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는 덫을 놓지 않는다
시드니 셀던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책은 2006년경에 구입했다고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책의 제목에 약간 끌리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저자의 명성을 언듯 읽은 기억이 나서 깊은 고민 없이 책을 구입했다.
책의 제목은 과거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의 <어두워질 때까지>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약간 미스테리나 스릴러쪽이라고 짐작했다.
저자는 자신의 글솜씨를 발휘하여 스토리와 반전을 구성했다.
소설의 스토리 구조와 주인공들의 캐릭터, 암시와 반전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펼쳐지고 있기는 한데, 소설의 맛을 더할 수 있는 좀 더 깊은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배경 장면들이 아쉽다.
 
출판사 소개문에는 스릴러의 성격을 위해 각 장면간에 반전을 끌어내고 세계 주요 도시의 배경을 보여주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한다.
그렇지만, 소설이라기 보다 시나리오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 속 중간중간에 디테일한 상황이나 현장묘사가 부족한 곳이 보이고 앞뒤 연관관계가 부족한 채 건너뛰는 대목도 거슬린다.
저자는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에 두루 경험과 재능을 인정받았고 21세기 문화가 점점 ’독립’보다는 ’퓨전’으로 통합되는 것이 분위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실체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소설...
이미 21세기 이전에도 날씨를 컨트롤하려는 움직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니 명망있는 저자가 소설에 도전하고 싶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소설에서와 같이 20세기 후반부터 인류를 긴장시키는 기후변화가 미국이나 여러 강대국 또는 다국적기업의 ’음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상황이니 그 것도 원천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름 독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조작이나 환경문제에 대해 저자가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막연하게 기후조작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려는 음모가 아니라 조금 더 과학적인 소재와 사실들을 도입하여 독자들에게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으면 저자의 작가로서의 정신과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부수적으로 좀 더 높은 판매부수를 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리고, 한글 제목도, 영문 제목도 소설의 소재나 전체 내용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줄거리>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 여자가 시내 한복판에서 사라진 뒤 자신의 욕실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미국 덴버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소형 비행기가 산에 부딪혀 폭파하고, 맨해튼의 이스트 강에서는 한 남자가 익사한 채 발견된다.
처음에는 모든 사건들이 단순한 사고로 보였으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네 명의 희생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싱크탱크인 킹즐리 인터네셔널 그룹(KIG)과 연관되었음이 밝혀진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두 여인 ’켈리 해리’스와 ’다이앤 스티븐스’는 KIG의 태너 킹즐리 회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은 후,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뉴욕에 온다.
 뉴욕에 온 두 미망인은 태너 킹즐리 회장으로부터 시원한 답변 대신에 누군가각 두 여인의 남편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남편이 죽기 전에 그녀들에게 증거가 될 만한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을 집요하게 받는다.
평화롭게 지내던 그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건들로 괴로워하던 그녀들에게 설상가상으로 누군지 모르는 남자들로부터 죽음의 위협까지 받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켈리와 다이앤은 서로 의지하면서 누가 왜 그녀들을 죽이려고 하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남편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었는지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KIG의 극비 프로젝트인 ’프리마 ’팀의 연구원들이거나 연구원으로 영입이 시도된 사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날씨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만일 그 연구결과가 나쁜의도로 쓰이게 된다면 전 세계를 어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결국 이들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환경담당 의회 상원의원인 폴린 메리 반루벤 의원에게 폭로하고 사전에 그런 거대한 음모를 막아 보려고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태너 킹즐리 회장과 폴린 메리 반 루벤 의원의 합작품이었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철저히 제거해 나가면서 야망을 채워나가던 태너 킹즐리와 폴린 반 루벤은 성공을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뜻밖에 자신들이 완전히 바보로 여긴 태너 킹즐리의 형인 앤드류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된다.(실제 KIG를 설립하고 자금을 모으고 연구개발을 진행한 인물....)
과학기술을 이용해 세계를 구원할 목적으로 프리마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으나 탐욕에 눈이 먼 자신의 동생의 손에 철저히 농락당했던 앤드류 킹즐리는 마지막 순간에 결국 인류를 구하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다 

[ 2010년 8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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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제학 - 에너지 비즈니스시대, 당신의 생활에 혁명이 일어난다!
문하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 중 에너지와 기후변화가 있다. 두 가지는 지구상 국가를 서로 다르게 접근하도록 추동하고 있는 것 같다. 40년 넘도록 중동의 분쟁상태를 구조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등 에너지는 국가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을 점점 더 격화시키고 있는 반면에 기후변화는 지구전체의 ’공멸’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좋든 싫든 국가들이 서로 협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적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심각한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름값이나 전기료가 비싸지만 그에 맞게 생활과 삶의 방식을 적응할 것이고 지금부터 조금씩 줄여나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자의든 타의든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더 큰 고뇌나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 묶여있는 많은 인연의 고리를 끊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훌훌 떠날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동안 배우고 깨달은 것은 있다. 지난 해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이반 일리히의 [성장을 멈춰라]를 읽고 ’소유’와 ’집착’에 대해, ’성장’과 ’발전’에 대한 세계관을 바꿀 수 있었다. 더불어 사는 삶, 물질이 아닌 정과 의식을 나누는 삶,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는 삶,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삶에 대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와 핵발전소 사고, 나눔문화의 ’평화나눔아카데이’의 강연을 들으면서, 공부모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몇 년 동안 미루어왔던 환경, 생태, 기후변화,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아직 많은 책을 읽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혁명]과 [육식의 종말], 히로세 다카시의 [원전을 멈춰라], 스티븐 슈나이더의 [실험실 지구], 이유진 등의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윤순진교수 등의 [지속가능한 사회 이야기],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존 벨라미 포스터 등의 [생태논의의 최전선], 앤서니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 마이클 클레어의 [21세기 국제자원 쟁탈전], 김창섭의 [그린 패러다임] 정도다. 비슷한 이론과 상반된 이론도 있고 정치적 측면을 강조한 책도 있고 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책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 한국전쟁 후 외형적인 경제성장과 무차별적인 재테크와 성공의 신화 속에서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도덕과 양심은 발붙일 곳을 잃었고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은 오로지 ’권력’과 ’돈’을 향해 모든 제도와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지도자와 리더쉽은 무너졌고 대화와 타협은 정치적인 술수에 불과한 상황이 되었다. 2011년 한국에서 ’거버넌스’라는 단어는 무색할 지경이다.
 
