많이 알고, 좋아하는것보다 좋은 것을 더 많이 아는 사람이지요.

돈키호테가 자기자신일때는 미쳤다고 하더니 다수의 가치관을 따르자 다들 정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돈키호테는 어떻게 됐나요? 죽었어요. 나로 살다가 우리가 되는 순간 죽어버렸습니다. 나로 미쳐서는 생기발랄한 모험을 멈추지 않았는데, 끌려와 다시 우리 안에 집어넣어진 순간그는 죽었습니다. 돌아온 돈키호테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돈키호테가 자신에게 박수를 친 게 아니에요. 제가 이 책을 읽고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우리 모두 돈키호테처럼 죽지 않도록 "쭈그러진 심장을 쫙 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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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룰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예로 들어본다. 우리는이 소설에서 주인공 로다의 범죄와 처형이라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러시아 사회와 인간의 심리를 다룬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당시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주인공의 하숙집, 거리, 다리 등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주인공 로다를추적하는 예비 판사의 수사 기법은 오늘날 경찰에게도 좋은 참고자료다. 그뿐인가, 마치 소설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살인자의 심리가 생생하고 뛰어나게 묘사된다.

우리의 국민 소설 <춘향전>도 읽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춘향전》에는 춘향과 이 도령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의 공고한 신분제도에 반발하는 민중의 분노가 담겨있고, 벼슬아치의 행태도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히 느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추리를 해가며 읽어야 하는 탄탄한 전개도 재미나지만, 작가가 즐긴 음악과 책이 끝도 없이 등장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 속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즐거움에는 텍스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실감한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서 우리는 하루키가 영위했던 낭만의 시대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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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가꽃이고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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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곰돌이 푸 - 19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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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벌이 있다면 그건 꿀을 만들기 위해서야."
그러면서 위니 더 푸는 자리에서 일어섰어.
그리고 꿀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나더러 꿀을 먹으라는 거지."
위니 더 푸는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단다.

"풍선을 가지고 꿀을 딸 때, 중요한 건 벌들이 모르게 하는 거거든. 초록 풍선을 가지고 있으면 벌들은 나를 나뭇잎인 줄 알고 눈치채지 못할 거고, 파란 풍선을 가지고 있으면벌들은 나를 하늘인 줄 알고 눈치채지 못할 거야. 둘 중에 어느쪽이 더 감쪽같을까?"
네가 물었어.
"풍선에 매달려 있으면 벌들이 너를 알아채지 않을까?"

"히파럼프가 거기 왜 빠지는데?"
푸는 앞발로 코를 문지르면서, 히파럼프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콧노래도 흥얼거리다가 비가 오려나 궁금해서 하늘도 쳐다보다가 할지 모르니까, 그럼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를 보지 못할 테고,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가 있다는 건 떨어지는 중에야 알게 될 테니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말했어.
피글렛이 물었지. 정말로 감쪽같은 함정이긴 한데, 만약이미 비가 내리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말이야.
푸는 다시 코를 문지르더니, 그건 생각 안 해봤다고 말했어. 그러다가 금방 얼굴이 환해져서는 대답했지. 비가 이미내리고 있다면, 히파럼프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언제 날이개려나 궁금해할 거고, 그럼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를 보지못할 테고,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가 있다는 건 떨어지는 중에야 알게 될 테니・・・・・・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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