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딸아이의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 중간과 기말 두 번의 시험 결과 수학 때문에 아이보다도 엄마인 내가 더 좌절을 하던 참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사교육에 대해 무덤덤하게 잘 견뎌왔는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냐 초등 때는 성적순이 안 나왔고, 잘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학교에 가니 성적표에 과목별로 전교 등수가 나왔다. 과학이 한 문제 틀렸는데 350명 중에 56등이었다. 그렇다면 100점이 55명이라는 얘기? 국어도 두 문제 틀렸는데 68등인가 그랬다. 아이들이 공부를 너무 잘한다.  

우리 동네는 중학교 내신에 따라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사실 난 이 동네가 비평준화 지역인지도 모르고 이사 왔다는...ㅜ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위한 것도 아니고 동네 서열 1등인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그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더 빡쎈 학원에 다니는 듯하다. 딸아이가 자기 반에 수학 학원 안 다니는 아이는 자기 포함해서 두 명밖에 없다고 했다. 난 이사 와서 일 년 반을 살았으면서 아직까지 동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 아이도 보내야겠구나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내가 불안해하고 갈등을 하니 아이는 나보다 더 불안해한다. 학원을 알아보는 엄마를 지켜보며 늘 하던 공부마저 등한시한다. 엄마가 학원에 의존하는 순간 아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잃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정말 아이의 공부 앞에서 초연할 수가 없으니 고민이다.  

이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강연한 내용인데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교육을 안 시키는 방법이 나와 있는 책이 아니라 왜 사교육을 시키면 안 되는지, 현재 우리의 교육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돈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사교육 시켜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흉내내다 결국 나가떨어지는 구조), 앞으로 교육이 어떻게 바껴야 좋은지(공교육 성공 사례), 아이들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 등이 실려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인 송인수 샘의 강의가 가장 강력한데 사교육 걱정이 없는 세상이 꼭 온다고 누군가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듣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옳다는 걸 알고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면 언젠가 정책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분노도 했다가 힘이 불끈 솟았다가 정말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다 옳은 말씀이라 끄덕끄덕 안 할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으며 굿바이 사교육을 해야 하는데 아이의 성적표가 눈앞에서 아른아른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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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나무님의 심정에 대해서 너무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정말 부조리예요,,, 한숨나오는.

소나무집 2011-07-14 00:31   좋아요 0 | URL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의 핵심이 돈 있는 이들을 위한 거라는 걸 적나라하게 분석해놓고 있어요. 막 화가 나더라구요.

2011-07-13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4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3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4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4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07-21 19:51   좋아요 0 | URL
슬픈 현실이에요.ㅜㅜ

2011-07-16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1-07-21 19:53   좋아요 0 | URL
우리 동네도 사정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중간에 이사를 오니 적응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