외형적인 경제규모는 세계 제12위로 뛰어올랐고 그만큼 지구의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바다 기온의 변화에 따른 수산물 어종의 교체, 극단적인 기온 변화와 강수량, 생태계의 교란 등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의 후유증이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현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4대강’ 공사를 통해 그나마 남아있던 한반도 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현 정부에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한 것이고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탐욕스러운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권력자와 기득권자들의 ’여론 호도’에 길들여져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고 그 반대급부로 물가 상승과 사교육비, 주거비, 실업과 소득감소, 건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거대한 흐름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 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저탄소경제시대에 어떻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특히, 저자는 기존의 외국 도서 번역이나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가 아닌 한국의 처지와 조건에 맞추어 우리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30년간의 외교업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에서부터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향,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인도의 실상, 신재생에너지와 부상하고 있는 사업 기회들,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 * 문하영은 누구인가? -----------------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톤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마르칸트외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와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에서 명예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외교 업무를 시작했다. 주 태국대사관 참사관 및 외교부 경제기구과장을 거쳐, 환경기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차례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했다. 주 유엔대표부 참사관으로 개발 및 환경부분을 담당했다.
그 후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심의관과 주 영국대사관 참사관을 지냈다. 유엔총회의장실에 파견되어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을 보좌했으며,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반기문 현 유엔사무총장과 한 팀을 이루어 일했다.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국장과 주 우즈베키스탄대사를 역임했고, 중앙아시아에서 여러 건의 에너지. 자원협력 프로젝트들을 성사시켰다.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발생 당시 가즈니주에 파견되어 현장 지휘를 맡았고, 2명의 여성인질 석방이 실현되어 함께 귀국했다. 2007년 10월에는 여수엑스포 담당 대사를 맡아 유치실현에 적극 참여했다.
현재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외교특임교수로 파견 중이며, 한국외교의 7대 현안과제, 국제관계의 이론과 현실적용에 대해 강의 중이다. -------------------
 
 
책은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기후변화란 무엇인가?]는 기후변화의 한국적 상황을 보여준다.
2007년 8월 발표된 국립기상연구소 권정아 박사팀의 <기후변화보고서>는 2090년이면 한반도 기온이 4도 상승해 수도권 남쪽이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현재 귤과 사과의 주산지가 변하고 있으며, 부산, 목포, 강릉 등의 도시들의 기온이 높아져 21세기 후반에는 겨울에도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침엽수림이 사라지고, 아열대성 병충해가 늘어나며,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난류어종이 풍년을 이루게 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국가 및 개인의 경제적 피해가 매년 증가하게 된다. 폭우의 증가와 거대한 태풍의 영향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2005년 미국의 뉴올리언즈를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급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나 등장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인류의 멸망’이 더 이상 상상 속의 미래가 아닌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간략하게 설명한다. 기후변화는 지구가 뜨거워져 가는 지구온난화 과정이다. 2020년이면 지구온도가 1도 상승해 양서류가 멸종되며, 생물 종에 변화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강우에 의존하는 농업이 50%까지 줄어든다.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된 파국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2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지금까지 세계는 무엇을 했는지,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교토의정서에서 합의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와 선진국에 부과된 의무감축이 부족하다는 것과 개발도상국에 감축이 면제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1차 의무 감축기간이 종료되고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의 목표를 설정하는 2012년이 21세기 지구의 기후변화에 특히 중요함을 역설한다.
 
