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출신  줄리언 반스의 5년만의 장편소설인 [시대의 소음]은 러시아 작곡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수많은 모음곡을 작곡한 쇼스타코비치는 레닌이 죽고 철권 독재자 스탈린이 권력을 잡은 시기에 활동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적도 있었다. 스탈린 시대는 예술가들을 '인민의 적'으로 여겨 숙청했던 비극적인 시대였다. 쇼스타코비치는 그와 그의 가족을 이런 시대의 비극 속에서 살아남기기 위해 '이기는 패배'로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다. 스탈린을 싫어했지만 티내지 못했고 겉으로는 동조하는 모습으로 활동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본따 지어진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는 열아홉살에 쓴 첫 교향곡으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고, 두번째 오페라 작품인 '므첸스크의 맥베스부인' 공연엔 스탈린이 관람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탈린이 공연 도중 마음에 들지 않아 자리를 일찍 뜨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졌고,  그 이후 [프라우다]지에서 그의 음악을 '음악이 아니라 혼돈'이라고 악평을 하며 그의 음악연주는 금지당하고 만다. 그의 인생의 여러 힘겨운 고비 중 한순간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정치적 소음에 짓눌린 음악인생을 살았다.
나는 이 책의 첫 페이지의 사진과 함께 수록된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듣는 자 기억하는 자 그리고 술 마시는 자 
그는 자신의 삶의 고뇌를 음악이라는 예술로 표현했다. 

"운명. 그것은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한 단어일 뿐이었다."
(p 22)
"시대의 소음이 유리창을 박살낼 정도로 커질 때조차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지킬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p 127)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p 135)
"그는 겁쟁이였다. 그래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빙빙 돈다. 그래서 그는 남은 용기를 모두 자기 음악에, 비겁함은 자신의 삶에 쏟았다"(p 226)
"그는 평생을 아이러니에 의지했다. 우리가 삶이 이러할 것이라고 상상하거나 가정하거나 바라는 것고 실제 삶 사이의 간격ㅇ서. 그래서 아이러니는 자아와 영혼을 지켜주는 수단이 되고.. ."(p 248)

 

 

 

나는 유독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줄리언 반스의 글읽기가 힘겹다. 이 소설 역시 앞부분은 정말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이었다. 독백같지만 제3자의 나레이션이 이어지고 소설이지만 다큐처럼 서술형으로 되어있어 재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의 후반부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삶이 느껴져 끝을 낼 수 있었다. 음악으로만 알고 있었던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소설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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