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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에세이를 읽으면 수필가가 되고, 시를 읽으면 시인이 되고, 소설을 읽으면 소설가가 되는 나를 본다. 아마도 작가가 쓴 글에 최선의 몰입을
하다보니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겠다. 어수룩한 어둠이 깔리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적어놓고 싶은 멘트들이
쉴새없이 공기 속을 채울때가 있다. 나는 그럴때마다 라디오 작가들의 감성에 박수를 보냈다.
[ 아주, 조금 울었다 ] 는 감성에세이 로, 라디오작가 권미선의 작품이다.
오랜세월 라디오일을 하면서 이 책이 첫번째 그녀의 처녀작이다. 15년이라는 시간을 한가지 일을 하며 지낸 내공있는 작가의 글이기에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책을 펼쳤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울어야 할 순간에도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우리
어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살다 보면 눈물을 꾸욱 삼켜야 할 때도 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글로
우리에게 진심을 비쳤다.
우리는 그리워도 눈물을 참았고,
미안해도 눈물을 참았고,
외로워도 눈물을 삼켰고,
보고 싶어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종종 혼자말을 하듯 혼자 속으로 생각했던 감정들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는지 그 느낌 그대로 문장에 실려
있음을 보게 된다.
나 역시 감정을 그램으로 많이 표현했었다.
1그램의 용기라던가 1그램의 슬픔이라는 말들을 통해 감정을 재단했던 내 모습과 비슷한 글 속에서 동질적인 코드를
느껴본다.
걸어보지 못한 길, 한번도 가본적 없는 길, 내
선택에 대한 속절없는 후회조차도 난 그녀와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나의 속도를 남의 속도와 비교하며 터무니없는 좌절감에 빠졌던 나의 젊은
시간들이 떠올랐다.
밑줄 그으며 읽었더니 어느새 책 속 가득 밑줄이
그어진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을 모았던 시간들,
조곤조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것같은 글귀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감정을 노출시키고 살아가면 안되는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여 주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