3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아라!]에서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저탄소경제 혁명에 주목해야 함을 말한다.
1999년에 체결된 교토의정서(2005년 현재 175개국 비준, 미국과 호주는 탈퇴)에서 부과된 의무에 따라 선진 각국과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감축 중이다. IT, BT에 이어 눈부신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해진 의무량만큼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면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기업윤리면에서도 탄소중립운동이 시대의 대세임에 따라 세계 일류기업들이 앞 다투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감축에 둔감한 기업은 시장에서 뒤떨어질 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직 교토의정서상 감축대상국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안에 국제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각국의 대응과 한국의 현황은 아래와 같다.
- 수소에너지 :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가 선두권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500만대, 수소충전소 3,000개를 목표로 한다. 미국은 2030년까지 총에너지의 10%를 수소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EU는 2006년까지 수소에너지에 21억달러를 투자했다. 캐나다는 수소연료전지, 수소저장용기, 시험장비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을 갖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수소에너지를 연구하고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 비율을 15%로, 연료전지 자동차를 54%, 가정용 연료전지를 전력수요의 23%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두산중공업이 2012년 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이고 포스코파워는 미국 PCE와 제휴를 맺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포항에 연간 100MW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건설중이다.
- 핵융합에너지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06년 핵융합로개발프로젝를 발주했고 EU,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일본이 참여했다.(2016년 가동 예정) 한국은 한국형 핵융합 실험로를 2007년 가동하고 있다.
- 석탄액화기술 및 가스화복합발전(IGCC) : 미국, 독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도 2004년 석탄액화사업을 시작했고 남아공의 사솔사는 세계 선두기업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200~300MW의 가스화복합발전소를 시운전 중이다. 한국은 IGCC사업단을 발족했고 2006년 2014년 연간 100만톤 인조석유 생산시설 및 300MW의 가스화복합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 : 노르웨이와 캐나다는 폐유전 공간에서 CCS사업을 진행중이다. EU는 2030년까지 CCS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14%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10~12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1조원을 투자한다. 한국은 아직 연구중..
- 태양광,태양전지 : 2010년 360억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이 예상되었다. 태양광발전은 일본과 독일이 선두주자다. 일본의 샤프(세계 1위), 교세라, 산요, 미쓰비시가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고 독일 Q-Cell은 태양전지 생산에서 세계 2위다. 영국의 BP도 생산 중. 한국도 동양제철화학,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KPE, 현대중공업, 한국철강 등이 태양전지 제조 및 장비사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2010년까지 100만호 태양주택을, 일본은 160만 가구를 건설하는 프로그램 시행중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가정용 에너지의 50%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10만호 태양광주택 보급사업을 진행중이다. 전남 신안(20MW), 영광, 고흥, 강진, 경북 봉화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발전의 동행 태양광발전소가 유일하게 유엔 CDM 사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 태양열 이용 기술 :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 350MW의 태양열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 풍력발전 : 2010년 세계 340억달러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는 2006년 전기의 18%를 풍력으로 생산한다. 독일은 7.3%. EU는 2010년까지 1,000MW의 풍력발전 추진. 한국은 이제 풍력지도를 작성중이고 제주 월정리 해변에 1.5MW 풍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강원 대관령에 98MW, 경북 영덕에 40MW가 가동 중이고 앞으로 양양 60MW, 신안 300MW, 부안 1,300MW, 새만금, 인천, 제주, 부산에서 검토 중이다. 강원풍력과 영덕풍력, 중부발전풍력이 CDM사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 조류,조력 발전 : 프랑스의 랭스발전소 240MW가 1867년부터 운영, 캐나다 아나폴리스발전소 20MW가 건설되어 있다. 한구은 안산시 시화호에 수자원공사에서 254MW 조력발전소를 건설중이다.(2009년 예정) 인천 강황에 812MW 조력발전을 검토중이다. 전남 진도 울돌목에 해양연구원이 주도하는 1MW 조류발전소가 건설중이다. 타당성이 있으면 이후 울돌목에 50MW, 장죽수도에 150MW, 맹골수도에 250MW를 건설할 예정이다.
- 바이오에너지 생산 : 미국은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0개 주에서 5~10%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휘발류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2017년까지 5배 늘리기로 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2010년까지 바이오연료 자동차를 연간 200만대로 늘리겠다는 입장. 브라질은 세계 최대(70%)의 바이오에탄올 수출국이다. EU는 바이오에너지 비중을 3%에서 2010년까지 9%로 확대할 계획. 문제는 바이오연료 때문에 국제적으로 옥수수, 팜유, 대두유 등 곡물가격이 급등. 한국은 바이오디젤 혼합비중을 0.5%에서 2010년 2%로 확대할 계획. 유채꽃 재배에 보조금 지급.
- 매립지가스(LFG) 생산 : 한국은 2006년 전국 200여개 폐기물매립장 중 15개에서 매립가스를 자원화해 전력을 생산. 26개 LFG발전소 가동 중. 2건이 CDM 등록.
- 지열 : 지열냉난방은 미국, 독일,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활용. 한국은 2000년 도입 후 90개소 이상 보급/확대 중. 지열냉난방 시스템 설치자금 및 운전자금을 지원 중. 지열발전은 미국, 프랑스, 일본, 아이슬란드, 필리핀이 적극적. 캘리포니아 지열발전소는 750MW 가동 중. 필리핀은 지열발전이 전체 전기의 27% 차지. 한국 없음.
- 소수력 : 중국이 58,000개소, 일본이 600개소, 미국이 1,715개소, 독일 5,882개소, 프랑스 1,479개소 운영. 한국은 2007년 40개소. 4건의 소수력발전이 CDM으로 등록. 2011년까지 400개소 개발 목표.
 
저자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기후변황 대응상황(2007년 기준)도 소개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1년까지 5%로 확대하고 태양광 및 수소연료전지 부분을 2011년까지 세계 3위의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예산 3조7천억 투입) 에너지 원단위를 0.345에서 2030년 0.2로 낮추고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해 고효율기기 보급확대, 대기전력 저감, 자동차 평균연비제, 자발적 협약 증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경제 시대를 준비내나감과 아울러 에너지 효율화(품목별 세계 최고 효율 달성),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 신재생에너지 기술, 원자력 기술 분야의 핵심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참여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참여정부의 전략과 투자계획을 폐기하고 ’4대강’ 토건공사에 수 십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퍼부은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그림만 화려한 상태다.

4부.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궁금하다]와 5부. [청정개발체제 사업에 도전하라]에서 저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청정개발체제(CDM)가 향후 각 나라와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주고 있음을 설명한다.
세계은행은 국제탄소시장 규모가 2010년이면 1,5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갈 것이다. 아울러 유엔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기업들에게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세계 각국과 에너지 분야 유수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새로 형성된 탄소시장과 CDM 사업을 선점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시장을 개설하고, CDM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책은 새로 열리는 탄소시장과 CDM 사업에 관심이 높은 기업과 개인에게 세계시장의 동향 및 환경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개인의 재테크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풍력발전, 태양전지나 수소전지,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기업들의 매출규모와 이익이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탄소펀드에도 주목하라고 말한다. 세계 탄소시장의 성장이 확실시 되는 현재, 대체에너지펀드나 지구온난화펀드 같은 기후관련 신규 상품들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부동산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주거 형태가 새로운 부동산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그린빌딩’이 시장에서 고가를 유지할 것이다. 
 
 
저자는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기회를 주로 다루고 있다. 외교관이 주된 직업이었음에도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있어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협약과 규제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탄소배출권 거래나 CDM 등 경제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는 국가, 기업 그리고 상당수의 개인들이 잘 알고 있고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미래의 파도임은 분명하다. 기후변화로부터 파생되는 시대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는 기업과 국가들은 성장하겠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퇴보하게 될 것이다. 역사상 선례가 없는 이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삶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안이 없는 국제적인 자본주의 체계에서 자본주의적 해결방안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은 현실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하류에서 막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이익’이 보이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규제와 강제를 한편의 ’채찍’으로 하되, ’이익’이 보이는 방향을 제시하는 ’당근’이 함께 제시될 때 어느정도 원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의 물길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익’과 ’경쟁’과 ’성장’만을 위해 뛰쳐나가는 상황에서 누가 그 방향을 당초 의도대로, 방향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우려될 뿐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던 시절에 존재하던 환경관련 규제나 공정거래 규제, 제도와 상식도 지키지 않던 자본가와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와 제도를 지키고 공정한 자본주의 시장게임을 진행할 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EU처럼 국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호주, 중국, 인도 등 일부 국가들의 기후변화 국제협약에 대한 입장은 다분히 기회적이고 비양심적이다. 미국과 호주는 과거에 그들이 기여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려했을 때, 중국과 인도는 당장 현시점에서 그들이 방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고려할 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애써서 이룩해놓은 국제적인 선의의 합의와 노력과 행동이 미국이나 중국의 국가이기주의로 망가질 것이다. 각국이 국가이기주의로 치닫기 시작하면 결국 약소국가와 각 국가내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미국과 호주의 행태를 보면 한국사회 내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스러운 기득권자들과 자본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60년 넘게 국민들의 희생과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현재의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탐욕과 착취를 멈추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들을 제어하려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깨닫고 나서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 보수언론, 재벌, 기득권자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들을 강제하는 수 밖에...
 
