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표범 미래그림책 79
재키 모리스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동물원에서 본 표범이 눈표범이었는지 그냥 표범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의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눈표범의 얼굴이 동물원에 와 있는 듯 아주 생생합니다. 얼핏 보면 무시무시한데 자세히 본 표범의 푸르른 눈빛엔 슬픔이 가득 담겨 있네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눈표범의 눈빛이 그렇게 슬퍼 보이는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말았구요.

책장을 넘기다가 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야 히말라야 계곡에 사는 티벳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히말라야와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눈표범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건 중국과 티벳의 기나긴 갈등이 생각났기 때문이에요. 미처 몰랐는데 히말라야 계곡을 지키려는 눈표범은 티벳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달라이 라마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비밀의 계곡 안에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대요. 눈표범이 높은 산을 거닐며 부르는 노래는 세상에 새하얀 옷을 입히고 눈의 요새와 얼음벽을 쌓아서 세상으로부터 비밀의 계곡을 지켜주었대요. 나이가 든 눈표범은 자신의 뒤를 이어 노래부를 이를 찾아 나섰대요. 

그 사이에 비밀의 계곡으로 황금과 노예를 찾는 군인들이 쳐들어왔대요. 눈표범은 군인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군인들이 달아나게 만들었고, 계곡 아래에서 찾아낸 아이에게 비밀의 계곡의 이치를 가르쳤대요. 많은 노래를 들려주자 아이는 점점 눈표범을 닮아갔대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눈표범이 숨을 거두자 또 한 마리의 어린 눈표범이 비밀의 계곡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대요. 

잔잔하게 들려주는 눈표범의 이야기가 꼭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 것 같습니다. 눈표범도 오래 전엔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눈표범의 후계자가 사람의 아이인 걸 보면 결국 사람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걸 뜻하는 것 같아요. 또 황금에 욕심을 부리고 자연을 마구 파괴하면서 잘났다고 우쭐대는 인간들도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경고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어요.

문득 류재수 님이 쓴 <백두산 이야기>가 생각나서 정말 오랜만에 꺼내서 읽어 보았어요. 그래요. 조선을 지키기 위해 흑룡거인과 싸운 백두거인과 눈표범의 모습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백두거인은 눈표범처럼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백두산이 되어 직접 우리 땅을 지켜준다는 건 좀 다르지만요. 어느 민족이나 자신의 민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신적인 존재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겐 신화처럼 들려주고, 고학년 아이들에겐 티벳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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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5-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 책 받았어요. 표지가 너무 맘에 들어서 샀는데 내용을 보고 정말 잘 샀다.. 했지요.
정성이보다 제가 더 좋아합니다 ^^;

소나무집 2008-05-23 14:09   좋아요 0 | URL
님도 사셨군요.
저도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