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지독한 어떤 것과 싸우는 중이다. COVID-19다. 오래전 유럽에는 페스트가 돌았다.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페스트와 싸웠던 사람들 속에 우리가 있다. 카뮈의 말을 직접 듣는다. "나는 페스트를 통해 우리 모두가 고통스럽게 겪은 그 숨 막힐 듯한 상황과 우리가 살아낸 위협받고 유배당하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동시에 나는 이 해석을 존재 전반에 대한 개념으로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그 누구도 감염시키지 않을 선량한 사람이란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다. 방심하지 않으려면 의지가 있어야 하고, 긴장해야 한다. 제대로 존재하려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페스트』의 제사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한 감옥살이를 다른 한 감옥살이에 빗대어 표현해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

이것은 글쓰기의 가장 일반적인 수사법이면서도 글쓰기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은유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이 달을 ‘가장 오래된 우체통’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우리가 달을 매개로 서로 이야기하고 달을 통해 마음을 전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둘은 전혀 다르지만 달을 우체통에 빗대어 표현해보는 것은 매우 합당한 일입니다. 왜일까요? 달을 우체통에 비유하는 게 달을 달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의미하고 많은 진실을 등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 속에 "인생 자체가 페스트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우리 인생에 빗대면 페스트는 특정 관념에 지배당하는 것, 정해진 마음에 갇히는 것을 말합니다. 이 모든 게 다른 세계와 만나지 못하는 결별이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학대지요. 제게 "페스트가 무엇이냐?" 물어보신다면 카뮈가 말했듯이 "인생 자체다", 더 구체적으로는 "너의 정해진 마음이요, 묶인 발이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정해진 마음, 미래에 대한 곤혹, 고통, 번민, 나를 잡아먹고 세계와 결별시키는 부조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더 나은 단계로 건너갈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입니다.

소설 속에 "인생 자체가 페스트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우리 인생에 빗대면 페스트는 특정 관념에 지배당하는 것, 정해진 마음에 갇히는 것을 말합니다. 이 모든 게 다른 세계와 만나지 못하는 결별이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학대지요. 제게 "페스트가 무엇이냐?" 물어보신다면 카뮈가 말했듯이 "인생 자체다", 더 구체적으로는 "너의 정해진 마음이요, 묶인 발이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정해진 마음, 미래에 대한 곤혹, 고통, 번민, 나를 잡아먹고 세계와 결별시키는 부조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더 나은 단계로 건너갈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입니다.

| 의지와 긴장이 없기 때문에 그 감옥을 부수지 않고 스스로 갇힌 것입니다. 페스트에 감염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랑은 무엇이다’ 하는 보편적 정의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정해진 사랑, 감옥에 갇힌 사랑을 교도관처럼 집행하려고 하지요. 그러면 사랑의 모양이 다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사랑이 관념이 아니라 삶 자체가 된다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지도 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정해진 사랑의 관념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남기 쉬워요. 하지만 의지를 갖고 긴장을 유지하면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사랑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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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가 바로 덴마크에서 시작된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다. 다른 도서관처럼사람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자유롭게 책을 빌리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반납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소수 인종부터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그리고 다른 도서관과 차이점을 한 가지 더 꼽으라면, 대여 기간이 며칠 혹은 몇 주가아닌 30분가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도서관 뒤편의 서고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곳에서 ‘책‘들은 자신을 대여할 사람을기다리며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트랜스젠더와 조현병 환자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무슬림과 유대인은 친구가 된다. 그들 또한 도서관 밖에서 자신과 다른세계를 살아가던 이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삶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공명한다. 나는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 내 환자들과 다른 사람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책이라면, 세상에 내놓을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PTSD 환자는 흔히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곤 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실제로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권선징악의 논리를 교육받는다.
그래서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때, 트라우마의 피해자는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내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그런 환자가 ‘그일은 내 탓이 아님‘을 깨닫도록 돕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학대와 트라우마의 기억을딛고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서 자기 삶을 뚜벅뚜벅 이어가는 환자를 볼 때마다 나는 옛 시의 한 구절처럼 콘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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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말고는 상태가 굉장히 좋으세요. 비법이 뭔가요?"
할아버지는 활짝 웃고 턱을 씰룩이며 천장을 쳐다보는 며느리를 힐끗 봤다. 그러고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선생님한테는 알려드릴게."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낮추는 바람에 나도 할아버지 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했다. 할아버지의 밝은 녹청색 눈이 반짝였다. 할아버지가 아주 천천히 말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술이나… 담배나… 여자를 건드려본 적이 없다오. …열 살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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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기꺼이 받을 것, 할 수 없는 일을 인정할 것과 같은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늘 배우자, 딸, 돌보미가 될 사람들한테 들었다. 도움을 받을 의지가 없는 사람이 이를 악물거나 눈을 번득이는 동안 그들은 말해주었다. 그러니어쩌면 ‘도움을 주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일 것’이 나에게 적절한 조언일지도 모른다. 매우 듣기 힘든 말이지만 말이다. 해리 할아버지는 이렇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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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받아들일 것, 걱정을 멈출 것. 미래 계획을 잘 세우라는 조언도들었다. 유언을 쓰고, 책상을 정리하고, 생명보험 약관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가족에게 알려주라고 말이다. 휴가를 갈 것,덜하기보다는 더할 것, 새 기술에 지지 않게 노력할 것. 세실 할아버지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이해하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를 설명했는데, 이제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아들네 가족이랑 영상통화도 할 줄 알았다. 앤 할머니는 딸과 더 가까이 있는것에 안도하며 "적절한 때에 이사하길 망설이지 말라"고 말했지만, 찰스 할아버지는 "나는 내 집에 머무르기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됐다"라고 말하고는 몇 주 뒤, 본인이 태어났던 방과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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