한국의 경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정책과 제도가 기존에도 남아있는 각종 사회문제들의 처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외적 성장 과정에서 무수하게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정치-관료-경제-언론-학계-사법의 부조리하고 부패한 유착도 근절되어야 하고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민주화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국가 내 대화와 타협은 거부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대화와 타협’의 과정으로,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민주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인 저항과 무관심으로 그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사회 전체적인 민주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편, 21세기 지구의 기후변화를 강제한 지난 25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인도, 집단도, 국가도 현재의 사회운영 시스템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구인이 처해있는 상황은 ’이익’만을 위해, ’성장’만을 위해,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양적이 아닌 질적인 삶을, 경쟁이 아닌 공생의 삶을 살려고 마음 먹을 때 기후변화 문제도, 사회갈등 문제도, 개인적인 고통의 문제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 2011년 7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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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외 지음 / 삼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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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한판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웃기지도 않는 검찰의 행태를 보면서 평소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그들의 그런 못된 짓거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직접 알고 있는 판사는 없다. 하지만 현직 검사는 몇 명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 한 명, 대학교 동기생 한 명, 타대학 후배 한 명 정도다. 
고등학교 동창생은 3학년 내내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친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다닐 때 고교동창회 자리에서, 졸업 후 재경 동창회 송년회에서 몇 번 자리를 같이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송년회에서 그 검사 동창생 주변에서 그 친구에게 친한척 하면서 아양떠는 친구들과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즐기는 그 검사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대학 동기생은 80년대에 학생운동까지 함께 열심히 했던 다른 과 친구였다. 그 친구는 검사 초임시절 내가 다니는 직장과 지검 사무실에 가까워서 한 두번 식사를 같이했고 2000년에는 전국일주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닐 때 지방에 있던 그 친구와 저녁을 먹고 술도 한 잔 같이한 후에 그 친구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 뒤에도 개인적으로 한 두번 만났고 그 친구가 서울에 올라온 작년 봄에 동기생들 모임에서 함께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그 뒤로 그 친구는 동기생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후배 검사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한 공정선거감시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후배였다. 감시단 활동이 끝나고 몇 년 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감시단 활동을 하던 다른 후배와 함게 2003년에 한 번 강남에서, 2007년에 인천에서 술을 먹기도 했다. 그 후배도 그 뒤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직접 아는 검사들과는 좋은 추억도 많고 찜찜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검사들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검사동일체’로 인해 폭탄주를 자주 마셔야 하고 과도한 업무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부정한 짓이나 부패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동기생 검사는 개인적으로 만날 때 가급적 자신이 술 값이나 식사비를 지출하려 했고 동기생 검사나 후배 검사 모두 개인적으로 부당한 청탁이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들이 검찰에 들어가서 어떻게 업무를 하고 정치적, 조직적 부당행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내가 알 수는 없다.
 

그 이외에 내가 직접 알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검사들과 자리를 몇 번 했다. 대부분 사업하는 자들이 미래에 자신이 형사적인 문제에 얽혀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참석해보면 그 검사가 나이가 어리든, 많든 접대하는 자들은 그저 검사들에게 잘 보이고 기분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접대를 받는 검사들은 그런 자리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분위기를 즐겼다. 적지않은 경우 부담없이 ’2차’까지 자연스럽게 즐긴다. 그리고 그렇게 접대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나중에 사업하는 자들이 필요할 때 그들의 편리를 봐주겠지만... 그런 검사들이 소위 ’섹검’이고 ’스폰서 검사’다.
 
이외에 검사와 맞딱드린 것은 모두 6~7 차례 되는데 대부분 회사 경영을 하면서 상대방과 충돌하게 되는 경우였다.
경찰이던 검찰이던 내가 상대한 모든 경찰관, 검사들의 특징은 ’권위적’이었고 증거가 아닌 ’진술 위주’로 조서를 작성했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은 하는 일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고소고발인이나 피의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근거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그들의 주된 조사 입장은 "죄가 없으면 당신이 그것을 입증해라"였다. 피의자를 범죄행위를 조사하고 입증해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사의 1차적인 의무이자 역할인 것은 모든 형법과 재판의 원칙이자 제도일텐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최소한의 역할도 수행하려 하지 않았다.
재판까지 이어지면 더 가관이다. 우리나라 검찰 구조는 조사하는 검사와 재판정에 참여하는 검사가 분리된다. 소위 ’공판검사’라는 자가 법정에 들어와 조사한 검사가 전달한 서류만 가지고 재판에 임한다. 그들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사건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없고 그냥 일반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듯이 관련 법규에 맞추어 질문하고 자료 제시하고 구형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조사한 검사의 자료가 앞뒤가 맞는지, 추가조사할 내용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런 한심한 검사를 상대하니 변호사도, 판사도 자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상대적인 관계이니...
 
작년(2010년), 우리 사회에는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MBC PD수첩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문제 검사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오늘날 검찰의 이미지를 통칭하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돌기 전부터도 여러 사건에서 검찰의 파행적인 모습을 본 국민들은 이미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 업무를 수행하리라는 믿음을 접은 지 오래일 것이다. 검찰은 어느덧 국회에 이어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국가기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각에서는 검찰을 ‘떡검’을 넘어 ‘떡껌’으로까지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본디 사법 정의를 추구하며 공정한 법 집행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검찰은 별정직 공무원이면서도 스스로 준사법기관으로 인식되길 원하고 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외압이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다른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검찰에 왜 ‘떡’, ‘섹’, ‘스폰서’ 등 민망한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어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검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인터넷에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국민의 실생활과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여러 사건의 배후에 검찰의 검은 칼날이 번뜩거리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과연 이명박 정부 때만 유독 파행적인 수사와 기소를 하고 비도덕적 행태를 저지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이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검찰의 권한은 무엇이고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자나 실무자, 언론 등은 나서서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주지 않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이상한 현상을 깨고자 평소 검찰 개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진행해왔다. 대학 강단에서, 때론 인권연대나 참여연대 같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또 사법제도 개혁 추진위원회나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 같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그리고 언론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발언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리고 검찰의 실체를 알 권리가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들의 모습을 알리고 함께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자 1년 반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다.  
 
