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쥬디 바레트 지음, 홍연미 옮김, 론 바레트 그림 / 토토북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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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준비, 식구들에게 별로 인정도 못 받으면서 매일 반복해야 되는 일 가운데 하나다. 내가 외출을 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에겐 바로 밥과 연결된다. "엄마가 없으면 밥은 누가 줘?"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남편도 똑같은 이유 때문에 나의 부재를 두려워한다. 어쩌다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아이들과 남편은 외식을 하고 만다. 차려 먹기만 하면 되게 준비해놓고 나가는데도 그런 수고마저 하기 싫은 모양이다. 

사실은 나도 밥을 하기 싫은 날이 많다. 가끔은 이런 날 하늘에서 밥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산채 정식이, 하루는 남편 좋아하는 보쌈이, 하루는 아이들 좋아하는 갈비찜이 하늘에서 떨어져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런 내 소원을 이루어준 그림책이 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꼭꼭씹어꿀꺽'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먹을 것을 파는 가게가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필요한 음식이 모두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늘의 식사 메뉴를 일기 예보를 보면서 알 수 있다. 비대신 수프나 주스가 내리고, 눈대신 으깬 감자나 완두콩이 내리고, 달걀 프라이나 토스트 구름이 끼고, 가끔은 소시지를 끼운 빵 바람에 햄버거 폭풍도 몰아친다. 서쪽 하늘에 황금빛 노을 푸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땐 식사 도구를 모두 챙겨야 한다.

식사 준비 때문에 늘 고민을 해야 되는 엄마로서 부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날씨가 고약해지면서 마을이 마비되고 말았다. 하루는 종일 치즈나 물러터진 브로콜리만 내리고, 빵덩이 태풍이 몰아친 날은 지붕이 부서지고,  청소하는 데 나흘이 걸리기도 했다. 팬케이크 폭풍은 학교를 덮어버리기도 하고, 끔직한 후추 바람 때문에 사람들은 속이 뒤집히도록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결국 청소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음식이 쌓이게 되자 학교도 문을 닫고 모두 마을을 떠난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처음엔 음식이 하늘에서 내린다는 사실에 흥분하지만 금방 아이들도 걱정하기 시작한다. 너무 많이 내리면 어쩌나, 맨날 친구들이랑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도 지겨울 것 같단다. 그래서 적당히 먹고 싶은 음식을 엄마가 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결론까지 내놓는 아이들.

펜으로 그린 그림이 정말 좋다. 그림 속에 볼거리가 많다. 지붕 없는 레스토랑에선 하늘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잡기 위해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행복한 사람들과 걱정스런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나 도넛, 아이스크림 때문에 마을이 엉망이 되는 그림을 보고는 이런 건 별로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준다.

유치원생에서 초등 저학년, 그리고 하루쯤 식사 준비 고민에서 탈출하고 싶은 엄마들이 함께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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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9-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그리고 불량 주부라기보단 늘상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배꽃을 어찌할까요??ㅋㅋ

소나무집 2007-09-1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그러니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