------------- * 저자들은 누구인가? ------------
<김희수> 제29회 사법시험 합격해 서울, 수원, 군산 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했었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고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창조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병사들을 위한 군 인권법](공저) 등이 있다.
<서보학> 독일에서 형사법 학위를 받고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와 대통령 사법제도개혁위원회에서 전문위원 및 기획연구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형법총론』『형법각론』(이상 공저) 등이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이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거듭하고 있다. 신학을 잠깐, 불문학을 아주 조금 공부했지만, 그건 학교 다닐 때 이야기일 뿐이고, 요즘은 형사사법 절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 수사부터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초창기부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다가 2009년 초부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판례 중심 형법총·각론』, 『사례 중심 형법총론』, 『떼법은 없다』(공저) 등이 있다. ---------------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검찰의 길을 묻다_검찰의 역사]에서는 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역사를 밝혔다. 특히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스스럼없이 자행되던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때로는 독재의 주구로, 때로는 인간 파괴를 조장하는 법률 기능공으로 고문 사건, 조작 사건을 은폐하고 엄호하면서 권력에 기생한 검찰의 모습을 주요 사건 중심으로 파헤쳤다. 검찰은 옳은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려는 몇몇 소신 있는 검사의 싹을 자르면서, 정의의 수호자라는 소임을 외면한 채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그 대가로 서서히 권력의 저변을 확대해온 것이다. 본연의 책무를 넘어 국민 여론의 심판관으로 행세하며 임기도 없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기까지, 검찰에는 이런 60여 년의 역사가 있었다.
 
제2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에서는 한국의 검찰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기소재량권, 형 집행권 등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 데다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사권을 검찰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데다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법원의 판단에 앞서 검찰이 재량으로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 영장청구에서부터 기소까지 모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도 같은 모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이 검찰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검찰이 정치권과 결탁해 표적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을 하거나 스스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인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제3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_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에서는 이미 궤도를 이탈한 검찰 권력을 통제할 방안을 이야기한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권 분권화, 검찰에 대한 시민 감시와 사법적 통제, 감찰권 강화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검찰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다면 검찰 조직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타율적 개혁을 강제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을 보면 지끔까지 한국사회에서 검찰은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아무런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마음껏 써왔다.
죄가 없는 게 뻔해도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를 감행해서 당사자를 괴롭힌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검찰은 이미 사문화된 조문을 끄집어내어 그를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고 그를 기소한 법률적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조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위헌법률이 되었으니 검찰의 패배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권의 의중을 좇은 충성의 대가로 검찰 조직은 기득권을 보장받고 사건 담당자들은 승진하여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나아가 검찰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면서 정의하는 권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도 검찰권 행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일종의 공포감을 심어준 것이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든 말든 수사와 기소권이 발동되면 피고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받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의도하는 대로 분위기가 형성된다. 

국세청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한 후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해 항소심을 취하한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때만 해도 그렇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배임죄’를 이유로 정연주를 기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 죄가 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상부의 지시대로 기소를 감행했고, 정연주는 당연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정연주는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연주 전 사장과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정연주가 통합방송법을 근거로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해임권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자 정연주에 대한 먼지털이식 내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별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니 검찰은 대통령이 정연주를 해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배임죄를 적용하여 기소한 것이다. 전형적인 표적 수사다.
한편 이명박 정부 최고의 파트너답게 대통령 사돈 기업 봐주기(효성그룹 사건), 대통령 친구 봐주기(천신일 사건), 공권력의 민간인 불법 사찰, 경제권력 봐주기 등 노골적인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해 국민의 빈축을 샀다. 검찰이 이러한 파행적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의 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가장하여 민주주의 체제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 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에 적이 되고 있다.


한편, 법무부를 장악하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과 국회를 장악하다시피 한 것도 검찰 세력들이다. 한쪽은 현직 검사, 다른 한쪽은 전직 검사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검찰인가 국회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한 식구나 다름없이 똘똘 뭉쳐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검찰 세력의 권력욕이 우리 공동체의 안정성과 법의 지배를 파괴하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형식적으로 폐지되었으나 실제로는 살아 있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버무려져 검찰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은 모두 59명이고 이 중 검사 출신이 22명으로 가장 많다. 판사 출신은 17명, 검사, 판사 경력 없는 변호사 출신은 19명, 법무사 출신이 1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위상과 역할이다.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국회의장(박희태),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강재섭, 안상수)와 전·현직 사무총장(권영세, 원희룡), 최고위원(홍준표), 선거관리위원장(김기춘), 중앙위원회 의장(최병국) 등 한나라당에 포진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면면은 화려하기만 하다.

성추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최연희(무소속)나, ’대구의 밤문화’ 운운하며 물의를 일으키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를 선고받은 주성영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들은 집권 여당에서 가장 확실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검찰 문제에 있어 가장 유능한 로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검찰을 이용해 집권과 정권 유지를 하려는 권력층과 그에 호응해 충성을 맹세하고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검찰이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일부 정의로운 검사들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극단적인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몇몇 검사를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검찰 바로 세우기가 시급한 까닭이 여기 있다.

 
이 책은 한국 검찰의 역사, 수사권과 기소권 독립이 좌절되는 과정, 검찰권 남용의 사례, 구조적인 문제점과 대책 등 모든 면에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나 형법 등의 자세한 조항이나 이론, 판례, 헌법과의 관계 등 독자들에게 어려운 내용은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관심분야에 집중하여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이 제시한 검찰 개혁 방안이 조속히 제도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이 정치검사가 검찰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정치검사가 나타는 토양을 제거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후손들을 위해 일부 정치검사들이 검찰조직을 망가뜨리고 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상황을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성실하게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법과 제도와 양심에 근거하여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검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조직폭력배같은 구조와 문화에서 올바른 검찰과 검사의 위상과 역할을 찾을 수는 없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자체장과 시도 교육감 직접 선거처럼 지방 검찰청장이나 지방 경찰청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중앙 검찰청이나 경찰청은 두고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검찰,경찰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의 경우에도 지방법원장은 직선으로 선출하게 될 것이다. 권력이나 자본이나 언론이 아닌, 국민들과 유권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통제되고 잘하면 재선되고 잘못하면 ?겨나는 제도가 우리나라 현실에 더 맞을 수도 있어 보인다. 
 
* 책 속의 문장
- 시민이 긴급조치를 위반하면 검찰은 어김없이 징역 15년 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그대로 들었다 놓아버리는 식’으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한승헌 변호사는 ’정찰제 판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검찰은 긴급조치가 요구하는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하고 법원은 검찰의 주문과 똑같은 형량을 선고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었다. (p.66)

- 후일 김근태 사건 담당 검사는 ’다리를 절룩거려 고문이 있었을 것으로 직감했으나 수사해달라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사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검찰 고위간부들의 고문 은폐 대책회의가 보도되기도 했다. … 1987년 6월 항쟁으로 세상이 조금 바뀌고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여론의 압력에 밀려 재정신청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김근태 사건에서도 검찰은 고문의 방조자이자 적극적인 조력자였을 따름이다. (p.81)

- 검찰은 ’권인숙이 조사받은 방은 안이 들여다보이는 곳이고 다른 경찰관들이 옆방에서 날씨가 무더워 모두 문을 열어 넣고 왔다갔다하는데 성고문이 있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고문에 대해’혐의 없음’이라 결정했다. 겨우 폭언과 폭행에 의한 가혹행위 부분만 인정된다고 했다. 그나마 문귀동이 직무에 집착해서 벌인 우발적인 범행이고 경찰관으로서 그동안 성실하게 봉사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 (p.89)

-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특정 기업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2008년 촛불집회에서처럼 시민을 폭행한 경찰관은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2000명 가깝게 처벌하는 일 등을 통해 검찰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특수수사를 전담하면서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주요 인사나 기업 또는 단체가 관련된 주요 (범죄) 정보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빗대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정치권력이 집요하게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p.147)

- 검찰이란 조직 자체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그 막강한 권한이 모두 검찰총장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검찰청법 제34조) 따라서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총장 한 명만 장악하면 검찰 조직 전체를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된다. … 검찰의 목소리가 외부에 전달될 때 그것은 다양한 의견의 형태가 아니라 단일한 하나의 의견으로만 전달된다. 목소리는 오로지 하나뿐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이거나 검찰총장의 사전 결재를 받은 그의 부하일 뿐이다. (p.165)

- 검사들은 초임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엘리트주의는 패거리 문화로 연결된다.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검찰 외부의 시선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영역에는 가혹하면서 스스로에겐 관대한 것도 특유의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부장 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2001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징계를 받은 검사는 모두 31명뿐이었다. 이 중 해임은 1명, 면직은 3명뿐이었고 근신, 견책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사람이 1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2001년, 2002년, 2005년에는 징계를 받은 검사가 1명도 없었고, 2006년 2008년에는 1명뿐이었다. 근신, 견책 다 합해봐야 1년에 겨우 3명 남짓한 검사가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p.176)

- 대검 중수부는 검찰의 최정예 반부패 수사 부서라고도 하지만 정작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검찰의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보다 훨씬 높다. …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보다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이 30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은 대검 중수부가 다루는 적지 않은 사건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256)
 
[ 2011년 7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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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강 - 리처드 도킨스가 들려주는 유전자와 진화의 진실 사이언스 마스터스 7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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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한다.
종교에서는 신의 존재와 신의 ’말씀’을 의심해서는 안된다.
 
그 문단에서 ’신’이라는 단어를 빼고 어떤 단어를 넣게되면 연상되는 것들이 많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가 신이었고 고대 로마에서는 ’황제’가 신이었다.
중국 고대의 ’주,진,한’나라의 ’왕’과 ’황제’도, 고려의 40명 가까운 왕과 조선의 국왕들도 신이었다.
100~200년 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의 왕과 황제들도 신이었다.
히틀러도, 뭇소리니도, 레닌과 스탈린도, 박정희와 전두환도 신이었다.
즉, 그들의 ’말씀’을 의심해서는 안되었다. 의심은 곧 배신이고 반란이고 역적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의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의심’하는 사람을 ’배신자’과 ’매국노’로 매도하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심하지 않는 것은 ’신앙’이고 ’도그마’다.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야할 곳은 교회와 모스크다.
인간이 왜 과거를 돌아보고 역사를 말하는가?
그것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지막 길이 어떠했는가?
중세의 카톨릭은 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수 백만명의 인명을 살상하였다.
무슬림은 21세기에도 여성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마저 박탈시키고 있다.
’게르만’과 유대인 학살, ’유교’와 조선, ’반공’과 한국, ’돈’과 신자유주의.....
 
’의심’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다.
(물론, 과도한 의심은 스스로를 관계 속에서 단절시키고 결국 스스로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
의심과 궁금증이, 자연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인류의 탄생을 ’신화’가 아닌 과학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일곱 번째 책으로, ’진화론 전반’을 주제로 삼았다.
 
저자는 이미 <이기적 유전자>와 <눈먼 시계공>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최초의 ‘과학의 대중적 이해’ 교수인 저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로 인정받는다. 저자의 저서들은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첫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에서 생물 개체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운반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지구를 들썩이게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1982)에서는 생물 개체가 만들어 내는 모든 산물들 또한 유전자에 의해 표현된 것이라 주장하였다. ‘왕립학회 문학상’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문학상’을 받은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1986)에서는 물리학과 신경생물학, 분자유전학 등을 넘나들며 진화론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
(저자의 최고 책 중 2권은 아직 읽지 못했음...)
한마디로, 찰스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1장은 진화의 계통수를 지류가 계속 새로이 발생하는 ’거꾸로 강’에 비유한다. 그리고 그 강의 DNA의 강이며, 이 강에서는 양편 강둑에 의해 가로막힌 하나의 흐름이 무조건 ’종’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시대에 흐르는 DNA 강은 그 시대에 현존하는 종의 수만큼의 지류가 있다.
제2장은 오로지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이용하여 인류의 기원을 밝히려고 시도한다.
제3장은 생물체가 지닌 복잡한 기관이 점진적인 진화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4장은 개체의 모든 기관, 체제, 행동 양식은 오로지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 한 가지 목적은 다름 아닌 DNA를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제5장은 우주의 어느 곳에서든 생명이 탄생해 진화한다면 거쳐야 할 여러 관문을 지구의 진화 역사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왜 역자가 <River out of Eden>을 <에덴의 강>으로 번역했는지 궁금하다. 

[ 2010년 8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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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패러다임
김창섭 지음 / 아카넷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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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Paradigm’이란 1962년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새뮤얼 쿤이 발표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기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과학 활동에서 새로운 개념이, 객관적 관찰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집단이 모두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이 신뢰하는 과학 내용과 수단을 패러다임이라고 하며, 패러다임이 대체되는 과정을 과학 혁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나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과학자 집단에서 모두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이 세워지는 과정이 ’패러다임의 전환’에 해당한다.
쿤은 그 책에서 과학혁명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의미로 사용하였다. 그 이후 ’패러다임’이란 단어가 주는 폭발력으로 인하여 과학 뿐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등 커다란 변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지난 60년간 ’성장 패러다임’을 통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거듭났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위기들이 닥쳤음에도 한국이 그러한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였고 그 때마다 도약했다고. 하지만 이제 한국에게 다시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위기가 닥쳐오고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새로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생산과 소비 구조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그 전략은 바로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고 말한다.
 
’저탄소 녹색 성장’....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 2008년 8월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국가 경제 모델로 제시한 표어였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공약에도 없던 경제 전략이었다. 왜 갑자기 ’저탄소 녹색 성장’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전략으로 등장했을까? 그리고 그 중요한 내용은 무엇일까? 녹색 성장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4대강 공사’였음을 보면 그 전략 제시가 결국 ’정치 구호’에 불과함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1년도 되지 않은 2008년 봄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전국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에 충격을 받고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반성한 후 정치국면을 전환시키고자 그럴싸한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이번 정권의 특징 중 하나가 내용과 전혀 다른 단어를 제목으로 선택하여 ’정치 구호화’하는 것이다. 4대강을 죽이면서 ’4대강 살리기’라는 제목을 단 것이나 KBS, MBC, YTN을 정권의 홍보처로 전락시키면서 ’언론자유’니 ’언론개혁’이니 포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을 읽던 중 ’저탄소 녹색 성장’을 "현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가치있는 전략"이라는 표현을 읽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책이 내일 세미나의 교재만 아니었다면 더 읽어볼 것도 없이 쓰레기 통에 집어던졌을 것이다. ’성장 패러다임’에서 ’그린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고 하면서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부터가 문제라 할 수 있다. 저자 스스로도 현 정권의 녹색 성장에 관한 제반 전략과 정책이 자신이 제기하는 ’그린 패러다임’이나 ’저탄소 녹색 성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머리말에 ’가치 있는 전략’이라고 표현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책이 잘 팔리기 위한 마케팅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부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 (조금 심했나...^^)
 
아무리 앞에 그럴싸한 표현을 집어 넣더라도 나는 ’저탄소 녹색 성장’은 ’성장 패러다임’의 변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산과 소비 구조의 전반적인 혁신’은 인정할 수 있는 개념이다.
 
아무튼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 * 김창섭은 누구인가? ------------------
현재 경원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있으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분과 간사위원, 행정안전부 녹색 성장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 실무위원으로 참여하였고 한국품질재단 녹색경영연구소 소장, (사)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대표, 에너지시민연대 감사로 있으면서, 소비자 시민 모임에도 참여하는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전기위원회(EPRI)에서 포스닥을 거쳤다.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개발 정책을 주도하였고 에너지 및 전력 IT 사업에 관한 전략과 정책을 맡아 왔다. 주요 논문으로 <전력선 통신을 이용한 HSA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 <시장 전환을 통한 심야전력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심야전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이 있다. ---------------------------
 
 
이 책은 머리말, 서론(들어가며), 3개의 장, 마치며(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한국이 지난 60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외형적인 엄청난 물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율, 최고 노동시간이라는 질적 수준이 낮은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한 지표를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라고 과감하게 간주하면서 그런 산업화와 민주화의 혜택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저자는 대량 살상 무기, 범죄, 전쟁, 질병, 기아 등 세계의 수 많은 위기들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위기가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무수히 많은 위기 요인이 있다. 분단에서 오는 전쟁의 위기, 경제 위기, 실업 위기,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 간의 노선 갈등, 사교육 부담 등...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성취를 무너뜨릴 세계적 차원의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위기를 신용의 위기, 에너지의 위기, 기후변화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이 신용위기(경제위기)를 극복했으나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제1부. [에너지가 미래를 말한다]에서 저자는 지구 문명의 근원이 에너지이며, 세계적으로 에너지 고갈에 대한 낙관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구사회의 생존방식으로는 에너지는 계속 소비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고갈될 것임으로 주장한다. 에너지 소비의 근원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자본주의와 세계화라 규정한다. 에너지의 대량소비가 기후변화를 초래했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데 아직 다양한 에너지 및 환경에 대처할 기술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화석 연료의 사용을 극단적으로 자제하게 되면 해고와 실업, 빈곤과 생존, 갈등과 전쟁이 야기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저자는 한국은 자원이 없고 에너지 고소비형 경제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지정학적 조건이 에너지 융통이 불가능한 고립된 섬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기후변화의 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중화확 공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지향하는 발전 모델은 에너지와 기후변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경제전략이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에너지 및 환경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제2부. [성장 패러다임에서 그린 패러다임으로]에서 저자는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 The Limits to Growth], 1992년 리우 환경개발회의와 국제연합기본협약(UNFCCC), 1997년 교토 의정서, 2006년 스턴 보고서, 2007년 IPCC 4차 보고서와 발리 로드맵 등 서구에서 그동안 진행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지속 가능성’을 제기한다.
저자는 지속 가능성의 3대 요소를 경제 성장과 형평성의 진작, 그리고 환경으로 해석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지속되고 있고 성장의 부작용에 따른 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민주화의 과정을 밟았으며, 이제 또 다른 성장의 부작용인 환경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 문제의 핵심은 한정된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적정화, 그리고 기존 문명의 물적 기반 뿐 아니라 소비자의 도덕적인 변화까지 포괄적이고 혁명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코드 그린]의 설명을 인용하면서 21세기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가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로 전화되는 시점이며 민주화까지도 에너지로 인하여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어야 하고 저자는 그 과정을 ’그린 패러다임’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임에도 진화의 핵심 가치인 녹색을 국정의 최일선에 배치하여 일단 성공하였다고 말한다. 집권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주요한 화두를 잡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4대강과 자전거를 예로 들면서 문제는 현 정부의 정책 수단과 운용 방식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박정희 정권의 ’수출 100억불’이라는 목표와 구호가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의 동력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사회 전체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면서 그린 패러다임에서도 그러한 목표와 구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가 배출 감축 목표’라고 제안한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아닌 정부 내 일부 구성원 주도로 임의로 목표를 설정했다.
 
제3부. [그린 패러다임의 적은 내부에 있다]에서 저자는 산림녹화와 그린벨트, 그리고 220V 승압과 전력시스템 개편 등 산업자원부의 전신인 동력자원부의 과거 에너지 정책추진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녹색 성장의 씨앗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린 패러다임의 적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과소비와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 제도, 에너지 비용의 외부화, 보조금 제도를 예로 든다. 그는 에너지의 세제와 가격의 문제는 에너지 믹스의 조정, 기술 개발과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에너지 수요의 합리화 등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녹색화에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이러한 기존의 세제와 가격 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또한 기술 혁신에 의한 소비의 녹색화, 스마트 그리드 등 자원의 배분과 이용의 최적화, 소비자의 녹색 모럴과 기업의 녹색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생산소비 구조를 혁신해야 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관 주도의 의사결정방식은 지금까지 인프라를 개발하고 구축하는데 효과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그러한 관 주도의 의사결정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상징적인 사건은 김영삼 정부에서 동력자원부가 소멸하여 산업자원부의 일개 부서로 전락한 것, IMF 체제 아래에서 김대중 정부에 의한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으로 정부와 에너지 공급자 간의 긴밀한 관계가 사라진 것, 노무현 정부 들어서 방폐장 건설 과정에서 부안 사태가 발생하여 정부정책이 좌초한 것(저자는 이 사건을 민란으로 해석함), 그리고 2004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추진된 배전 분할이 노조의 힘으로 중단된 것을 예로 든다. 저자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에너지 행정의 민주화와 개방화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법적 책임성에 기반한 에너지 행정 주체의 약화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현 정부에서 가장 취약한 거버넌스가 중요함을 제기한다. 저자는 에너지 부문에서의 정책 목표 설정의 문제와 에너지 산업의 규제와 시장 기능에 관한 문제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사회적 참여와 책임성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정부체계에서는 정책부서와 규제부서를 분리하면서 양쪽 모두 역량강화가 필요함을 제기한다.  
 
* [마치며]에서 저자는 "그린 패러다임의 전환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아젠다이다. 모든 이해 당사자가 동의하여야 가능하고 이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할 각오가 있어야만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용을 투자로 연동시킬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린 패러다임은 그러한 고통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지향해야 하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숭늉 대신에 스타벅스에서 페어 트레이드에 의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주 성공한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나는 저자의 마무리 글에 동의할 수 없다. 숭늉을 마시면 실패한 것이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성공한 것일까? 웃기는 소리다. 내가 브랜드 커피숍에 가는 이유는 다방이나 기존 커피숍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그곳에 숭늉이 없기 때문이고 생과일쥬스나 다른 상품보다 더 싸기 때문일 뿐이다.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업체이고 개별 사업장은 개인서비스업이다.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로열티와 커피 제조 기계값과 브랜드를 씌운 커피값으로 엄청난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간다. 개인서비스 업체의 사장은 최소한의 수익만 남길 뿐이며 커피숍의 직원은 모두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거나 그보다도 못한 아르바이트 대학생일 것이다. 그 모습이 대한민국의 성공인가?
 
에너지 문제와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모든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알려져야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더 크게,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가 동의되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고 무조건 대학에 가고 ’사’자를 달아야 하고 아이폰을 사야하고 자동차를 사야하고 아파트를 사야만이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담배값 올리는 것, 기름값 올리는 것, 전기료와 가스료, 상하수도 요금을 올리는 것을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물론, 그와 동시에 정부가 세금을 공정하게 걷어야 하고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누진세를 강화해야 한다. 탈세와 기업의 불법, 경제사범, 기득권자의 부정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정부예산을 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되고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와 기득권자, 소득이 높은자와 많이 배운 자, 많이 가진 자와 상류층이 중산층과 빈곤층에게 모범을 보이고 사회에 환원하고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중산층과 빈곤층이 뒤따르게 된다.
 
저자가 말한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공감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그린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거버넌스가 가장 취약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형평성이,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간주’하는 관점, 평가,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3년 만에 1987년 이후 20여년 동안 피와 땀을 흘려가면서 이룩한 정치민주화가 크게 후퇴했다. 경제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는 더욱 후퇴했다. 저자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잘 될 것이라고 넘겨버리는 저출산, 고령화, 자살율, 빈부격차, 최장 노동시간, 실업, 빈부격차, 그리고 민주화와 거버넌스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는 한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이라는 국가와 한국의 사회 공동체는 붕괴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시절 민주화와 형평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씩이난 살리지 못했다. 저자의 ’그린 패러다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린 패러다임의 제반 요소가 민주화와 형평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함께 추동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견이 다르고 노선이 다르고 반대한다고 경찰과 검찰 권력으로 통제하고 탄압하는 세상에서 건전한 거버넌스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신문사 기자에게 ’맞을래!’라고 애기했다. 그런 정치 수준에서 홍준표 대표의 눈에 일개 개인과 국민은 유권자도도, 시민으로도,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도, 사람으로도 취급받을 수 없다.
 
’그린 패러다임’은 더 진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더불어 형평성을 위한 강력한 내용으로...!!! 
 
[ 2011년 7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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